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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도서]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저/이원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오해했다. 발자크 시대, 유럽에서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가 만난 에피소드를 그린 이야기인가?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일까하는 생각으로 (이런 생각이 문득 스치듯 지나갔다... 나이가 좀 있는 발자크와 작은 동양 소녀의 만남?... ㅜ.ㅜ;;;) 책을 구입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나라의 역사나, 한 개인의 역사나 살아가는 동안 고단한 시기는 누구에게나 한 번 쯤 혹은 그 이상 있는 것같다. 그런 시간을, 짧거나, 혹은 지속되는 그 고단한 시기를 어떻게 견뎌내는가는 모두 개인의 몫이기도 하지만, 힘이 되어주는 , 한줄기 희망을 갖게 하는 타인이 존재하는 것 같다. 서로 함께 하기에 고단함 속에서도 기쁨을 느끼고, 사랑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것같다.

이야기는 중국 마오시대 문화대혁명 기간에 산골에서 재교육을 받게 된 열일곱 살의 주인공인 화자와 한 살 많은 '뤄'의 이야기이다. 이 둘의 부모는 부르조아 지식인으로 낙인 찍힌 의사로 주인공이나 뤄는 재교육이 끝나 도시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 

이 둘이 재교육을 받는 곳은 '하늘긴꼬리닭' 산이다. 이 둘이 오기 전에는 마을에 시계라는 것도 없어서 뤄가 가지고 있는 수탉이 초침을 움직이는 작은 자명종이 일하러갈 시간인 9시를 가리키기를 기다리며 둘이 머무는 거처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고 이 마을 사람들에겐 주인공이 가지고 온 바이올린도 처음 보는 물건이다. 이야기의 처음은 바이올린이 불타 없어질 위험에서 시작한다. 모짜르트 소나타를 연주하는 주인공. 촌장은 소나타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음악의 제목을 재차 묻는데 뤄는 기지를 발휘해 바이올린을 구한다. 그가 말한 제목은 '모짜르트는 언제나 마오 주석을 생각한다'.

매일 작은 수레도 올라갈 수 없이 가파른 산을 똥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몸을 타고 흐르는 똥지게를 지고 산을 올라 농사일을 해야 하는 곳. '하늘긴꼬리닭' 산골. 이들에게 어떤 희망이 존재할 수 있을까. 뤄는 잠못이루는 밤을 주인공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부탁하며 밤을 지샌다.

이 마을 사람들은 영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는데 둘에게 영화 이야기를 듣던 촌장은 영화가 상영되는 작은 도시인 용징으로 둘을 보내 영화를 보고 오게 한다. 둘은 촌장이 손에 들고 있는 뤄의 자명종 시간에 맞춰 '구전영화'를 마을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뤄는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관객의 얼을 빼놓는다. 이를 계기로 이들에게 영화를 관람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 일에 보수를 받고 주기적으로 하게 된다. 모든 문화와 등을 진 두메산골. 이 둘의 삶에 일어난 기적같은 일일 것이다.

기적과 같은 일이 또 있었는데 같이 재교육을 받는 옆 마을의 청년 중 '안경잡이'라는 친구가 비밀스럽게 감추고 있는 서양문학책이다. 그중에 발자크의 <위르쉴  미루에>라는 책을 얻어읽게 된다. 이 책은 둘의 삶을 흔들어 놓는다. 책에서는 "~ 나에게 욕망과 열정과 충동과 사랑에 눈을 뜨라고 말하면서, 그때까지 고지식한 벙어리에 지나지 않던 내게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80~81쪽)고 말한다.

둘은 안경잡이의 다른 책을 얻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지만 안경잡이가 재교육을 떠나게 되는 날에서 기회가 온다. 결국 안경잡이의 감춰진 책들을 모두 얻게 되고 문학은 그들을 꿈꾸게 한다.

뤄와 주인공은 재봉사의 딸인 바느질 처녀와 사랑에 빠진다. 바느질 처녀의 연인이 된 것은 뤄이다. 뤄는 안경잡이의 책들을 바느질 처녀에게 읽어주며 그녀를 개화시키려고 한다. 바느질 처녀는 뤄가 읽어주는 그 문학들을 통해 변해가지만 뤄의 뜻대로는 되지 않는다. 바느질 처녀는 뤄에게 남지 않고 대도시로 떠나간다.

이 책은 유머와 위트로 가득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고단한 삶을 지속해야 하는 두 소년을 청년으로 성장시키고 삶을 버텨내게 하는 것은 문학과 사랑과 우정이었다. 내 삶에서도 문학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견기기 힘들었던 시기에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해주었다. 마오 주석의 문화대혁명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토록 반대하 던 것들의 영향력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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