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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퍼플

[도서] 컬러 퍼플

앨리스 워커 저/고정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p.68 한 달 넘게 잠을 잘 못 자고 있어요. 최대한 늦게까지 잠을 안 자고 있다가 ○○씨가 비싼 등유를 낭비한다고 잔소리하면, 우유와 입욕제를 넣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뒤 베개에 위치헤이즐을 조금 뿌리고 커튼으로 달빛을 가려요. 때로는 두어 시간 정도 선잠이 들어요. 그러다 진짜로 푹 잠이 들 때쯤 깨어나요.

다양한 색감과 색다른 소재들로 찬찬히 펼쳐지는 배경 묘사와 함께 기묘하고 어여쁘고 끔찍한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건조하고 짧은 문장들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나싶다가 갑자기 충격적인 상황으로 이끌 때 깨닫는다. 나도 이러한 폭력이 일상인 세상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지금도.

 

p.45 네티는 싸우고 달아났어요.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저는 싸우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해요. 하지만 살아 있죠.

주인공인 샐리를 둘러싼 수 많은 인물들. 여동생인 네티와는 함께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전우애로 가득찬 연대가 나타난다. 대조적으로 ○○씨로 표현되는 남성 인물들 같은 장치들은 작가의 메세지가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어떤 이들의 이름이 나의 삶에도 기억되는 걸까. 어떤 이름들이 지워지는가.

 

p.72 지상의 삶은 금방 끝나. 제가 말했어요. 천국은 영원하고.

신에 대한 이야기도 드문 드문 등장하는데, 신을 따르는 것과 신의 축복이란 무엇일까. 그 모든 여정을 겪어야만 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운을 발견해내는 극 중 인물들과 신은 얼마나 가까이 있는 걸까. 

 

p.354 사실 그들이 이 세상을 너무 많이 파괴하고 유색인종을 너무 많이 죽여서, 지금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듯 모두가 그들을 미워하게 될 거래요. 그런 뒤에 그들은 새로운 뱀이 된대요. 백인은 지금 우리한테 하는 것처럼, 발견되는 족족 백인 아닌 사람들 손에 죽을 거고요.

인간이 행하지 못할 복수를 신은 행하는 걸까. 기후위기 시대에 유럽은 산불과 폭염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야..정말 기후위기가 심각하긴 심각하구나..하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이미 죽어나가고 있는, 탈출하고 있는 남태평양의 많은 섬들의 주민들을 보지 못한다. 미디어는 누구를 보여주는가.

 

p.364 나는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건 질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질문하기 위해. 묻기 위해. 그리고 큰 문제들에 대해 의문을 품고 질문하다보면 우연처럼 작은 것들에 대해서도 알게 돼. 하지만 큰 문제들에 대해서는 애초에 시작했을 때보다 더 많은 걸 알 수가 없어. 게다가 질문하면 할수록 더 많이 사랑하게 돼. 그가 말했어.

삶을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더 많은 걸 모르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더욱 삶을 사랑하게 되나보다. 예전보다 더더욱 잘 살고 싶은 에너지가 샘솟는다. 예전보다 더더욱 조용해진다. 좀더 받아들이는 내 삶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신이 함께하는 인생인 것일까. 생명의 근원이라는 신을 믿거나 말거나, 나의 삶을 조금씩 더 사랑하게 되니까.

 

p.381 나는 큐리어스Curious.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한자리에만 있을 수 있겠는가? 나한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p.381 보라색은 어디에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고통 속에서도, 차별 속에서도, 억압 속에서도 세상 곳곳에는 아름다운 보라색이 빛난다. 그것은 계시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 그것을 기뻐하는 것이 해방의 시작이라는 작가의 믿음이 너무 나이브하고 초점이 빗나간 것처럼 보이는가? 하지만 해방이란 억압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인 동시에 억압된 삶을 회복하는 것이고, 이는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사랑하는 능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 감수성과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문학의 책무일 것이며, 워커와 컬러 퍼플은 그 일을 아주 잘 해냈다.

고정아 번역가의 해설을 읽어보면 작가의 헌사가 와닿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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