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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 사랑을 묻다

오홍진 저
피서산장 | 2020년 08월

 

 

 

시대를 불문하고 「처용가」에는 아내가 서 있을 자리가 없습니다. 왕이 처녀를 처용에게 선물했고, 처용은 아내를 역신에게 선물했습니다. “내 것으로만 표현되는 아내의 자리를 지움으로써 처용은 역신을 물러가게 합니다. 이런 처용은 왜 시간이 흐르면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 것일까요? 여기에는 역신에 대한 백성들의 한없는 두려움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대문에 처용의 가면을 붙이는 일로는 이 두려움이 해소되지 않자, 백성들은 아예 아내를 빼앗기고 분노하는 (또 다른) 처용을 다시 현실로 불러들인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도 아내는 여전히 역신에게 겁탈을 당합니다. 관용이 끝난 지점에서 처용은 드디어 분노를 터뜨립니다. 물론 그 분노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역신에 대한 백성들의 공포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백성들은 처용의 가면을 쓰고 역신을 향해 소리를 칩니다. 백성들이 있는 자리로 처용이 내려오는 것이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백성들은 열병신을 횟감으로 만들려고 있지만, 정작 열병신에게 겁탈 당한 처용의 아내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처용이 아내의 복수를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처용은 아내의 복수를 하려는 게 아니라, “내 것을 앗아간 열병신을 저주하고 있을 뿐입니다. 처용은 자신을 위해 복수를 감행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113~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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