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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도서]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김은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는 김은진이 쓴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는 부제처럼 '미술품을 치료하는 보존과학의 세계'에 대한 놀랍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우선 '올해의 표지 디자인' 상이라도 주고픈 공들인 표지가 눈을 끄는데, 표지 정중앙에 직사각형의 구멍이 뚫려있고, 그 사이로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중 한가운데 위치한 '아담의 창조'의 아담의 모습이 보이는 구조인데, 첫 장의 우측은 잘려 나가 입체감을 준다. 책의 내용에 걸맞은 표지 디자인은 석윤이가 담당했는데, 표지에서부터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아직도 우리는 고전 회화 대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이걸 위해 몇 시간의 비행시간을 참고 견디며, 찰나의 순간을 위해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앞에 줄을 선다. 유럽 여행의 핵심은 미술관 순례가 아니던가.

대부분 무심코 지나쳤지만, 그토록 오랜 세월 이 작품들이 비교적 좋은 상태로 유지가 돼서 관람객들을 맞이할 수 있는 데는 분명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별로 드러나지 않고 음지에서 일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고 미술 애호가들은 이들에게 큰 은혜를 입고 있다.

보존가로 일한 저자는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미술품 치료, 복원, 재생, 유지에 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펼쳐 놓는데, 분명 미술을 다루는 소재지만 내용의 상당 부분은 화학을 필두로 한 과학이다. 

미술 작품은 아티스트가 작업을 완성한 이후부터 세월의 흐름을 견뎌내야 하는 숙명에 놓인다. 치열한 판정을 거쳐 소수의 작품들만 보존의 영광을 얻어 후세에 전달될 자격을 부여받지만 그다음부터는 과학의 영역이고, 여기서 보존가와 보존과학자가 등장한다.

보존가는 실제적인 작업을 담당하고, 보존과학자는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 분담을 하지만 어떻게 하면 제대로 보존하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손상이 발생했을 때 가장 원본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한다. 순간의 판단 착오가 원작의 훼손을 일으킨다면 이는 복원 자체가 거의 불가하므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피 말리는 직업이다. 심혈을 기울여 복원 작업을 해도 원작을 망쳤다는 비난과 논란에 휩싸이기 쉽다.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회화는 기본적으로 습도와 빛의 관리가 중요해서 박물관은 대부분 어둡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림도 나이를 먹고, 변색되거나 오염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때 그림의 생명 연장술을 시도하려면 최우선의 원칙은 '원본 보존'이다. 시대는 흘렀지만 원본의 오리지널리티에 최대한 근접하게 복원을 해서 창작자의 의도를 살려야 마땅하지만, 세월은 흘러 재료부터 당시 것을 사용하긴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보존과학자의 제대로 된 과학적 분석과 아주 약간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보존가의 상상력이 결합되어야 하겠다.

이에 반해 뭉크나 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은 유명 화가는 그림을 의도적으로 자연 상태로 놓아두는 방식으로 '숙성'시키기도 했다. 뭉크가 작업한 스튜디오의 많은 작품들은 지붕이 없는 넓은 공간에 그냥 걸어 두었기에, 비와 눈을 맞고 때로는 매서운 바람과 먼지를 견디며 시간의 아픔을 맛보도록 했다. 그가 자신의 그림을 그렇게 두기를 바란 이유는 그런 세월의 흔적도 작품 일부라는 소신 때문이었다고. 뭉크나 리히텐슈타인이 그저 그런 화가였다면 이 작품들은 모두 폐기 처분되었겠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았기에 보존가들은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책에 소개된 다채로운 사례는 '예술을 유지 · 보존하기 위한 과학의 헌신'이다. 특히 고흐의 <들꽃과 장미가 있는 정물> 아래 숨겨져 있던 '2명의 레슬러' 그림을 찾아내는 과정은 한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하다.

미술품 복원과 치료는 서구에서는 꼭 필요한 작업으로 꾸준히 연구되고 신기술이 개발되어 발전되는 분야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실정은 걸음마 단계를 겨우 벗어난 수준이라고 한다. 

그림을 쉽게 접하게 하고 읽어주는 책들은 무수히 많았다. 미술 관련 도서를 즐기고 시시때때로 미술관, 박물관을 가는 독자라면 <예술가의 손끝>은 필독서다. 아울러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도 좋은 길라잡이가 될 신선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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