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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여행과 고양이

[도서] 책과 여행과 고양이

최병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전에 읽은 박준의 "책여행책" http://blog.yes24.com/document/4277324 이 생각나기도 했고, 이 책은 여러모로 여행에 대한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 든다. 제목이 "책과 여행"이었으면 더욱 적절했을 것 같은데, 너무 평범해서 '고양이'를 덧붙인 것일까?? 아무튼 책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둘 다 고마운 소재이다. 저자는 알랭 드 보통의 책처럼 사소한 소재도 논문 쓰듯이 다른 책 저자들의 목소리를 논거로 들어 깊이 있으면서도 설득력 있게, 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히도록 쓰고 있다.

 

지난 2년 간 여행에 맛을 들이면서, 여행이란 세계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만나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아름다움은 힘이 세다" http://blog.yes24.com/document/2560880 라는 책에서 볼 수 있듯 우리는 삶 속에서 사람, 자연, 예술의 아름다움을 만나는데, 여행은 그러한 경험을 극대화 시켜준다.

 

'아름답다'의 어원에 대해 대표적으로 두 가지 설이 있단다. 하나는 알다(知)라는 동사 어간에 '-음' 접미사가 붙은 알음(知)에 '-답다' 접미사가 붙었다는 견해이다. 또 하나는 '아름(抱)'의 명사에 '-답다'가 붙어서 형용사가 되었다는 견해이다. 전자는 세계를 제대로 알아야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는 의미로, 후자는 세계를 끌어안아야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세계를 제대로 알고, 그것을 온전히 끌어안을 수 있으면 아름다워진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여행이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존의 여행 에세이들이 종종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행에서의 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에 빠진 그 글들이 독자에게 어떤 공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책에서 만난 객관성을 띤 지식을 자신이 실제로 여행에서 어떻게 만났는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균형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문장에서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독자가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자칫 개인적일 수 있는 여행의 경험을 다같이 공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관심사도 비슷해지는 것일까??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의 여정을 따라 사전식으로 단어를 정해놓고 그에 대해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주제 하나 하나가 너무 좋았다. 이를테면 관찰, 미술관, 맥주, 걷기 같은 것들... 내가 세계를 내 몸으로 직접 만나면서 쌓은 여행의 기억은 언제나 생생하게 다시 꺼내 음미할 수 있기 때문에 대단하고 무섭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는 순간 순간 영국, 프랑스, 스위스, 체코, 핀란드들에서의 기억이 떠올라서 머릿속에서 다시 여행을 하는 듯 기분이 좋았다. '걷기' 장에서 스위스 뮈렌, 제주도 올레길을 트레킹하던 것이 많이 생각났다.

걷는다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발로 걸어가는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을 활짝 열어주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으로 빠져든다. (182쪽에 인용한, 다비드 르 브루통, "걷기예찬")

 

...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 본질적으로 '걷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 중 늘 발을 위한 시간을 남겨둔다. 세상을 발로 보고 발로 만지는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 하면서 훌쩍 바라보는 바다는 파도의 높이와 크기, 다가오는 속도조차 가슴 속에 남지 않는다. 백사장을 걸으며 발로 볼 때 바다는 다르다. 브르통에 따르면 걸을 때 경험의 주도권이 인간에게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걷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경험이라고 했다. (183쪽)

저자 소개에는 그가 '경향신문'의 여행 담당기자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써 있다. 그의 문체는 간결하고 명쾌하다. 책의 내용은 쓸데 없는 문장 없이 꽉 차 있다. 글 쓰는 능력을 이렇게까지 다듬으려면 기자로 지내는 동안 얼마나 참고 노력했을까. 비록 '출장'의 형식이었지만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면서 세계를 바라보고 끌어안을 수 있는 저자의 지평은 얼마나 넓어졌을까. 채널예스가 나에게 쥐어준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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