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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저렉션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개봉일 : 2021년 12월

라나 워쇼스키

미국 / 액션,SF / 15세이상관람가

2021제작 / 20211222 개봉

출연 : 키아누 리브스,캐리 앤 모스,제시카 헨윅,닐 패트릭 해리스,제이다 핀켓 스미스,야히아 압둘 마틴 2세,조나단 그로프,프리앙카 초프라

내용 평점 2점

부활 실패.

 

 

영화 제목에도 걸려있듯, 3편에서 죽은 줄 알았던 네오가 다시 살아나는 이야기로 영화는 시작한다. 과연 어떻게 살려냈을까가 영화를 보기 전 가장 큰 기대 중 하나였는데, 정작 설명은 매우 간단했다. 놀라운 기계신님의 능력으로 죽을 뻔한 네오를 치료했다는 것. 여기엔 어떤 신비도, 안배도 없고, 그거 매우 기계적인 설명만 붙어있을 뿐이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성격을 설명해주는 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영화에 대한 평이 그리 좋지 못하다. 대개 그 이유는 전작, 특히 1편에서 보여주었던 깊이가 모두 사라져버리고, 껍데기만 남았다는 식이다. 나 역시 이 평가에 대부분 동의하고. 죽었던 네오가 부활한다는 엄청난 소재를 중심에 두면서도, 정작 영화의 전개와 결말 부분에서는 엉뚱한 내용을 들이밀고 있으니...

 

물론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만은 아니다. 감독이 늘 상상력으로 충만할 수는 없는 법이고, 20여 년이 흐른 상황에서 네오 역의 키아누 리브스도 언제까지나 뽀송뽀송한 젊은이일 수는 없을 테니까. 모피어스 역의 피시번이나 스미스 역의 위빙을 하차시키고 새로운 인물로 같은 역을 맡기려고 했다면, 차라리 키아누 리브스가 아닌 다른 배우로 새로운 네오’(네오라는 말 자체가 새롭다는 의미지만)를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그게 프리퀄이든 뭐든).

 

결과적으로 영화 속 네오는 부활했을지 모르나, 감독의 연출력은, 그리고 매트릭스 시리즈의 명성은 부활하지 못했다고 밖에...

 

 


 

 

 

상상력 고갈.

 

SF영화의 매력은 역시나 상상력이다. 우리가 일상 가운데서 경험해 보지 못한 광경을 영화적 기법을 통해 보여주면서 우와~’하게 만드는 그것. 매트릭스 1편이 꼭 그랬다. 인간을 에너지원 삼아 돌아가는 기계 왕국과 우리가 현실이라고 알고 있는 세상이 매트릭스라는 가상세계에 불과하다는 설명(요새도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와 비슷한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설명하는 영상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조금은 과장되어 보이긴 하지만 특이하게 느껴지는 액션신 등등.

 

그런데 이번 영화에는 그런 것들이 전혀 없다. 정말이다. 전혀 없다. 영화를 구성하는 재료들은 모두 전편에서 공개되었던 설정들과 장면들이고, 이제 늙어버린 배우들은 그나마 앞서의 장면을 똑같이 재현하지도 못한다. 이게 더 큰 문제인 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20여 년이 흐른 것처럼 영화 속 세상에서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점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 아무도 발전을 못했다는 건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만큼 좋은 판타지를 만들어 내는 일이 힘들다는 걸 보여주는 예가 되지 않을까 싶다. 톨킨 같은 위대한 작가도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엄청난 시간을 고민하고 공부하며 쏟아 부어야 비로소 이음새가 없는 온전한 세계를 만들 수 있었으니까. 인간의 상상력이 유한한지, 무한한지는 모르겠으나, 전작의 성공에 기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허술한 계획으로 명작이 나오지 못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가짜 신화.

 

C. S. 루이스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신화적 요소들과 기독교 사이의 일치점에 관해 흥미로운 설명을 한다. 기독교는 진정한 신화(가 현실이 된 사례)이며, 다른 문화권 속 신화들은 그에 대한 희미한 그림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통해 루이스는 비로소 기독교 안의 (그리고 그와 유사성을 지닌 유럽 신화 속) 풍성한 이야기들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저 기독교의 흔적만 가지고도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말이다.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매트릭스 1편이 보여주었던 풍성한 깊이는 (약간 과장된 해석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것이 취했던 여러 기독교적 요소들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믿음을 강조하고, 삼위일체와의 합일, 대속, 소망과 같은 주제들을 전면에 내걸었고, 이것들은 기독교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번 편에서 감독은 일부러 그런 요소들을 제거해버리고, 오로지 인간의 힘으로 구축할 수 있는 세계를 떠올리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그런 서사는 너무나 빈약했고, 사람과 사회에 대한 어떤 통찰력 있는 생각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저 절대자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고, 하늘을 무지개 빛으로 물들이자는 구호만 남았을 뿐이니까. 이럴 거면 지루한 엔딩 크레딧 이후에 나온 쿠키 영상처럼, 그냥 캣트릭스나 만드는 게 나았을지도..

 

 

영화는 그렇게 실패했고, 더 이상 후속편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워쇼스키의 이름으로는 나오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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