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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도서]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메흐틸트 그로스만,도로테아 바그너 공저/이덕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80이 넘어 내가 깨들은 것들

 

메흐틸트 그로스만 , 도로테아 바그너 지음

 

내가 학생일 때는 지나가던 학생만 보이더니, 부모가 될 준비를 할 때는 주변에 임산부만 보이더라. 부모가 되고보니 주변에 수 많은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의 시야에 크게 자리 잡지 않은 인생의 주기는 아직 내가 겪어보지 못한 노인의 세계이다. 이 책을 접하면서 아직 나의 시선과 관심영역에 크게 들어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며 언젠가 나의 시야를 가득채울 노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그저 ‘늙은이’라는 서랍에 가두어두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서랍 안에는 ‘나이는 들었지만 저분은 아주 우아하고 치열한 삶을 살고 있어.’와 같은 별도의 칸은 없어.’(p27)

 

 우리는 세상을 많이 아는 척 하지만 실은 내가 가진 프리즘으로 나의 방식으로 세상을 재구성해서 보고 있는 것이다.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은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 ‘대화를 할 때 천천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을 하고 살아왔다. 우아한 노인이나 정열이 넘치는 노인을 상상하지 못한 나의 스펙트럼에 대한 뒷통수를 제대로 맞은 느낌이다. 오늘부터 나는 ‘생기가 넘치며 오늘 아침 신문 한 코너의 어려운 퍼즐을 풀며 두뇌를 풀고나온 매우 지적인 노인’의 칸을 기꺼이 추가한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으로 가는 과정, 즉 타인의 보살핌을 받고 고통을 견뎌야 하는 일들이지 종말 자체는 아닌 것이다.(p97)

 

 열기 전까지 언제나 두근거림과 설렘만 있었던 인생의 여러 문들 중, 설렘이 아닌 마지막 문을 열 때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많이 슬프다. 잃어가는 시력탓에 누군가에게는 인사도 없이 지나쳐가는 쌀쌀맞은 노인네가 될 것이며, 저물어가는 청력을 뒤로 어떠한 대화에도 살짝 미소를 지어야하는 어색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인생의 마지막 시절이라니 참으로 얄궂은 인생이다.

 

 나 또한 우리 엄마와 할머니를 하나의 역할로서만 보았었다. 내가 그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였다. 그들의 삶을 내가 잘 몰랐고 이제 더 이상 알아볼 수 있는 기회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럽다. 엄마는 방과후에 연애편지를 받아봤어요? 춤출 때 즐겨 듣던 노래는 뭐에요? 몇 번이고 줄을 그으며 읽던 책의 제목은 무엇인가요? 그 모든 것을 더 이상 나는 물어볼 수 없다. (p105)

 

 하나의 역할로만 간주되는 수많은 인생의 역할 중 가장 쓸쓸한 모습이 노인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그것은 철저히 나의 서랍 속의 별도의 칸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주름진 그 얼굴을 보며 한 때 그가 열렬히 세상을 사랑했고 진취적으로 전진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한다. 마치 엄마랑 아빠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와 아빠였을 것 같은데, 어린시절 젊은 엄마와 아빠가 사랑을 해서 가족을 꾸렸다는 사실이 어색하게 다가왔던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게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 용기는 분명히 가치 있는 것이다. 나이에 대한 두려움과 그로 인한 결과를 극복할 때마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내 마음 속의 나는 전혀 늙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변했는가?(p15)

 

 인생의 절반정도 밖에 살지 않은 내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아직 젊음에 머물러 있지 못함을 깨닫고 깜짝 놀라게 될 때가 있다. 내 마음 속은 아직도 어제 10대, 20대 였던 것 같은데 외모와 용모는 자꾸 연식이 되어가는 것이다. 노인도 이런 생각에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재미 있기도 하고, 마음과 신체의 간극이 더욱 클 것을 생각하니 허망함과 쓸쓸함이 더욱 클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하다. 80대인 저자가 살아왔던 시대보다 나는 더욱 빨리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에 보조를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젊은 세대에게보다 나이든 세대에게 더욱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노년기기 되어서도 세상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기 위해, 또는 멀어지는 속도를 줄여 세상을 여전히 사랑하고 배움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 지금부터 계속 노력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이 책을 읽으며 이제 노년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부모님과 노년기가 될 나의 모습을 자꾸 생각해보게 되어 마음 한 편이 이상하게 먹먹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늘 성장과 전진이 있었던 인생에서, 한보씩 후퇴하고 느려지며 기능을 잃어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막연히 느껴보게 된다. 하지만, 여러 개인의 사회적 역할에 갖혀 있던 날들을 벗어나 인생의 노년기에서야 마주하게 된 진짜 자신, 그리고 여유와 지혜, 철학, 그리고 지난 한자락 했던 젊은 날들의 소중한 기억 뿐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소중함과 사랑스러움까지도 노년기의 즐거움임을 깨닫게 된다. 생애 전 주기 중 소중하지 않은 과정은 없다며, 모든 나이듬과 연로함 뒤의 그들의 삶을 젊은 내 잣대로 재지 말고 그들의 삶을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사고의 경직됨을 깨닫게되고 자연스럽게 나의 노년기를 상상해보게 된다. 아름답지 않은 순간은 단 하루도 없었으리라는 마음으로 나의 노년기를 누군가는 바라봐주었으면 좋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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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스블로그 YES블로그

    peasollove님~ 시간 내어 책 읽어 주시고 이렇게 좋은 리뷰 써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좋은 5월 보내세요 :)

    2021.05.06 13:08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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