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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진 디카시 「나비의 꿈」

 

 

  

  

  꽃밭의 바깥에서

  나를 만난다

 

  꽃이라는 감옥으로 돌아가지 않으리

  - 이운진, 「나비의 꿈」

 

 

나비 한 마리가 시멘트 바닥에 앉아 있다. 나비가 앉은 앞쪽 바닥에 물이 고여 있다. 물과 접촉이라도 하려는 듯 나비는 조심스레 물이 시작되는 경계에 서 있다. 시인은 이 상황을 꽃밭의 경계에서/ 나를 만난다라는 시구로 표현하고 있다. 물은 꽃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것일까? 물 너머에 있는 꽃밭을 외면하고 나비는 물속에 얼비친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다. 시인은 지금 꽃밭이 아니라, 꽃밭의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비는 꽃밭에서 산다. 꽃밭이 나비의 삶터라는 얘기다. “꽃밭의 바깥은 그러므로 나비에게는 삶터의 바깥과 다르지 않다. 꽃밭을 벗어나서 나비는 과연 살 수 있을까? 시인은 나비의 꿈이라는 시 제목으로 바깥을 꿈꾸는 나비를 시 세계로 불러낸다. 나비는 바깥을 향한 꿈을 꿈으로써 물에 비친 자기와 마주한다.

 

꽃밭에서 나비는 꽃을 통해 자신을 보았다. 꽃과 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꽃밭이라는 내부를 벗어나야 물이라는 외부가 보인다. 꽃밭에 있으면 나비는 물을 볼 수 없다. 꽃밭을 나는 나비가 보는 것은 오로지 꽃들뿐이다. 꽃밭에서는 꽃과 나비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달리 말하면 꽃밭에는 경계가 없다. 꽃밭의 바깥으로 나가야 나비에게는 비로소 경계가 생긴다. 시인은 경계를 넘어서야 를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자기를 만나는 길 또한 막혀버린다. “꽃이라는 감옥에 표현되는 대로, 시인은 꽃밭을 나비의 감옥으로 생각한다. 감옥에 익숙한 존재는 감옥을 일상으로 여긴다. 구속이 곧 자유가 되는 공간이 감옥이라고 할까? 꽃밭을 자유로이 나는 나비를 떠올려 보라. 꽃밭에 익숙한 나비는 어떤 경우에도 꽃을 자기를 구속하는 사물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진이미지에 보이는 대로 나비는 지금 꽃밭을 나와 물이 만든 경계와 대면하고 있다. 한 발짝을 더 내딛으면 나비는 온전히 물의 세계로 들어선다. 시인은 꽃이라는 감옥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구절로 나비의 꿈을 펼쳐내고 있다. 나비가 꾸는 꿈은 물론 시인이 꾸는 꿈이다. 시인은 꽃밭이라는 안정된 세계를 나와 물속에 제 얼굴을 비추는 나비와 하나가 되고 있다. 나르시스는 물속에 비친 제 얼굴에 반해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끝내는 목숨을 버렸지만, 꽃이라는 감옥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결심한 나비가 나르시스의 전철을 밟을 리는 없다. 나르시스가 멈춘 자리에서 나비는 새로운 꿈을 꾸려고 한다. 꽃밭을 나와서야 비로소 자기를 본 나비는 경계를 넘어 어디에 이르게 될까? 꿈을 꾸는 자만이 나비가 이를 곳을 상상할 수 있다. 나비는 꿈을 꾸는 이들과 더불어 새로운 세상을 여는 꿈을 펼쳐 보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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