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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국가, 거란

[도서] 움직이는 국가, 거란

김인희 편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10세기 초반 중국의 장성 이북 지역에서는 거란족이 크게 세력을 떨친다. 당시 중국은 5대 10국 시대라고 불리는 혼란기였고, 거란족은 지리적으로 북쪽에 위치한 5대와 관계를 맺으면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한족들을 포로로 잡아왔고, 후진이 건국되는 과정에서 병력을 지원하면서 장성 이남 지역을 포함하는 ‘연운 십육주’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이 책은 약 200년 동안 존재했던 거란국, 또는 요나라에 대한 연구서다. 여러 명의 저자들이 참여해 각각 거란국의 외교, 언어와 문자, 행정기구, 학문(유학) 등을 살피고, 거란국이 가진 정통성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도 살핀다. 거란국에 대해서 매우 제한적인 정보만 알고 있었던 차에 꽤 흥미롭게 읽었다.

 

 

참고로, 이 거란국이 등장했을 시절 한반도에는 고려가 있었다. 왕건이 즉위한 게 918년이고, 야율아보기가 거란국을 세운 게 916년이니까 시기적으로는 거의 동시였다. 또,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드라마 “대조영”에서 대조영의 라이벌이었던 이해고, 그의 민족이었던 이진충, 손만영 같은 인물들이 거란족이었다는 것 정도를 알고 있지 않을까.

 

책은 이 거란국에 관해 몰랐던 다양한 정보들을 알려준다. 우선 흔히 아직 나라가 발전하지 않았던 시기에 ‘거란’이라는 국호를 썼다가 후에 ‘요’(대요)라는 이름으로 바꿨다고 알고 있었지만, ‘거란’이라는 국명은 거란족들 사이에서 계속 사용되었고, ‘요’는 한인들을 상대할 때 사용한 이름이라고 한다.

 

단지 나라 이름만이 아니라 거란국은 통치 제도에서도 이런 이원적 형태를 띠었다. 북부의 거런인들과 남부의 한인들을 다스리는 기구를 항상 두 개씩 만들었던 것. 독자적인 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거란문자(대문자와 소문자가 있었다!)를 만드는가 하면, 거란인들보다 높은 비율의 한인들을 통치하기 위해 유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거란국을 멸망시키고 그 자리에 들어선 여진족의 금나라가 100여 년을 지속했던 데 반해, 거란국은 200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외정책에 있어서 눈에 들어오는 문장은, 거란국은 한인왕조들에 비해 호전적이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물론 어떤 나라가 처음 세워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무력의 사용이 필수적이었지만, 일단 나라가 자리를 잡은 후 거란은 중원을 향해 정기적으로 침공해 들어오는 식의 다른 이민족들과 달랐다는 것.

 

연운십육주를 할양받은 후, 송나라로부터 매년 공물을 받는 조건으로 우호관계를 맺은 전연의 맹약 이후 거란국은 이 맹약을 대체로 잘 지켰다. 협정을 맺은 거란국의 성종과 송나라의 진종은 형제의 관계가 되었고(이 때 송황제가 형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나이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황제들의 관계도 여기에 근거해 서로의 족보를 정했다고 한다.

 

 

여러 명의 저자들이 각 분야를 나눠서 서술했지만, 참고했던 자료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인지 같은 내용이 반복해서 보인다. 총괄 편집자가 조금 신경을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같은 서술이라도 다른 분야에서 인용하며 분석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겠다 싶기도 하고.

 

책의 부제가 ‘거란의 통치전략 연구’이다 보니, 거란국이 어떻게 융성했는지에 관해서만 볼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있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거란을 다루는 책 자체가 적으니까, 이왕이면 거란의 쇠퇴기, 멸망에 관한 상세한 분석 같은 것도 있었더라면 좀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뭐 이 정도만 해도 감사하지만.

 

대표저자인 김인희의 다른 책을 보다가 여기까지 끌려(?)왔다. 앞으로도 몇 권은 좀 더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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