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교과서가 하나 있었다.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받았던 이 교과서는 분명 교과서가 맞는데 수업시간에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교과서 주제에 확고한 팬들을 거느리고 있어서, 모서리가 닳을 정도로 열심히 보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무엇을 가리키는지 짐작이 가시는가? 답은 물론 지리부도다.
지금 생각하면 학교는 학생들을 통제하는 데 특화된 곳이었고, 머나먼 곳들을 보여주는 지도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