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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조은비

[도서] 중3 조은비

양호문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다른 생명과 마주하는 성찰의 힘

- 양호문, 『3 조은비』

 

 

 

양호문 장편소설 『3 조은비』(특별한서재, 2017)는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청소년소설이다. 사람들이 산에 설치한 철삿줄 올가미에 걸린 고라니 새끼를 주인공인 조은비가 발견한다. 은비는 고라니 새끼를 살리기 위해 집으로 데려오지만 어른들 생각은 다르다. 엄마, 아빠는 보신(保身)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김씨 할아버지에게 고라니 새끼를 팔려고 한다. 어차피 죽을 짐승, 돈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심산이다. 은비는 엄마, 아빠의 이런 생각을 따르지 않는다. 은비에게 고라니 새끼는 인간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생명이다. 물론 처음부터 은비가 인간과 동물을 평등하게 생각한 건 아니다. 시골(배경이 충북 괴산이다)에 사는 은비는 심심찮게 차에 친 동물들을 보았다. 거리를 두고 볼 때는 짐승은 그냥 짐승일 뿐이었다. 하지만 고라니 새끼(이름이 먼데이이다)는 은비가 직접 구한 짐승이다. 철삿줄 올가미에 목이 조인 채 슬픈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던 고라니 새끼를 은비는 결코 잊을 수 없다.

 

어른들로부터 먼데이를 지키려는 은비의 눈물 나는 분투가 이 소설의 핵심을 이룬다. 엄마와 아빠, 김씨 할아버지는 한통속이 되어 호시탐탐 먼데이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아빠와 김씨 할아버지는 40만 원에 합의를 보았다. 어떻게든 먼데이를 살리고 싶은 은비는 두 사람이 가격을 합의한 바로 그 날 저녁 먼데이를 데리고 읍내로 나간다. 병원을 전전하던 그녀는 다행히 야생조수보호협회를 운영하는 아저씨를 만나 먼데이를 맡긴다. 밀렵을 단속하는 이 아저씨가 밀렵꾼들에 밀려 산 위에서 떨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학교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도움으로 은비는 먼데이를 무사히 보호한다. 고라니 새끼를 보신용 음식으로 생각하는 어른들을 은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어쨌든 한 생명을 죽이는 일이 아닌가.

 

은비의 생각을 지지하는 아이들이 모여 먼데이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모임을 결성한다. 다리 하나가 잘린 먼데이에게 의족을 만들어주기 위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이 이루어진다. “헛된 측은지심이라고 말하는 선생님들도 있지만, 모금은 그런 대로 성공을 거둔다.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일까? 먼데이는 의족을 달고 여기저기를 자유로이 거닐 만큼 건강을 회복한다. 은비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다. 먼데이를 잡아먹으려는 어른들의 온갖 눈총을 이겨내고 그녀는 한 생명을 지켰다. 모성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고 은비는 생각한다. 이제 건강을 회복한 먼데이와 행복하게 살면 된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문제가 터진다.

 

  “한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회의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큰 목소리가 들렸다. 손까지 번쩍 들고서 모두를 둘러보았다. 새로 뽑힌 부회장 손세림이었다.

  “무슨 의견?”

  “저는 먼데이를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차기 부회장을 바라보았다. 은비와 진석이도 입을 헤벌린 채 그 아이의 얼굴에 시선을 두었다. 특히 은비는 차기 부회장의 황당한 주장에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어떻게 지켜온 먼데인데? 엄마 아빠 동생이랑 싸워가며, 사악한 이상택과 그의 패거리들을 물리치고, 배가 터질 위험을 감수한 채 인삼을 무지막지하게 먹어서 지켜낸 먼데인데, 풀어주다니? 내가 낳은 아기나 다름이 없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졸지에 자반뒤집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충격으로 뒤통수가 얼얼했다. (214~5)

 

동아리 부회장으로 뽑힌 손세림이 먼데이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른들로부터 간신히 지켜냈는데 이제 와서 먼데이를 풀어주라고? 은비는 화가 날 만도 하다. 하지만 은비는 무턱대고 화를 내지 않는다. 일단 그녀는 손세림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야생동물은 가능한 한 빨리 야생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손세림의 말을 들으며 은비는 먼데이가 살아갈 삶에 대해 비로소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사랑인가? 욕심인가? 헷갈려서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216)는 말에 나타난 대로, 은비를 비롯한 먼사모회원들은 먼데이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일에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풀어주면 먼데이가 죽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좁은 우리에 가둔 채 야생동물을 가축처럼 길들이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까?

 

손세림의 주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먼사모이름도 동사모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 전체를 사랑하는 모임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먼데이처럼 귀엽고 예쁜 동물만 사랑할 겁니까? 못생기고 징그러운 동물들은요?”(217)라고 반문하는 손세림의 말에 은비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 그렇지 않아도 굼벵이나 송충이, 거머리, 까마귀 등을 은비는 징그러운 짐승이라고 외면해 오지 않았는가. 당장 고라니 새끼가 뱀을 발견했다면 자기는 지금처럼 행동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은비는 생각한다. 돌아보니 자기는 동물 전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먼데이만을 사랑하는 20퍼센트짜리 불완전한 사랑이었다.”는 고백에 자기를 성찰하는 은비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 먼데이 사건을 통해 은비는 예전과는 다른 마음씀씀이를 내보이고 있는 셈이다. 성장소설의 특성이 정확히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먼데이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보면 은비는 확실히 성장했다는 걸 느낀다. 엄마, 아빠와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고, 또래 친구들과도 이런저런 갈등 상황에 빠져 있지만, 그녀가 자기 밖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거리를 두고 판단하는 힘을 기른 건 분명한 듯싶다. 하루아침에 은비가 어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은비는 생명에 대한 깊은 연민을 느끼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녀 또한 여타 어른들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성장은 주어진 상황과 끊임없이 대면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말이다. 주목할 점은 은비가 스스로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선택하고 있는 대목이다. 생명과학고로 진학해서 그녀는 모든 생명은 다 똑같이 등가적 가치를 갖는 거(236)라는 깨달음을 실천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 앞으로도 은비는 수많은 갈등 상황과 대면해야 한다. 먼데이를 향한 그 마음으로 얽히고설킨 세상일들을 해결해나가는 은비의 모습이 기대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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