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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도서] 팡세

블레즈 파스칼 저/최종훈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수학과 물리학에 특별한 재능을 소유하고 있었던 파스칼은 기독교 신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당대 교회가 지니고 있던 문제에 대해 제법 깊은 사고를 했지만, 오늘날 그를 종교적 개혁과 연결시켜 떠올리지 못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 결국 어느 정도 당시 교회구조에 대한 순응으로 돌아섰던 인물이다.

 

팡세는 그런 파스칼이 남긴 아포리즘이다. 수백 개의 그리 길지 않은 경구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복잡한 전승과정을 거쳐서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렀다. 애초에 어떤 순서로 쓰여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서, 판본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나 같은 일반 독자들이야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지만, 연구자의 경우에는 의사소통을 위한 기본적인 장절 배치에 대한 합의가 안 되는 건 조금 난감할 듯도 싶다.

 

책의 전체적인 볼륨이 꽤나 크다. 그만큼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말인데, 각각의 항목이 논리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서, 아무 데나 펴놓고 읽기 시작해도 상관이 없다. 애초에 이 경구들의 정확한 순서가 확정이 안 되어 있으니, 전체 구조에서 뭔가를 얻으려 해봤자 소용이 없다. 주제별로 모아놓은 이 책의 구분에 따라 읽어갔다.

 

 

종교, 정확히는 기독교에 관한 내용이 참 많다. 당시의 철학이란 곧 기독교에 관한 내용이기도 했을 테니까. 뭔가를 깊이 사고하려면 교회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떠나기 쉽지 않았으리라. 그 외에는 귀족과 같은 지체 높은 이들이 보여주는 모순적 행태 등이 또 자주 발견된다.

 

파스칼은 가장 비판적으로는 건 허위의식이 아니었나 싶다. 그건 교회 안에서도 왕궁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것이다. 본질을 놓치고 껍데기에 집중하면서 벌어지는 모순은 우스울 지경이지만, 정작 그 안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보지 못한다. 물론 이런 문제는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약하고, 흔들리기 쉽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인간 본성에 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인간이 언제 자주 실수를 하는지, 어떤 착각을 하고, 무슨 약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놓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인간의 특별함을 믿고 있었다. 인간은 너무 많은 곳에서 약점을 지니지만,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특별한 자질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조금은 씁쓸하지만 위로가 되는 부분.

 

 

책의 상당부분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단편적인 단어와 문구들로 채워져 있다. 모든 부분을 꼭 다 읽어 내려가지 않더라도, 우연히 책장을 넘기다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을 만나기만 해도 좋을 듯하다. 두껍지만 너무 겁 먹지 말고 조금은 마음 편히 들춰봐도 괜찮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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