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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도서] 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저/정덕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여러 행사를 기념하는 자리, 친목 도모를 위한 모임, 직장인들의 기호에 따라 벌이는 파티들이 다양하게 열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미리 장소를 예약하고 약속 시간에 파티를 열어 행사에 의미를 담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동안의 생활을 결산하는 연말 직장 파티에서 해리엇과 데이비드가 만났다. 보수적이고 답답하다는 평을 들어온 해리엇과 어느 곳에도 뿌리 내지 못한 채 불안정한 삶을 살아온 데이비드는 동시에 마음의 빗장을 풀었다. 서로의 모습에 끌린 둘은 대화에 굶주렸던 사람들처럼 대화하며 소통하였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을 방증이라도 하듯 두 사람은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결혼을 결정한다.

   서로에 대한 탐구하는 시간도 없이 빠른 판단으로 결정한 것은 아닌지 회의하며 헤리엇과 데이비드가 꿈꾸는 행복한 가정을 가늠한다. 세 딸 중 맏이인 해리엇은 안정적인 가정생활이 행복한 인생의 기본이라는 부모의 말을 듣고 자라서인지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에 반해 이혼 가정에서 자란 데이비드는 두 가정의 부모를 보며 미래에 대한 개인적인 욕구가 강하였다. 데이비드에게 미래는 그가 목표로 삼고 보호해야 할 어떤 것으로 결혼 후 가족의 이탈 없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었다. 둘은 런던으로 통근 가능한 소도시 대저택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많은 자식들과 생활하며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공간을 현실화했다.

    부부 중심의 왕국을 건설하려는 욕구를 드러내며 3층 건물의 저택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자신들이 가지려는 것에 압도된 부부는 능력 밖의 일이더라도 마음 가는 대로, 느낌 오는 대로 선택하며 아버지 제임스의 경제적인 지원에 의존하는 삶을 잇는다. 서로의 가치관이 상이하여 이혼한 부모의 모자랐던 점을 상쇄하고,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의 죄를 사하듯 데이비드는 부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하였다. 휴가와 성탄절을 비롯한 기념일에는 많은 비용을 들여 친척들을 불러 모아서는 파티를 열었다. 부부는 흩어진 가족들을 자기 집으로 불러 모아 연회를 베풀며 모든 것을 움켜쥐고 살아가고 싶은 욕구를 채웠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부부는 터울 없이 자식들을 임신하고 출산하기를 반복한다. 애를 잘 키우려면 애를 갖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는 친정어머니 조언을 흘려 듣는 부부에게 자식은 줄줄이 태어났다. 부부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즐기는 파티를 보며 파티의 주최자로 의기양양해 했다. 부부는 대형 파티를 1주일 이상 열며 환락의 세계에 젖는 일을 행복의 조건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탐욕스런 자본의 힘이 시대를 군림하던 때, 부부는 자신들이 생각한 안락한 가정을 위해 북적거리는 파티 속에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아기 제조소를 방불케 하는 침실에서의 친밀한 부부의 시간이 지속될수록 임신과 출산, 육아는 해를 더할수록 해리엇은 지쳐갔고, 그녀의 신경은 예민해졌다. 한편, 가장인 데이비드는 더 많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늦게까지 일해야 했고, 해리엇 엄마인 도로시는 딸 내외를 도와 대저택에 상주해야 했다. 부부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한계 상황에서도 그들은 뜻을 굽히지 않고 아이를 더 낳을 것이라 고집했다. 해리엇은 넷째 폴을 출산하고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도 못한 채 다섯 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뱃속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태아의 격렬한 발길질과 강한 힘으로 고통 받던 해리엇은 진정제를 수시로 먹으며 조금이라도 고통을 잠재웠다. 개월 수에 비해 태아가 크지만 비정상은 아니라는 의사의 말에 진정제에 의존하며 출산을 기다렸지만, 태어난 아기는 무게를 포함한 외관상의 구조가 정상 범주를 넘어섰다.

   사람의 형상보다는 도깨비를 닮은 벤은 엄청난 식욕과 강한 에너지로 주변을 초토화시키며 불행의 씨앗을 퍼뜨리기 시작한다. 성장할수록 적의로 번뜩이는 벤의 눈은 네 아이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개와 고양이를 죽이는 등 잔혹한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사람보다는 야생의 원시 동물에 가까운 벤의 광폭함에 짓눌린 가족에게 드리워진 불행의 그림자는 걷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벤으로 인해 일상의 리듬은 균열되어 갔고 온 가족은 다섯째의 드센 기세에 짓눌렸다. 아이들은 제 살길을 찾아 집을 등지고 다른 공동체를 찾아 가정을 떠났다. 데이비드는 한 집안의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 파멸의 싹을 잘라야 한다며 벤을 요양소로 보냈다.

   2층 심장부인 침실에서 부부는 서로 밀착되어 사랑을 나누고 미래를 설계하며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한 가정을 그렸다. 부부가 계획했던 삶의 행로에서 이탈하여 원치 않은 길을 걷게 한 다섯째 아이는 불행의 싹으로 낙인 찍혔고, 어느 누구도 환영하지 않은 증오의 대상이었다. 해리엇 역시 벤을 둘러싼 정황을 감당하기 힘들어하며 모성으로 아들을 포용하지 않았지만 죽음으로 몰고 가는 요양소에서 벤을 구출하였다.

  “우린 애가 없어, 해리엇. 아니, 나는 애가 없어. 당신은 애가 하나 있지.”

  라고 외친 데이비드는 행복한 가정을 파괴한 장본인은 벤을 포함한 헤리엇임을 항변했다. 데이비드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회사는 성공을 거두었고, 그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능력자로의 삶에 가치를 두는 일로 일상의 굴레에서 빠져나왔다. 이상적인 부부로 자식을 많이 낳아 축하 기념 파티를 벌이며 자신들만의 궁에서 행복한 생활을 잇고 싶은 바람이 좌절되자 결혼 생활은 삶의 균형을 잃고 원치 않은 방향으로 치달았다. 데이비드는 가정적인 남자로서의 자아를 잃어버렸고, 해리엇은 납득하기 힘든 아들을 돌보느라 에너지 소진이 많아 노화는 급속히 진행되었다.

   부부는 사랑을 재충전하여 방전된 행복을 충만함으로 채울 공간인 침실에서 서로 닿지 않게 나란히 누워 동상이몽의 생각에 젖는다. 교착 지점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결혼하면서 둘이 했던 약속들은 바람이 몰고 간 구름처럼 휘발된 지 오래다. 힘에 부치는 일을 감내해야 하는 불쌍한 데이비드라는 수식어를 꼬리표처럼 달고 사는 남편, 벤이 살해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여자라는 비난의 소리를 듣는 아내 사이의 균열은 깊어졌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에 짓눌려 자유를 빼앗겨버린 가정 붕괴는 가족 구성원들의 이탈을 부추겼고, 무모한 부부의 욕심은 그들이 꿈꾼 이상적인 가정이 허상이었음을 보여준다. 현실적 감각을 견지하며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는 생활로 지혜롭게 처신하는 부부로 가정의 근간이 될 사랑을 품고 서로를 비추는 등불로 나아가는 가정의 행복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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