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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

[도서] 신의 손

모치즈키 료코 저/김우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광기와 같은 재능을 주체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는 재미가 상당했던 『신의 손』이다. 그것도 소설에 관한 내용이라 그런지 더 솔깃하다. 소설을 좋아하니까 저절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소설을 주제로 한, 정확히는 글 쓰는 재능이 폭발적인 한 여자를 두고 전개되는 이야기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미친 듯이 써대는 원고, 지금 작품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다음 작품 구상이 시작될 정도라면 그녀의 소설 쓰기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나 될까? 감히 천재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작가로 세상에 나아가고 싶었던 여자, 누가 봐도 그 재능이 뛰어났던 여자. 그래서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을 맞닥뜨리고야 만, 작가의 타이틀이 줄 돈이나 명예가 목적이 아니었던 그녀다. 오직 그녀의 소설이 읽히기만을 원했건만...

 

출판사 편집장 미무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을 내과 의사라고 밝힌 히로세. 자신의 환자인 마키라는 여자가 미무라에게 소설 원고를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미무라에게는 낯선 이름이어서 무시하려는 찰나, 히로세는 그녀의 소설 제목이 『녹색 원숭이』라고 언급에 놀란다. 그리고 그 원고를 받는다. 마키의 소설을 읽어본 미무라는 경악한다. 그 소설은 작가 지망생, 지금은 사라진 여자의 작품과 같았다.

기자인 미치코는 3년 전 고베에서 일어난 유아 유괴 사건을 추적한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사람들의 관심은 희미해졌다. 그녀는 이 사건을 놓지 않았다. 3명의 아이가 차례로 유괴되고 곧 집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마지막 네 번째 실종된 아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흔적도 없다. 미치코는 목격자의 흘리는 듯한 증언을 듣고 이 유괴 사건의 꼬리를 계속 파헤친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떠다니는 말들을 잡는 것이라고. 그리고 소설가란 마음속에 괴물을 한 마리 키우고 있다고. 그 괴물을 키우면서 작가가 되고, 그 괴물에 잡아먹힐 때 자살한다……라고요.” (50페이지)

 

사라진 작가 지망생의 이름은 교코다. 죽은 건지 스스로 조용히 사라진 건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사라진 채로 남아있는 이름일 뿐이다. 사라진 그녀와 실종된 아이가 어떤 연관이 있기에 양쪽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일까. 출판관계자와 의사가 함께 출발한 이야기와 잡지사 기자의 유괴 사건을 쫓는 이야기가 따로 들려온다. 물론 어느 순간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것일 테다. 전혀 다른 사건이 그렇게 출발하니 저절로 궁금할 수밖에 없다. 낯선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에 모일 순간을 기대하는 거다. 그러면서 흐르는 분위기가 사뭇 긴장된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비켜간 이야기였다.

 

넘치는 재능을 주체 못 해 미친 듯이 소설을 쓰는 여자, 그렇게만 생각했다. 머릿속에서 소설은 쏟아져 나오고, 낮과 밤이 바뀐 채로 생활하며, 정신이 육체를 갉아 먹듯 피폐해져 가는데도 소설 쓰기를 멈추지 못했던 여자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궁금했던 게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 의도였다. 그러면서 장면을 그린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워드 프로세서 하나에 의지한 채 몰입하는 여자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그것(소설 쓰기)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목숨 줄처럼 붙잡고 있는 여자의 영상이 눈앞에 떠다닌다.

 

그녀가 소설로 이루고자 했던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그 열정의 시간을 지켜봐 주고 싶을 정도였다. 소설가의 내면을 보는 듯하면서 창작물을 내놓기 위해 이런 광기-실제로 그녀는 정상이었다.-도 있어야만 하는 건지 의아했다. 소설이 부르는 욕망과 소설가의 섬세한 심연을 동시에 본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건, 몸속에 괴물을 한 마리 키우는 것 같다.’고 말한 교코의 상태를 그대로 볼 수 있다. 그러다 결국 괴물이 커지거나 자취를 감출 때 또 다른 시작이 올 것만 같다. 그 열정이 계속되거나 소멸하거나...

 

한편으론 소설이기에 그런 열망을 품을 수도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경험한 소설은, 일상과 너무 닮아서 공감하고,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상반된 매력을 갖고 있다. 장단점이 하나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던 거다. 현실과 동떨어진 허무맹랑함에 거리감을 느끼지만, 그렇기에 즐길 요소가 다양해질 수 있다.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 이야기로 즐기고 싶었다가도 너무 닮은 일상에 공감하며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 가운데서 소설가는 어떤 목적을 가진 소설을 쓰느냐 하는 걸 선택해야 할 듯하다. 아마도 교코는 소설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재능을 가진 게 아닌가 싶지만.

 

한밤중에 당신을 보는 눈.

당신은 언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사실 그런 건 없어요.

그건 환상. 그건 환각. (210페이지)

 

스포일러가 될까 봐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게 좀 아쉽지만, 소설가 지망생의 실종과 아이 유괴 사건 사이의 접점을 찾는 재미가 있다. 추리 소설이지만 한 사건을 추리해가면서 보이는 많은 사람의 내면의 이야기가 더 눈길을 끈다. 알면서 놓쳐버린 순간들, 비겁해서 피해가고 모른 척했던 순간들은 뒤늦게 알아봐야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교코를 둘러싸고 관계된 사람들이 받을 마음의 고통을 그대로 들려준다. 소설(문학)을 대하는 자세를 각자의 자리에서 보게 하는 치밀함도 있다. 작가, 출판인, 문학계가 소설(소설의 장르)을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도 꼬집는다. 문학 안에서도 계급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조금 크게, 편하게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소설(문학)은 그냥 소설일 뿐이니까 말이다.

 

모치즈키 료코의 데뷔작이라고 하던데, 다음 작품이 기다려질 만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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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리뷰만으로도 이 작품에 대한 매력이 전해져와요.
    의사의 역할도 궁금하고요, 교코는 어떻게 된건지 결말도 많이 궁금하네요. ^^

    2014.10.27 13: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첫작품이라고 하기엔 좋았어요.
      글(책)을 놓고 하는 얘기여서 더 솔깃한 것도 있었는데, 스토리가 막힘없이 흘러가는 게 재밌더라고요. ^^

      2014.11.05 17:47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