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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 혼자 사는데 남자가 미친 놈 마냥 소리를 질러대고 우니까 얼마나 무서워했게요.”

“네. 좀 무서웠어요.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정말 끔찍한 비명을 질러대곤 했는데, 한두 시간은 내내 질러대는 것 같았어요. 우는 것 같았어요. 가끔 혼자서 소리를 지르며 뭐라고 말을 하는 것도 같았는데 잘 들리지는 않았어요.”

  윤은 고통에 찬 사진 속 얼굴을 떠올렸다.

“혹시 그 이유를 아시나요?”

“아뇨. 한 일 년 전에 이사 왔는데 그땐 인사도 잘 하고 말도 잘 걸고 그러는 게 저는 좀 싫었어요. 지분거리는 것 같아서. 그래서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고 일부러 좀 냉랭하게 굴곤 했는데, 그런데 갑자기 3개월 전부터는 … 그랬어요. 네 ….”

  윤은 어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우울증이 아니라 어떤 이유가 꼭 있을 것 같았다.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지만 싱크대 상부에는 유통기한이 충분한 인스턴트 식품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곧 정리될 이 곳에서 어떤 단서가 있기를 바랐지만 그 이상은 알 수 없었다.

 

  최 작가의 출판기념회장은 명성만큼 화려했다. 정식 행사가 끝나고 최 작가 주변으로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우리는 감정을 잘 표현하는 시대를 살지 못했죠.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하면서도 재치 있고 세련된 모습들을 볼 수 있죠. 하지만 젊은이는 노인의 지혜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자만과 주체 못하는 열정이 저지르는 우를 조율해주는 것은 노인의 지혜입니다. 젊은이는 신을 믿지 않지만 노인은 삶의 곳곳에 신이 존재함을 일깨워줍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주연은 기자들 무리에서 떨어져 서있었다. 기자들이 저마다 다양한 질문을 하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사이로 최 작가는 주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셨어요?” 하며 주연은 최 작가와 악수를 했다.

“작가지망생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옆에서 다른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작품을 마음만큼 잘 쓸 수 없다고 초조해할 것 없습니다. 작가가 크면 작품도 큽니다. 그것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자라나는 것이죠. 하지만 스무 살 젊은이가 보는 세상 그 나름대로, 또 고희를 앞둔 노인이 보는 세상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언제나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입니다. 어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냐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애정입니다. 아름다운 것은 누구나 사랑하기 쉽습니다.”

  주연을 비롯한 기자들이 존경 어린 눈빛을 보내며 작게 박수를 쳤다.

 

  윤은 공문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서장은 과장 사무실을 가다가 윤 옆에 멈춰 섰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내버려둬. 흐르는 물을 막을 수는 없어. 작은 일에 매달리면 성공할 수 없지. 큰 사건들이 산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록 지구대팀장이 경위지만 숙련된 선배를 무시해서는 안돼.” 서장은 윤의 신청서를 집어 들고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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