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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조

[도서] 골목의 조

송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언제 끝낼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그런 식으로 살아남아 이어지고 있다]

[5/5]

독특함과 친숙함을 동시에 갖춘 글의 전개 방식과 익숙한 요소들의 문학적 활용이 돋보이는 삶과 죽음에 대한 무해한 사람들의 이야기

메모

일상이라는 것은 도미노처럼 무너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너는 세상 사람들이 전부 너를 싫어한다고 생각해?”

그렇지는 않지만 당장 전기 요금도 내야 하고 고양이 사료 사야 할 일도 걱정이라는 뜻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진한 연필로 힘주어 칠한 것 같은 정적이 방 안 가득 깔렸다.

산다는 것이 마치 이야기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언젠가 조는 말했었다. 이쯤에서 의미있는 대사를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고. 그러지 않으면 슬슬 졸작이 되어버릴 텐데, 도대체가 할 말이 없어서 문제라고.

살아간다는 일은 이렇게 두려운데, 남들은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언제나 시간이 가만히 흘러서 나를 어딘가로 데려다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이동하는 것은 나였어.

Review

글을 다 읽고, 평소에는 잘 읽지 않고 덮기 일쑤였던 작가의 말을 텍스트 하나하나 곱씹어가며 읽었다.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의 온점까지 눈으로 읽고난 후 느낀 감정이, 전율감이 사라지지 않기를 애원하듯 작가의 글을 계속 붙잡고 늘어졌다. 그러다 작가의 말 이후 평론가의 작품 해설이 나오자 마자 소스라치릇 책을 덮어버렸다. 평론가든 누구든 간에 이 글로 내가 느낀 것을 조금이라도 해칠만한 것은 피하고 싶었던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은 전율감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그 강렬함 뒤에 무거운 무언가가 남아있다. 삶과 죽음에 대해 관조하는 철학서들보다 이렇게 잘 녹여낸 소설 한편이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책을 덮고 태블릿을 켜기 전 찰나의 순간동안 서평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싶었다. 그랬다면 의자에 가만히 기대어앉아 이야기로 파생된 내 감정이 층이 나뉘어 일일히 보일 때 까지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글을 읽고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걸 통해 좋은 이야기들이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면 싶으니까. 아쉬운대로 차선책을 행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 글은 아쉬운게 많다.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도 너무 많고 결말도 허탈스러울 정도로 이뤄진다. 하지만 글 자체가 ‘부재’를 다루고 있기에, 해답의 ‘부재’와 종착지의 ‘부재’따위는 그저 글의 특성을 더욱 살려주는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어두운 밤하늘이 야경의 불빛을 더 아름답게 하는 것 처럼.

이 책에는 아무 수식어도 붙이고 싶지 않다. 문학상이니 평론가들의 해석이니 다 버리고 그저 ‘골목의 조’라는 소설로 내게 기억되었으면 한다. 이 글은 문학상을 받고 유명인들에게 인정을 받아서 좋은 글이 아니라 그 자체로 빛나는 글이었기에.

[이 글은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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