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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번째는 맞지 않았다. 윤과 남자의 싸움은 끝이 날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남자는 마구잡이로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윤은 각종 무술의 유단자였지만 남자에게 밀렸다. 흠씬 두들겨 맞은 윤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유유히 사라지는 남자를 다시 쫓을 수 없었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대자로 누운 윤은 보지 못한 파일에 대한 궁금함보다도 왜 진의 병원기록을 훔쳐갔는지가 더 궁금했다. ‘오늘은 모든 것을 놓치기만 하는 날이다.’ 윤은 진의 집을 침입한 자를 놓친 것부터 오늘 일이 자신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곧 곤한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어제의 피로 탓인지 윤은 늦잠을 잤다. 그를 깨운 것은 주연의 전화였다. 침대에서 일어나 벽을 향해 프로젝션했다.

“응”

“응? 응이 뭐야? 아직 출근 안 했어?” 신문사 2층 로비에서 난간에 기대있는 주연이다.

“응.”

“잠 좀 깨. 자기.” 주연의 휴대폰 액정에 눈을 비비고 있는 윤의 얼굴이 들어왔다.

“응. 알았어. 잠 다 깼음!” 갑자기 기합을 넣듯 윤이 말했다.

“자기 요즘 다른 데 정신 팔고 다니는 거 아니야?”

“내가 자기 말고 정신 쏟을 데가 어디 있어. 그런 거 없어.”

“얼굴은 그게 뭐야?”

“응, 어제 그 왜 그 광복절에 죽은 사람,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 뭔가가 있어.”

“자기 그 일 하지마. 더 이상 그 일에 매달리지 마. 이미 종료된 사건에 매달리지 말라구.”

“괜찮아. 조금 다쳤지만, 괜찮아. 뭔가 나를 끌어당기는 게 있어.”

“그 일 때문에 더 다치면 어떻게 해. 그만 둬.”

“그래, 알았어. 그만 둘게. 걱정하지 마.”

“그래. 약속이야. 내 말 들어야 해. 저녁에 집으로 갈게.”

  주연은 윤과의 전화를 끊었다. 사진 기자와 회정이 계단 앞에서 주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은 선배가 잠복 중인 곳으로 바로 갔다. 오늘은 계속 이곳에서 보내야 한다. 차 안에서 지루한 기다림을 하는 동안 계속 병원에서의 남자는 누구인지, 진의 집에서 나간 자는 누구인지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으으으” 뭐라 할 수 없는 의성어가 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지겹지? 교대로 편의점에 가서 차라도 마시고 올까?”

“아니, 지겨워서는 아니고, 그래요, 선배. 먼저 다녀오세요.”

  편의점은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커피 머신이 설치돼 있어서 바로 뽑아 내린 원두를 손님이 직접 뽑아서 마실 수 있었다. 동전을 넣자 일정량의 커피가 분쇄기 안에서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커피 향이 밖으로 번져 나왔다. 커피 향이 윤의 마음을 조금은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종이컵 안으로 뜨거운 증기와 함께 커피가 뿜어져 나왔다. 커피를 마시며 주연의 말대로 이 종잡을 수 없는 사건은 그만 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무실로 들어서는 둘은 그 지루한 기다림으로 조금 지쳐 보였다. 윤은 책상 위에 놓인 하얀 메모지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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