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에 읽은 정신과의사 김혜남 님의 '어른으로 산다는 것'에서 소개된 피터팬 신드롬을 좀더 잘 이해하고 싶어 구입했다. 어릴적 축약본 동화를 여러번 읽어봤으나 원서 완역본은 처음인데, 책을 받고 분량에 좀 놀랐다. 이 책을 읽고, 이 책이 속한 네버랜드 클래식 세트를 구입할까 고민하고 있다.
사실 어릴적 읽은 동화 속 피터팬은 매우 정의롭고 동심이 가득한 순수한 악동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다.
피터팬은 엄마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간직한 이른바 '상처받은 어린아이'이고, 이기적이며, 나르시시스트에다가,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기분에만 도취되는 이른바 기분파 꼬맹이이다. 그리고 대장으로서 아이들을 통제하는 방식은 사뭇 독재적이다. 그렇지만 이런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은, 누구나 이렇게 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 멋대로, 자기 맘 내키는대로, 뒷감당이나 책임은 생각하지 않고, 마음대로 하고 싶은대로,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웬디와 같은 엄마(사실은 진짜엄마가 아니라 매력적인 또래 이성이다!)의 보살핌도 받고 싶다. 그런 욕구를 가진 이들의 판타지를 이야기로 엮은 것이 피터팬이다.
특히 이 이야기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피터팬 자신이 늙지 않아서 쭉 이런식으로 살수 있는데다가, 그 환경 역시 영원지속될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아기들이 웃을 때마다 탄생하는 요정은 무수히 많은 팅커벨을 의미하고, 세상의 아이들은 늘 길 잃을 위험에 있다는 점은 피터팬이 항상 대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게다가 웬디가 어른이 된 후, 웬디의 딸이, 그 딸의 딸이, 또 그 딸의 딸의 딸이 계속 피터팬에게 엄마 역할을 해주었다고 결말을 내다니!
어릴적 읽은 피터팬 이야기를 다시 읽어서 재미도 있었고, 그 내용도 제대로 알게 되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