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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도서]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저/김은모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와 함께 이케이도 준을 대표하는 <변두리 로켓> 시리즈가 드디어 국내에 출간된다.

「실패한 로켓 개발자 쓰쿠다는 희생양이 되어 연구직을 사임하고, 가업인 쓰쿠다제작소의 CEO가 된다. 오로지 기술력 하나로 200명 규모의 변두리 중소기업을 이끌어가지만, 경영 환경은 쉽지 않고 무엇보다 회사를 공격하는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우기가 버겁다. 과연 궁지에 몰린 쓰쿠다는 버텨낼 수 있을까?」

주인공 쓰쿠다는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빠져 있다. 상대방 대기업의 공격수들은 자신 있게 말한다.

'사람을 죽이면 살인범이 되지만, 법을 이용해 상대 기업체를 무너뜨리면 아무 일도 없다고.'

연쇄살인범이 아닌 다음에야 많은 사람의 목숨을 뺏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죽이는 소송은 비일비재하고 그 결과 회사가 무너지면 근로자는 물론, 그 가족까지 생계의 위협을 받는다. 연쇄살인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법의 이름으로 엄연히 벌어지는 일이고 이케이도 준은 특허 침해로 대표되는 이런 대기업의 어처구니없는 악습을 <변두리 로켓>을 통해 강력하게 고발한다.


나카시마공업과의 소송에서 승소하고, 자금난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게 된 쓰쿠다는 회사의 특허를 가지고 데이코쿠중공업과 협상에 나선다. 여기서 다시 대기업의 하청업체 비슷한 제안을 받지만 고민 끝에 그는 연구자의 혼을 지키는 독자 노선을 선택한다. 쉬운 길을 마다하고 굳이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 그의 결정을 동고동락한 제작소 직원들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특허를 대기업에 제공하면 안정적인 수입이 창출되는데, 왜 그걸 제작해서 탑재하는 위험한 방식을 고집하는지. 직원들의 반발도 십분 이해가 된다. 그들이 보기에 대표 쓰쿠다는 직원들의 안위보다는 본인의 못 이룬 꿈을 이루고자 하는 '몸만 자란 철부지 어른'으로 보일 테니까.

이 대목은 정말 판단이 어렵다. 소설에서야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만 현실도 과연 그럴까 싶은 생각이 지워지질 않는다. 허울이 좋아 대기업 하청업체지 그 또한 꽃길만은 아니라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대기업 눈치 봐야지, 대기업이 재치기 하면 하청업체는 독감에 걸리는 실상은 익숙하다. 무엇이든 한 곳에 너무 의존도가 높으면 곤란한 지경에 빠지기 쉽다. 이는 중소기업 CEO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실존적인 딜레마다.

소설이지만 작가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1, 2층론'으로 밝힌다.

단지 먹고사는 일로, 돈벌이로만 직장을 다니면 1층에서 머문다. 이래서는 발전도 없고 세상을 사는 의미도 없다. 그래서 2층에는 꿈이 있는 거다. 저자는 이를 서명해서 초판 안표지에 인쇄해 넣었다.

역시 이케이도 준은 '기업 엔터테인먼트 소설' 분야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걸 시리즈 첫 권 <변두리 로켓>으로 다시금 입증한다. 

일본 항공 우주 분야의 경쟁력이 어떤지 실상은 잘 모르지만, 반박할 수 없는 그럴듯한 상황 설정과 묘사는 적확한 취재가 뒷받침되었으리라. 주변에서 늘 마주치는 현실감 넘치는 등장인물들은 그만큼 이야기의 보편성을 획득하면서, 소설의 주제라 할 수 있는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괴로워하는 직장인 독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작품으로 <변두리 로켓>은 완성되었다. 

대부분 그의 소설이 그래왔듯이 역시 이 시리즈도 아베 히로시(쓰쿠다 역)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작년 가을부터 나오기 시작한 이케이도 준의 소설 7권을 모두 읽었다. 읽은 권수가 늘어나다 보니 큰 그림이 보인다. 그의 소설은 한마디로 '을의 반란'을 추구한다. 그런데 이 '을'이 호락호락 갑질을 당하거나 '갑' 편에서 딸랑대는 게 아니라 실력과 자존심으로 뭉친 인물이고, 그에게는 소수의 조력자들이 있다.

주인공 주변에는 '어, 저 인간은 누구랑 똑 닮았네' 하고픈 현실 속에 살아 숨 쉬는 인간 군상들이 나오고, 예견된 위기는 절정으로 치닫지만 결국 정의는 이긴다. 현실에선 거의 일어나기 힘든 '일종의 판타지'를 형상화시켜 독자들의 대리만족을 이끌어 내면서 커다란 카타르시스를 안긴다.(초식남들이 대거 서식하는 일본 사회에서 이 통쾌함은 더욱 배가된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감동이 양념으로 첨가되고, 대부분 직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기에 직장인 남성들이 아무래도 공감도 높은 주 독자층이다.

만화를 글로 풀어쓴 듯한 그의 소설들은 일단 잡으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절대 독자를 놔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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