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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의 인류학

[도서] 한의원의 인류학

김태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한의원의 인류학

 

'몸을 말하는 것은 세계를 말하는 것'

 

피부염으로 고생하던 사람이 병원에서 스테로이드 제재를 처방받고 피부에 적용하자 피부가 호전되었으나, 다시 재발하여 한의원을 전전하게 되었다. 어떤 곳은 배독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또 다른 곳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움을 강조했으며, 어떤 곳은 체질론에 근거해 의식주에 대한 처방을 주었다. 또한 치료가 진행되면서 치료 방식이 점점 달라지기도 했다. 2차감염으로 내원한 양의학 병원에서는 피부염의 가장 안전한 치료법이 스테로이드의 적절한 사용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해주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일관성이 있는 양의학과 대비되는 한의학에는 표준화작업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던 차에 한의원의 인류학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인류학자가 그 문화현장 자체에 직접 투입되어 머무르며 연구하는 인류학적 접근을 통하여 동아시아의 의료와 서양의 의료에서의 진단, 의학용어, 침, 약에 대한 관점을 관찰하여 기록한 책이다. 호모 메디쿠스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인간집단은 의료를 가지며 몸에 대한 의료에 대한 이해 방식은 인간존재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연결되어 있게 마련이며, 몸 밖 세계에 대한 이해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국은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공존하는 매우 특수한 공간이기 때문에 두 가지 의료 시스템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이를 비교분석하기 매우 매력적인 곳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환자인 우리는 다양한 의료시스템의 수혜자이기도 한 것이다.

<진단, 몸을 알다>

서양의학은 존재론적으로 확실하게 구체적 질병독립체를 상정하기 때문에 의사는 구체적 수치를 가진 정보의 제공자인 모니터를 보며, 환자는 의사를 본다. 동양의학은  '고정''독립된 대상'의 강조보다는 '흐름'과 '상황'에 관심을 가지므로 질병의 진단부터 두 의학은 큰 차이를 가지게 마련이다. 특히 일반적 통념으로 생각할 때 실체가 없을 것만 같은 ‘기’의 존재를 가정하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오해가 비롯되기도 하는 듯 하다. 의사는 목소리, 안색, 맥으로 기의 순조로운 흐름을 진단한다. 양방에서 의사가 모니터만 본다고 환자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며, 한방에서 더 성의있게 진료하는 것이라고 단순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진단에 대한 의학적 체계 자체의 차이가 그러한 것이다.

 

<의학용어, 몸을 말하다>

서양은 공간적 고정을 통해 의학적 용어로 지시하므로, 분명하고 구체적 느낌을 준다. 기하학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공간화로 병리해부학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해부학적 공간 위에 점찍기를 체계화하는 것이다. 당뇨병 진단을 위해 글루코오스의 농도를 측정하는 등 측정 대상을 고정시켜 가변성을 최소화 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환자들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의료인의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며, 신뢰도를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수치의 틀이 선행함으로 환자의 증상과 불편함은 수치보다 강조되지 않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동양의학은 지정이 불분명하며 순조로운 흐름의 흐트러짐에 용어를 붙인다. 고정된 공간을 상정하지 않으며 의 흐름에 주목하기 때문에 이를 잘 표현하는 묘사적 언어가 사용되면서 서양의학과 용어의 차이가 있게 된다. 여기서 진단하는 자가 진단 받는자를 보는 관점이 중요하게 된다. 환자들은 순조로운 기의 흐름과 기의 흐트러짐을 올바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동양의학을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로 느끼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부분을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흐의 작품과 연결지어 해석한 점이 흥미롭다. 고흐가 기하학과 원근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구도와 색감, 터치를 표한하듯이 동아시아의학의 표현 또한 기혈의흐름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를 알고 표현하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듯, 몸을 보는 방식도 하나가 아니다.”

이것이 서양의학과 동아시아 의학의 언어가 차이나는 이유이다.

 

<침, 몸의 가능성을 돕다>

 치료의 '치'는 원래 물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형상화 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본디 존재하는 생명의 순조로움을 다시 순조롭게 하기 위한 노력으로 몸 자체의 가능성에 관심을 가지는 방법이다. 스스로 운행하는 몸의 운행방식과 관련해 기가 흐르는 경락에 주목함으로서 우리 몸의 연결성을 드러내게 된다.

 

내추럴리즘과 아날로지즘

 

내추럴리즘은 세계를 자연과 문화, 자연과 인간으로 분절해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아날로지즘은 존재들의 기저를 흐르는 이체에 주목을 하는 것으로 음양, 사시, 오행, 주역 괘가 이 예시이다. 음과 양에 관한 대표적 오해는 대조나 위계관계이나, 실은 둘 사이의 상호작용이 더 핵심적이며 변주하는 특징이 있다. 사시와 혈자리, 경락, , 간은 얽혀 빽빽한 아날로지의 연결망을 이루며 관계성을 통해 흐름을 순조롭게 되돌릴 수 있으며, 침 치료는 아날로지즘의 특징을 충분히 활용하고자 한다.

 

<, 몸 밖 존재들이 함께 하다>

 

서양의학은 제약회사의 약품리스트에서 처방을 하는데 내추럴리즘에 바탕을 둔 몸에 대한 이해, 진단, 제약이 하나로 꿰어있다. 특히 약재의 성분분석을 중시하므로 대상의 일부를 추출해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양의학에서는 환자 상황에 따라 약재 조합이 달라지며, 가감이나 작방(처방을 직접 구성함)으로 처방을 조율하는 ‘비고정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비고정성’에 대한 인식 없이 한의학을 바라보면 한의학의 처방이나 치료방식에 굉장히 오해를 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동아시아 의학에서는 약성이라는 지식의 체계가 있음, 다양한 방향성을 알아 상황에 맞는 약을 쓰는 것이 본초의 체계인 것이다. 이것은 바로 인간과 식물이 맺는 관계에서 발현되는 상황과 관계성에 주목하는 행위이다.

  흐름을 강조하고 각 환자의 상황에 맞는 처방은 몸과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과 결속되어 있으며 몸, 진단, 처방이 하나로 꿰어 있다.

 

 기호에는 상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콘과 인덱스도 있다. 상징기호에 경도되어 아이콘과 인덱스 기호를 접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상징이 강조되어 비상징 기호가 힘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약성을 통한 앎에서는 본초식물이 보내는 비상징 기호를 취하는 것이 동양의학의 역할인 것이다!

 

 

의료에는 정답(正答)은 없고 정답(定答)만 있다.”

 

당뇨치료는 혈중글루코스 양의 조절이라는 지금 의학의 패러다임 또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되면 지금 우리가 맹목적으로 특정의학만 신뢰하고 특정의학을 불신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을 읽고 가장 큰 소득은 의료는 하나가 아니므로 정답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메를로-퐁티, 들뢰즈의 사고관처럼 이분법적 사고를 떠나고, 기존의 사유를 넘어선 복수의 표현방식의 인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헤게모니적 서구철학의 이해가 정답인 것 처럼 여겨지는 현실에서 서구철학의 이분법에 근거해 의학에서도 하나의 정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던 기존의 사고관이 철저히 깨진 것이 이 책을 읽고난 소득이다.

최근 대두된 환경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은 존재론적 위기이며 기존의 존재론을 재고할 것을 요청하는 위기이다. 뉴노멀 논의에서는 존재들에 대한 복수의 이해, 복수의 관계성을 인정한다.인간/비인간, 문화/자연의 분절을 넘어 비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과 문화에 대해 논의하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한의학의 표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독서는 오히려 한의학의 표준화가 아니라 의사가 환자의 흐름을 면밀히 이해하고, 상황과 병증, 증세의 전환에 따른 맥락에 맞고 가변적인 처방이 필요함을 깨닫게 해주었고, 나아가 팬데믹의 상황에서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하고 기존의 인식론을 재고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의료와 건강관련 서적을 꽤나 읽고 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교만을 철저히 깰 수 있었던 예상치 않은 책과의 만남으로 인식의 전환이 가능해졌다. 한의학은 왜 이렇게 뭔가 불분명할까라고 의심했던 사람들과 뉴노멀과 노멀너머의 세계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몸에 관한 진실은 하나가 아니며, 모든 진실은 복수인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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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어클럽

    peasollove님~ 시간 내어 책 읽어 주시고 좋은 리뷰 써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021.03.09 13:18 댓글쓰기
  • 리뷰어클럽

    peasollove님~ 시간 내어 책 읽어 주시고 좋은 리뷰 써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021.03.09 13:18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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