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어디서 살 것인가

[도서] 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건축물의 의미는 사용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를 배제하고 그 건축물을 이해하거나 평가하기는 어렵다. 사람과 건축은 불가분의 관계다. (...) 건축과 사람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고 서로 연결되어 상호 영향을 주면서 의미를 규정한다. 그렇다면 건축은 무엇인가?(6쪽)

 

건축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은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가 지향하는 건축에 대한 의미는 책의 끝에 담고 있다.

 

제대로 설계된 공간은 갈등을 줄이고 그 안의 사람들을 더 화목하게 하고, 건물 안의 사람과 건물 주변의 사람 사이도 화목하게 하고, 사람과 자연 사이도 더 화목하게 한다. 좋은 건축은 화목하게 하는 건축이다. 물론 건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갈등을 조금이라도 더 해소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이 세상에는 화목하게 만드는 건축이 더 많이 필요하다.(370쪽)

 

세상의 모든 건축가들이 이런 생각으로 건축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멋진 건축물로 자신을 드높이기 위해, 혹은 영감에 따라, 혹은 공식에 따라 다양한 건축을 할 것인데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건축을 하고 갈등을 줄이고 화목을 위해 건축을 한다는 저자의 말은 감동을 주었다. 이 책은 저자의 화목한 건축을 위한 자신의 견해를 차분하게 조근조근 잘 설명하고 있다. 전반적인 기조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다르지 않다. 이 <어디서 살 것인가>는 전작과 비교해 저자의 생각을 더 확장시켜서 말하고 있다.

 

건축은 의식주라는 인간의 3대 기본 본능적 행위 중 하나다. 따라서 건축은 인간의 본질을 반영하는 행위이자 결과물이다. 건축은 우리와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10쪽)

 

교도소의 구조와 다르지 않은 학교의 구조는 교육을 중시하던 우리 모습에서 이제는 교육만을 중시하는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저자가 스머프 마을 같은 학교를 제시할 때 감동받지 못하고 추위, 불편, 공사비, 형평성을 핑계대는 교육부의 태도는 무한 경쟁사회에 살아남기 위한 교육만을 중시하는 우리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삶 속에는 변화하는 환경인 '자연'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본능적으로 그런 환경과 공간을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아이들을 실내공간에 가두다 보니 그들이 갈 수 있는 변화의 공간은 게임 같은 사이버 공간밖에 없는 것이다.(36쪽)

대한민국의 학교 건축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의 학교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도전 정신이 없고 전체의 일부가 되고 싶어하는 국민만 양산할 것이다.(51쪽)

 

중학교에 올라간 조카에게 "학교는 어때?"라는 질문을 하니 "학교 가기 싫어!"로 답하는 조카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학교는 친구를 만나고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는 장소여야 하는데 꿈이 그려지지 않는 학교는 갈 맛이 안나고, 집에 와서 숙제와 과외 공부 외에 자기 주도적인 공부는 해 본 적이 없이 사이버 공간에만 매달려 사는 현대 사회 학생의 전형적 모습을 보이는 조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참고로 조카는 중1 현재 건축가가 꿈이다. 저자의 12년의 학교 공부가 끝나면 두부를 주어야 한다는 말은 지나친 말이 아니다.

 

모든 공간이 인공적으로 조절된 공간에서 지낸다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격리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여름철에 땀 안나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방에서 지내다가 땀을 흘리려고 다시 사우나를 찾는 것이 우리다. 우리가 지금 등산을 자주 가고 골목길 상권을 찾는 이유는 이런 자연이 있는 외부 공간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124쪽)

 

저자가 말하는 좋은 도시 건축은 경계 없이 하나로 소통되는 도시와 건축물, 휴먼스케일을 느낄 수 있는 사람 중심의 공간인 골목길, 변화하는 자연에 길들여진 인간이 걸어서 찾아갈 수 있는 공원들, 자연을 이기는 건축이 아닌 자연과 조화로운 건축, 그리고 다양성과 균형 등이다.

저자는 건축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망하지만, 권력을 과시하는 건축행위가 심해져도 문명이 망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건축물과 권력과의 상관관계를 공을 들여 설명하는 데 과거에는 권력이 소수에 집중되었다면 현대는 다수가 권력을 행사하는 시대다. 이 시대가 만들어갈 건축물은 저자의 말대로라면 나 혼자 잘났다고 하는 과거의 건축물과는 달라지지 않을까. 저자가 지향하는 라디오 스타 건축물이 앞으로는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저자의 책을 읽으면 미래에 대해 기대하게 되고 희망을 갖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본능을 따르는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살 길을 찾게 마련인 것이다. 촛불혁명은 우리나라 역사의 터닝 포인트라는 생각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평화적으로 외치며 한 사람이 권력을 좌우할 수 있는 시대를 벗어났음을 천명한 것이니 말이다. 이런 국민이 만드는 도시, 건축물, 공간도 과거와는 다를 것이고 좀 더 사람이 살기 좋은 아름다운 도시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스머프 마을 같은 학교도 멀지 않은 미래에 볼 수 있게 될 것같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