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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뭐.”

“용량은 부족해 보이는데, 백치미가 있지 않냐?”

“응, 좀 그러네.”

진과 성영은 점원 아가씨를 곁눈질하며 낄낄거렸다.

“체코 여행은 어땠어?”

“좋았지. 여행가서 청혼했어. 갔다 와서 상견례도 했고.”

“그래. 잘 됐네. 교사라고 했지?”

“응. 넌 작품은 잘 쓰고 있어? 언제쯤이면 내가 니 작품을 읽어보겠냐?”

“너까지. 쓰고 있어. 안 그래도 형이 어제 그러더라. 정말 되기는 되는 거냐고.”

“그래서 뭐라고 했어.”

“뭐, 열심히 쓰고 있다고.”

“쓰고 있어?”

“아니.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냐? 쓸 거야. 있잖아. 새로 또 하나 구상했거든. 이번엔 휴먼 코미디야. 하류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삶과 코미디거든.”

“먼저 쓴다고 한 건?”

“글쎄 이것 먼저 들어봐.”

 

  윤은 일기를 덮었다. 이 일기에서 무엇을 찾아낼 것인가. 아니, 무엇을 찾아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자는 왜 자신에게 일기를 건네주고 갔는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여기저기 뒤적이며 이해할 수 없는 작품 구상 등과 난해한 사유들을 읽느라 그대로 밤을 새우고 만 것이 조금 억울해졌다. 윤은 일기를 책상 위에 던져 놓고 출근 준비를 했다. 어떤 무시무시한 사건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허물어졌다. 어떠한 실패도 염두에 두지 않은, 재능은 부족했지만 자신감은 넘쳐 났던, 작가가 되기를 꿈꾼 한 청년의 일기. 윤을 붙잡았던 그 이상한 눈빛의 원인이 물색 모르는 허세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0년 초의 화이트칼라 범죄율 17%라는 데이터는 현재 25%에 달하고 있다. 사실 현대 사회의 화이트칼라 범죄나 지능범죄는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이지만 눈앞에서 벌어지고도 범죄로 인식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뇌가 아직도 천둥과 번개라는 구석기시대 공포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선혈이 낭자한 살인이나 칼이나 무기를 든 강도, 강간 같은 구석기 시대 범죄는 범죄로 인식하면서도 화이트칼라 범죄나 지능범죄에는 무딘 반응을 보인다. 사실 지능범죄나 화이트칼라 범죄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 큼에도 말이다.

  윤은 해킹 프로그램으로 도메인을 훔쳐 단기간 동안 유명 사이트 주인 행세를 하며 억대의 돈을 챙겨온 범인을 쫓고 있었다. 여러 사이트로 옮겨가며 도메인 주인 행세를 해온 범인들은 일정한 사무실조차 두지 않고 차로 옮겨 다니며 범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8톤 탑차가 가득 주차된 주차장에 잠복했다. 그들은 며칠 째 그 안에서 생활하면서 화장실조차 가지 않는 듯 보였다. 몇 달째 일을 하지 않고 있는 탑차는 여러 대였다. 그 차들은 수시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저 차인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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