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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접혀있는 조금 큰 종이였다. 단순한 메모가 아닐 거라는 예감이 윤의 뇌리를 스쳐갔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고 책상으로 다가갔다. 메모장을 집어 들었다. 시간과 약속 장소가 적혀 있었다. 윤도 잘 아는 카페였다.

“이 메모 누가 적어놓은 거죠?”

  윤의 질문에 그저 자기 일만 하거나, 모른다며 고개만 가로 저을 뿐이었다. 누가 이 메모를 남겼는지 알 수 없었다.

  윤은 카페 앞에 차를 세우고 차 안에서 카페 안을 살펴보았다. 어두운 조명 아래 피사체는 뭉뚱그려 보였다. 차에서 내려 천천히 카페로 향했다. 그때 카페 안에 한 그림자가 창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윤은 그 자와 눈이 마주쳤다. 진의 집에서 마주쳤던 자다. 그때와 같은 복장으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윤은 나오는 사람들을 헤치고 카페 안으로 뛰어들었지만 그 자는 보이지 않았다. 건물 안쪽으로 통하는 뒷문이 눈에 들어왔다. 윤은 뒷문을 향해 가는데 쇼윈도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창밖에 서있는 그 자의 모습이 보였다. 윤이 다시 앞문을 향했다. 그때 그 자가 손가락으로 창가 테이블을 가리켰다. 윤은 그 자가 가리키는 테이블을 보았다. 무언가가 놓여있었다. 윤이 다가가 그것을 집어 들었을 때 쇼윈도 밖의 사람은 사이클을 타고 사라져버렸다. 윤은 그 뒷모습만 보고 있다가 체념하는 듯 고개를 젓고 테이블에 앉았다.

  편한 자세로 앉은 윤은 커피를 먼저 시키고 커피가 오기를 기다렸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잔을 내려놓고 놓여있는 두 권의 노트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보통 노트보다 작은 노트였다. 그 위에 메모가 붙어 있었다. 메모를 뜯어내 펼쳐 보았다.

“나비의 원혼이 편히 잠들기를 바라며….”

  뜻을 알 수 없는 간략한 메모였다. 노트를 살펴보았다. 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진의 일기장이었다. 윤은 다시 노트를 덮었다. 두 권의 노트를 바라보며 남은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다시 이 노트를 펼치는 순간에는 윤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지 모르는, 다시 빠져 나오기 힘든 어떤 일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은 입을 꾹 다문 체 테이블에 놓인 노트를 바라보았다.

 

  윤이 집에 들어섰을 때 윤이 좋아하는 된장찌개의 구수한 냄새가 먼저 그를 맞이했다. 주연은 요리를 하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돌아보지도 않고 요리를 하던 주연이 갑자기 돌아섰다.

“그 일 손 뗀거지?”

“어떤 일?” 하고 되물으며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잡동사니들 사이로 노트 두 권을 섞어 넣었다.

“정말 그만 둔 모양이네? 그 광복절에 죽은 사람 말이야. 눈빛이 이상하다는.”

“응.” 하고 윤은 식탁으로 와 앉았다.

  주연이 돌아갈 때까지 윤은 진에 관한 어떤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자신이 겪은 일들,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어온 두 권의 일기장에 대한 그 어떤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을 지 모르는 일을 주연에게 꺼내 공연히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주연은 안심한 듯 밝은 얼굴로 윤에게 작별 키스를 하고 돌아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책상에 놓아둔 일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다시 그 메모를 펼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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