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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퍼즐

[도서] 거짓말 퍼즐

김은정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그동안의 시간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진실을 말한 후에도 거짓을 말한 후에도, 언제나 후회는 있었던 듯하다. 내가 한 선택에 온전한 만족이 없었다. 약간일지라도 후회가 늘 따라왔다는 거다. 그 순간을 현명하게 넘어간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한 적도 있고, 진실이 아니면 통하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 있는 그대로 말한 적도 있다. 살면서 언제나 그랬다. 선택은 둘 중 하나였다. 이거 아니며 저거. 그 안에서 만족과 후회의 비율이 자리싸움을하고, 그 싸움의 결과는 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오래전 그때 윤건이나 은제나 미향이, 노인이 한 선택이 인제 와서 만드는 일이 어떤 의미로 자리할 건지는 지금은 정확히 알 수 없는 거다. 시간이 좀 더 흘러야 한다. 각자가 취한 행동이, 그때의 최선이라 여긴 거짓말의 조각들이 이제야 서서히 맞춰지는 것처럼.

 

어느 날, 유산 전문 변호사 조윤건에게 찾아온 허 노인은 윤건에게 자기의 후견인이 되어 달라면서 재산의 5%를 제시한다. 돈 좋아하는 윤건에게 이런 고객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렇게 노인은 윤건의 고객이 되고, 윤건은 노인의 이상한(?) 제안을 수락한다. 그때, 윤건의 법대 동기이자 판사인 미향은 성추행 고소 건의 피해자인 아홉 살 남자아이 단테의 후견인으로 윤건을 지목한다. 부재중인 단테 아버지 대신으로 고른 게 무책임의 대명사 윤건이라니. 단테의 사건은 윤건이 잠깐 만난 연수원 동기 인영이 검사로 맡았단다. 무슨 일이 꼬여도 이리 꼬인다니. 예전에 알던 여자들을 만나는 일이 윤건에게는 절대적으로 불필요하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때의 시간을 돌이키면 떠오르는 한 사람 때문에, 자책과 죄책감으로 힘들어질 시간 때문에... 어떤 이유로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녀들이 한꺼번에 등장할 줄이야. 이 무서운 여자들에게 윤건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 시니컬하고 재수 없는 남자 코스프레를 계속하면 되는 거다. 그나저나 단테라는 이 아이는 어떻게 지내야 한단 말인가.

 

갑작스레 뭔가가 작정한 듯 윤건의 인생으로 몰려온 것만 같다. 화려한 싱글 생활을 만끽하던 그다. 이대로가 좋아서, 그냥 이대로 사는 게 재밌는 그에게 그동안의 고요했던 삶은 물 건너갔다고 경고하듯 쓰나미가 밀려온다. 한 번씩 집에 도착하는 수상한 메시지, 노인의 이상한 요구에 신경이 집중되며 피곤해지는 시간, 애어른 단테와의 불편하고 중독되는 동거 생활이 낯설다. 동시에, 원하지 않았는데 익숙해진다. 윤건의 인생 어디로 흘러가려고 이러나...

 

전혀 연결 고리가 없는 듯했는데, 조화를 이룰 것 같지 않은 사건들이 윤건에게 집중되면서 하나씩 그 연결 고리를 드러낸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거짓말로 시작된 퍼즐이다. 각자가 기억하는 그때의 선택이 만든 오늘의 장면들이다. 조각난 채로 흘러온 시간. 그 퍼즐이 언제 완성될지 몰라서, 그렇게 끼워 넣고 맞춘 퍼즐의 완성본이 어떤 그림일지 궁금해서 저절로 페이지가 넘어간다. 그때마다 뭔가 미심쩍은 기운이 퍼지는데, 이걸 찾아내고 또 다시 맞춰야만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으로 또다시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반복이 이어진다. 결국은 이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읽는 이가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거다. 매 순간 끊임없이 하게 되는 수많은 선택이 지금, 또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겠지만, 어떤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그게 자기가 선택한 순간의 책임이라는 것을 말한다. 진실도, 거짓말도, 그 몫을 한다는 거다. 만족이든 후회든, 시간이 지난 후에 우리 앞에 떡하니 등장한다는 것. 그럼 노인은, 윤건은, 또 다른 사람들은 그때 각자의 선택에 대해 지금 만족하고 있을까, 후회하고 있을까.

 

이런 고민과 생각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을 때 등장하는 노인의 한 마디가 모든 물음표의 정답처럼 느낌표를 찍는다.

“사람들은 모두 선택을 하지. 그런데 그들의 선택이 모두 옳다고 누가 말해주던가. 벌써 자네 옆에 교보재(敎補材)가 있지 않은가. 잘못 선택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490 페이지)

언제, 어디서, 어떤 선택을 하든, 반드시 옳을 수는 없다. 반드시 틀릴 수도 없다. 시간이 흘러 그게 옳은 선택이었다면 행복한 인생을 이루는 한 조각으로 끼워졌을 것이고, 그게 틀린 선택이었다면 허 노인의 말처럼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되겠지. 그 무엇도 확신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하는, 인생 조금 더 살아본 연륜 있는 어른의 말처럼 들린다. 변함없이 또 한 번 새겨지는 말, 지나가 봐야 안다...

 

아무리 나침반을 몸에 새겨도 그 방향이 정확할 수 없음을 윤건이 증명했듯, 삶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 시작과 과정 역시 각자의 몫이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어김없이 말하고 있다. 뻔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참 재밌게, 긴장감 있게 그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 편애모드가 작동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막힘없이 술술 흐르면서, 가려진 것을 찾아가는 시선에 긴장하다가도, 곳곳에서 한 번씩 튀어나오는 위트에 그 긴장을 살짝 누그러뜨리는 강약조절도 적당하다.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을 끼워 맞추기까지 보여주는, 인물들이 드러내는 진심과 변하는 마음마저 들여다보게 한다. 어쩌면 그 중심에 서 있는 윤건의 마음이 가장 궁금했다. 내가 듣고 싶은 진실에 가깝기도 했고, 모든 인물이 바라던 간절함에 괜히 감동스럽기도 하고...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과 마지막에 딱 손 털어내는 후련함에 시원섭섭,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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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에피소드가 좀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내용이 더 이어져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그런 아쉬움이요.
    아니, 근데 말이죠. 왜 안티팬은 절판이에요? 중고가는 왜그리 비싸고? 츠암내. ㅋㅋ

    2015.12.22 09:5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건 좋았는데, 세세하게 좀 더 꽉 짜여져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속도감은 좋았는데요...
      안티팬은 개정판이 나오지 않을까요?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은데... ^^
      1월에 개정증보판이 나온다네요...

      2015.12.25 15:4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