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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

[도서]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

술라이커 저우아드 저/신소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 중단된 삶

서두에 나오는 '그리고 너무 빨리 강을 건너가버린 모든 이들에게'라는 첫 문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22살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4년 간의 끝을 알 수 없는 투병 끝에 암 생존자가 된 '술라이커 저우아드'는,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게 그보다 더 불안한 또 다른 변화를 직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았다'고 말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더 불안한 또 다른 변화라니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의사가 백혈병 진단을 내린 지 겨우 마흔여덟 시간이 지났을 뿐이었지만, 이미 그 병명은 우리 가족의 삶을 좌초시키고 모두를 까마득한 함정 속의 낯설고 혼란스러운 세계로 떨어뜨렸다.'

 

'아무도 내게 뭔가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않는 건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환자의 세상은 다른 사람이 일 년 내내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가장 미워하는 사람에게도 차마 그런 고통은 기원할 수 없었다.'

 

'내 삶은 시작하기도 전에 끝났는데 다른 사람들의 삶은 이제 시작이라니, 말도 안 되게 불공평했다.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여기에 나는 갇혀 있다.'

 

'고통은 인간을 이기적이고 잔인하게 만든다. 고통을 겪다 보면 이 세상에 오직 나와 내 분노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병 때문에 인생이 중단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작가는 투병 중에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했고, 뉴욕타임즈에 '중단된 삶'이라는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써라." 애니 딜러드는 이렇게 조언했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말기 환자다. 우리의 죽음은 수수께끼가 아니며, 다만 시간 문제일 뿐이다.'

 

'환자가 된다는 것은 통제력을 포기하는 일이다. 의료진과 그들의 결정도, 내 몸과 예측 불가능한 상태 악화도 통제할 수 없다. 간병인도 어느 정도 비슷한 운명에 처하지만, 그래도 환자와 간병인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는 언제든 떠날 수 있었고 실제로 떠날 것이었다.'

 

'그날 밤이 멀리사와 내가 마지막으로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그런 걸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나는 내 친구를 배웅하지 못했다. 멀리사를 태운 구급차가 떠나던 순간, 나는 링거 거치대에 묶여 마지막 화학요법 주사를 맞고 있었다.'

 

* 중단된 삶 이후

'암 투병에서 가장 힘든 시간은 치료가 끝난 다음에 시작되었다.' 

 

'나는 항상 사랑은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사랑은 고통을 해소하고 삶의 잔인함도 견딜 만하거나 심지어 아름다운 것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투병 단계를 끝마친 지금 나는 무너진 돌무더기 속에 홀로 앉아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다들 어디로 가버렸는지,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작가는 투병 중에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메일을 보냈고, 반려견과 함께 미국 전역의 33개 주를 여행하면서 20여명을 만나는 24,140킬로미터의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사람들은 흔히 시간이 모든 걸 치유해준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멀리사의 부재는 치유되지 않으며 치유할 수도 없을 것이다. 내가 살아서 나이를 먹는 동안에도 내 친구는 계속 죽어 있을 것이다. 가장 가슴 아픈 건 불가능함의 확실성이다. 내가 아는 건 이곳에서는 내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뿐이다.'

 

"슬픔은 잠재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함께 살아가는 것이지요. 홀로 짊어져야 하는 것이고요."

 

'치유란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모든 것을 박멸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통을 과거에 남겨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치유란 앞으로도 항상 내 안에 살아 있을 고통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되, 고통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삶을 고통에 빼앗기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사막을 바라보며 내게 한가지를 약속한다. '언제든 사랑이 찾아오는 걸 깨달을 만큼 깨어 있기, 그리고 그 감정이 어디로 이어질지 모른다 해도 끝까지 가볼만큼 용감하기.'

 

'우리가 이야기를 하는 건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다.'

 

수많은 잔혹함과 아름다움이 뒤엉켜 불협화음이 가득한 내 인생의 풍경을 그려냈다. 그 시간을 지나오며 얻은 깨달음, '이 모든 게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인식은 이후로도 계속 내 마음속 가장자리에 남아서 내게 지혜를 준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늦여름 오후, 맥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가 마지막으로 쓴 시 '천국'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저 영혼을 위한 병원일 뿐

가게 되면 가리라

복잡할 것은 하나도 없으리

천국에서는 이토록 아프지 않으리

 

죽음 전까지는, 모든 것이 삶이다 - 미구엘 데 세르반테스 -

 

아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revie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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