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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해의 책 2019
[예스리커버] 앵무새 죽이기

[도서] [예스리커버]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저/김욱동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존엄성은 한 개인은 가치가 있고 존중 받고 윤리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를 타고 났음을 나타낸다고 위키백과는 말한다. 나는 이 인간 존엄의 의미를 애티커스 핀치만큼 잘 실천하는 캐릭터를 보지 못하였다. 타고 났다는 말이 무엇인가. 그것은 어느 누구라도 예외 없이 존엄성을 갖는다는 말이다.

앨라배마주 메이콤군의 군청 소재지 메이콤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 수다쟁이이거나(스테퍼니 크로포드 아줌마), 고집불통이거나(듀보스 할머니), 가난하거나(커닝햄 집안), 술주정뱅이이거나(돌퍼스 레이먼드), 잘난척을 하거나(알렉산드라 고모), 무식하거나(밥 유얼), 무엇보다 흑인이거나 혹은 백인이거나 불문하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좋은 점을 찾을 수가 없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일지라도 존엄하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스카웃(진 루이즈) 핀치의 6살 여름에서 8살 10월 31일 할로윈 데이까지를 성인이 된 스카웃이 회상 형식으로 들려준다. 마을 길 모퉁이에 부 래들리가 사는 집이 있긴 하지만, 다양한 개성을 지닌 마을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평화롭다. 부(아서) 래들리는 집안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는 어른 남자로 항간에 떠도는 소문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스카웃, 젬(제러미 애티커스 핀치 스카웃과 4살 터울의 오빠), 딜(여름마다 이모 레이철 해버포드 댁에서 보내는 스카웃보다 한 살 많은 남자 아이), 세 꼬마들에게 부 래들리는 초미의 관심사로 어떻게 하면 부 래들리를 한 번 볼 수 있을지, 밖으로 나오게 할지를 궁리한다. 부 래들리는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지만 부 래들리가 우울증이라든지, 대인기피증이라든지 하는, 즉 어떤 병이나 사정이 있는 것인지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겐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비로운 인물이다.

스카웃이 8살 되는 해 봄 메이콤에 강간 사건이 벌어진다.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 청년이 메이엘라 바이얼릿 유얼이라는 백인 처녀를 강간했다는 것이다. 스카웃과 젬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는 톰 로빈슨의 변호를 맡는다. 메이콤군 사람들에게는 물론 아이들의 고모인 여동생에게서도 흑인을 변호하는 일로 비난을 받는다. 애티커스 핀치의 변호는 톰 로빈슨의 무죄를 입증했고 젬과 스카웃, 딜은 승리를 확신하지만 1930년 중반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재판은 톰의 패소로 끝이난다. 그리고 흑인을 변호했고 재판중에 밥 유얼이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으로 애티커스 핀치는 협박을 받는다. 톰은 교도소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죽음을 맞고 모든 것은 그렇게 일단락 되는 듯 한다. 하지만 10월 31일 할로윈 데이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스카웃과 젬을 누군가가 공격한다. 이제 겨우 8살, 12살의 아이들의 목숨을 노린 것이다. 할로윈 분장으로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스카웃이 느끼기에는 네 명이 나무 밑에 있었다는 것으로 술 취한 남자, 밥 유얼, 젬 그리고 젬을 돕는 남자 이렇게 넷인 것 같다. 젬을 돕는 남자는 젬을 돕는 과정에서 유얼을 죽이게 된다. 젬을 들쳐업은 남자를 쫓아 스카웃은 허겁지겁 집으로 간다. 가족 모두가 놀라고 의사와 보안관이 온다. 그 동안 방 한쪽에 젬을 도운 남자는 조용히 서있다. 스카웃은 알 수 있었다. 그가 바로 아서 아저씨라는 것을 말이다. 스카웃이 언젠가 현관에 앉아 있을거라던 그 공상을 떠올린다.

"한창 내리는 가랑비에 가로등이 뿌옇게 보였습니다. 집으로 오는 동안 나는 나이가 부쩍 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514~515쪽) 젬은 팔이 부러져 잠들어 있고, 스카웃은 부 래들리를 에스코트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이 부쩍 큰 것을 느낀다.

 

"무슨 영문인지 딜이 갑자기 울기 시작하더니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소리를 죽여 울더니 나중에는 발코니에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들릴 정도로 흐느껴 울었습니다."(366쪽)

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인 재판과정에 나오는 장면으로 내게 당혹감을 준 장면이다. 돌퍼스 레이먼드는 "너희들은 낯가죽이 두껍지 않아. 그래서 구역질이 나는 거지?"라고 말한다. 재판을 지켜보던 딜은 길머 검사가 흑인 피의자를 대하는 부조리한 모습에 구역질을 느끼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린다. 나는 딜과 함께 울지도 구역질을 느끼지도 분노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야기에 몰입해 다음은? 다음은? 하며 재미있게 읽어내려가다가 이 9살 소년의 눈물에 당황하고 말았다. 난 나쁜 돌퍼스 레이먼드의 말에 따르면 낯짝이 두꺼워진 것이다. 나쁜 돌퍼스 레이먼드도 딜의 눈물의 의미를 안다. 딜이 느끼는 구역질의 의미를 안다. 이 돌퍼스 레이먼드가 밥 유얼이 젬을 공격할 때 그 자리에 있던 술 취한 남자, 보안관 헥이 잭 나이프를 압수한 남자로 추측된다.(내 생각에는) 내게도 부조리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며 진저리를 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인데 딜의 눈물은 나를 돌아보게 했다.

주인공은 스카웃이고 스카웃의 시선으로 메이콤이 그려지지만 이 이야기 속에 단연 눈에 띄는 캐릭터는 쉰을 바라보는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이다. 딜은 말한다. 거짓말을 하고 딸을 술에 취해 때리는 밥 유얼을 대할 때도, 톰 로빈슨을 유혹하고 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메이엘라 유얼을 대할 때도, 길머 검사처럼은 하지 않았다고. 모디 앳킨슨 아줌마의 표현으로 큰길에 있을 때나 법정에 있을 때나 늘 한결같은 사람, 어른을 대하거나 어린이를 대하거나, 흑인이거나 백인이거나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다. 인간 존업이 무엇인지,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사람이다. 어릴적 '큰 바위 얼굴' 같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오다 이제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자고 생각하는데, 애티커스 핀치는 닮고 싶은 인물이다. <앵무새 죽이기>는 인간 존엄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멋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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