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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 사랑을 묻다

오홍진 저
피서산장 | 2020년 08월

 

 

공주는 온달이 죽은 다음에야 온달이 꾼 꿈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만약 공주가 10년 전에 이를 알았다면 공주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사실 이 질문은 무의미한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보지 못한 것을 우리는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보게 됩니다. 다시 똑같은 상황이 반복돼도 공주는 아마 온달의 꿈을 알아채지 못할 것입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욕망의 그늘은 이토록 짙습니다. 욕망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그 너머에서 빛나는 또 다른 꿈을 욕망의 어둠 속에 묻어버립니다. 공주는 장군과 내가 한 꿈속에서 살면서도 모르고 지냈다는 것이 또 다시 새로운 짜증스러움이 되는구나.”라고 한탄하지만, 그녀는 결코 온달과 한 꿈속에서 산 적이 없습니다.

 

온달은 온달의 꿈을 꾸었고, 공주는 공주의 꿈을 꾸었습니다. 그 두 꿈이 너무나 거리가 멀어 온달은 제 꿈을 버리고 공주의 꿈을 자기 꿈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공주는 이 사실을 왜 몰랐을까요?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기 때문입니다. 온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공주의 꿈은 그래서 온달이 죽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산골 오두막까지 찾아온 장교의 칼에 공주는 한 많은 생을 맺습니다.

 

온달을 통해 공주가 꿈꾸었던 세계를 상상해 봅니다. 그 세계는 아마도 구렁이 여인이 꿈꾸던 세계와는 확연히 다를 것입니다. 구렁이 여인은 꿈속에서 온달을 붙잡으려고 했습니다. 온달이 어미를 핑계 삼지 않고 여인 집에 머물렀다면, 온달은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는 법입니다. 우리는 다만 이미 일어난 일에서 이야기 속 인물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욕망을 안타깝게 지켜볼 뿐입니다. 온달은 공주의 욕망을 알았지만, 공주는 온달의 욕망을 알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부터 비극을 머금고 있었던 셈입니다. (89~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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