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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책

[도서] 빨간 책

이재익,김훈종,이승훈 공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아르's Review

 

 

  

 언제부턴가 빨간 색은 경고나 주의를 요망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통용되는 색으로 사용되고 있다. 빨간 글씨로 써 있는 문구는 눈에 띄는 것은 물론 지켜야만 하는 무언가를 색을 넘어 압박감으로 전해지기도 하고 때론 금기 시 되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어찌되었건 빨간 색으로 적힌 글자는 그 글자 이상의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이 <빨간 책>이라는 제목을 보며 대체 이 안에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빨간 책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라는 궁금증에서부터 시작해서 사춘기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몸과 머리를 흥분시킨 책들을 담아 놓았다는 문구를 보며 판도라의 상자를 마주한 기분마저 들었다. 물론 판도라의 상자처럼 마지막에서야 희망이라는 한 줄기 빛을 마주하는 것이 아닌 매 순간 종합 선물 세트를 열어보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은 후일담이지만 말이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떡하니 <세계명작소설집>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는데 <황홀한 사춘기>는 청계천 가판대에 숨어 있어야 하는가?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부모님께서 생일선물로 사 주시고 <황홀한 사춘기>는 보다 걸리면 엄마한테 테니스라켓으로 맞아야 하는가?
나는 수차례에 걸쳐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읽으면서 <황홀한 사춘기>와의 차이를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문학 공부를 가장 열심히 했던 때가 바로 그때였다. –본문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어떻게 나뉘는지에 대해 고심했던 저자의 지난날의 회고를 바라보며 문학 작품을 읽고 나서도 대체 이 내용이 왜 세계문학전집에 있으며 고전이라 불리는 것일까, 라는 고민을 했던 나의 모습과도 오버랩 되어 전해진다. 다른 것이 있다면 나는 그저 혼자만의 고민과 결국 자괴감에 빠져들었다는 것이고 그는 문학에 대해 탐구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하튼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의 고민들을 읽어 내려 가다 보면 야하지만 야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그의 목소리에 이 책이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즈음에서야 나는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을 이해했다. 해결되지 않던 수수께끼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자동차를 만들고 서양 철학의 꽃을 피운 독일인들이 어떻게 그토록 잔혹한 전쟁을 벌였는지, 내가 직접 경험한 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더 질서정연하고 친절한 일본 사람들이 어떻게 태평양전쟁을 감행하고 수 많은 마루타들에게 생체 실험을 했는지 수수께끼가 풀렸다. 
내가 찾은 범인은 이데올로기였다. 이데올로기에 고취된자들이 집단 최면에 걸린 듯 합의하에 악행을 저지른 것으로 사건의 저모를 정리했다. 그 당시 일기를 보면, 나는 이데올로기가 마치 바이러스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본문

언제인지 기억도 아득한 예전에 한 친구가 영화 <마루타>를 보고 나서 그 안의 장면을 들려줬었는데 그 끔찍한 이야기가 진짜라는 사실에 기함을 하곤 했다. 도무지 인간이 한 짓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생체 실험이 자행된 그 역사의 기록이, 알아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도무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기에 외면하고서는 친구의 이야기를 잘라 버렸던 기억이 난다. 이제 그만 말해, 듣고 싶지 않아, 라며 강의실을 나왔던 그날의 기억 위로 이 책을 통해 두 번째 <마루타>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여전히 끔찍한, 그리하여 인간에 대한 배신과 두려움만이 떠오르던 나에게 있어서 그는 나지막이 말하고 있다. 이 안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 본성에 대한 혐오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 가진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것은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을 파괴할 수도 있으나 또 다른 면으로는 이데올로기의 확립으로 그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니 그야말로 양면의 칼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이념의 장을 어떻게 펼쳐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이 <마루타>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빨간책>이라는 이름을 하고서는 실제 발췌한 내용은 빨간 색 글자로 담겨 있는 것을 제외하고서는 그토록 빨강의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그러니까 금서나 악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들 나름대로의 의미가 담긴 양서를 전해주고 있기에 이 안의 이야기들 역시 한번씩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들에게 있는 빨간책의 목록에 무엇을 또 추가하면 좋을지, 나만의 빨간책 리스트를 모아보고 싶어진다.

 

 

아르's 추천목록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이동진, 김중혁저


  

 

독서 기간 : 2015.05.30~06.0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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