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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줌마 왜 이래.”

“놔둬요! 저희 엄마에요.” 하고 힘 있게 나이든 여자를 붙잡은 진에게 젊은 여자는 달려들어 말렸다.

“아니, 전 도와드리려고.”

  나이든 여자는 여전히 욕을 해대며 흩어져 있는 식기들을 치웠다. 젊은 여자는 진 때문에 그친 식기 세례에 인사도 없이 나이든 여자의 욕을 들으며 식기 치우는 것을 도왔다. 진은 그 사이에 서서 알 수 없는 슬픔으로 울었다. 동이 트려는 때에 하루를 마감하는 포장마차를 하는 모녀는 하루 동안 많은 일들을 겪었고 아주 사소한 일로 싸움을 시작했다. 딸을 향한 욕은 푸념으로 바뀌어 있었고 그 소리는 그 자체로 고단한 삶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라고 말하면 ‘아’가 아니라 그 인생 역정이 고스란히 담긴 소리였다. 진은 그 자리에서 포장마차를 끌고 모녀가 사라질 때까지 서서 울었다.

 

  윤은 몇 페이지를 건너뛰었다. 그 사이는 진의 행적을 알 수 없는 진의 사유들이 적혀있었는데 대부분은 그저 그런 사유였지만, 간혹 잠언이 될 만한 통찰을 보이는 몇 줄이 들어있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산발적으로 작품 구상 등을 적어 놓은 완성되지 않은 문장들이 섞인 난해한 글들로서 제 3자가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어려운 글들이었다. 다음 여름까지도 진은 한 편의 작품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진이 친구 성영을 만난 장소는 동네 편의점이었다.

 

  진이 사겠다고 했지만 괜찮다며 성영이 먼저 꺼내든 돈을 점원에게 건넸다. 진은 손에 컵라면을 들고 있었다. 계산을 하기 위해 들고 있었지만 돈을 먼저 꺼낼 수 있었던 것은 손이 빈 성영이었다.

“머리 모양이 바뀌었어요?” 진이 점원 아가씨가 계산을 하는 동안 말을 건넸다.

“네. 한번 바꿔봤어요. 어때요?” 점원 아가씨는 진의 물음에 쑥스러워 하면서도 진의 의견을 꼭 듣겠다는 듯이, 아니, 진의 의견이 중요한 듯이 물었다. 성영은 점원이 건네 준 잔돈을 받아들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곳으로 갔다.

“훨씬 잘 어울리네요. 예뻐요. 짧은 옆머리 사이로 귓볼이 보이는 게 섹시하네.” 점원 아가씨는 진의 대답에 얼굴이 빨개지며 웃었다.

“저 지난 번에 빌린 책 아직 다 못 읽어서 어쩌죠?”

“괜찮아요. 언제든 읽고 돌려만 주면 돼요. 읽을만 해요?”

“조금 ….”

성영은 벌써 컵라면 뚜껑을 열고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진은 그제야 뜨거운 물을 담으며 말했다.

“쟤 어때?”

“뭐가?”

“저 점원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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