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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여자

[도서] 운동하는 여자

양민영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중학교와 고등학교, 운동장에 대한 각기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 중학교 때만 해도 공학이 아니었기에 드넓은 운동장은 남학생들에게 뺏길 위험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반 이상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가 피구를 하거나 체육 수행평가 연습을 했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줄넘기로 교외 상을 타기도 했기에, 줄넘기부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묘기에 가까운 줄넘기를 선보였고, 이를 보고 있던 몇몇 학생들은 저도 해보겠다며 시전했다 쓴맛을 봤지만, 즐거웠다. 체육 대회나 축제 준비 기간에는 운동장을 차지하기 위해 애를 쓰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학교 뒤편에 공터로 밀려났다. 그렇게 중학교 때 운동장은 모두의 것이었다. 하지만 학교를 한 발짝만 나서면 운동장은 여학생들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여학생들이 공용 운동장에서 피구 연습을 하거나 달리기 연습을 해도, 남학생들이 축구공을 들고 운동장 전체를 차지하면 옆으로 밀려나거나 빼앗기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이 불공평함으로 인한 불쾌함은 고등학교 때 극을 달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같은 재단의 공학 학교와 운동장을 공유했다. 점심이나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남학생들은 어김없이 축구공을 들고 마치 운동장 전체가 자신들의 것인 양 차지했다. 종종 그라운드 바깥으로 공이 나가 운동장 끄트머리를 빙빙 돌던 여학생들을 맞추며,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공을 던져달라며 낄낄댔다. 여학생들은 공을 돌려주는 대신 교문 밖으로 공을 차버렸다. 만약 제대로 공이 차지지 않으면 그건 다시 남학생들의 놀림거리가 됐고, 그 조차의 분풀이도 두려움에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나는 운동을 꾸준히 배우진 않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줄넘기를 취미로 하고 있었기에 고등학교 때도 점심시간만 되면 줄넘기를 들고나갔다. 나는 체육관 건물 바로 아래서 줄넘기를 했는데, 어느 날, 축구공이 날아와 내 머리를 맞췄다. 그들은 늘 그랬듯이 낄낄거리며 공을 돌려달라 그랬고, 나는 그대로 그 공을 들고 들어가 학교에 야자를 빠지겠다는 통보를 했다. (어떤 이유든 야자를 뺼 수 없었던 사립학교였는데, 그날 도대체 어떻게 허락을 받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내가 선명하게 기억하는 건 공을 맞고, 사과조차 받지 못했을 때 느낀 분노였다.) 나는 집에 돌아가 장문의 항의문을 썼고, 다음날 그 학교에 찾아가 그 편지를 해당 학교 선생님께 전하고 왔다. 그리고 한동안 운동장은 원래 주인이 남학생들이었던 것처럼 그 누구의 차지도 되지 않고 텅 빈 상태가 됐다. 그때는 고소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 빈 운동장은 여학생들이 차지할 수 없었을까? 묻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아니다. 여전히 많은 운동장이 공원이 축구를 하는 남자들의 소유가 된다. 운동장은 공동의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양쪽으로 축구 골대를 박아놓고, 다른 운동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다. 그리고 인원이 많을수록 장소를 점유하기는 쉬워진다. 그 안에서 운동을 자신의 삶에서 뚝 떼어놔야 했던 여자들은 욕망이 있어도 실천을 하기가 어려웠다. 여자인 내가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개된 장소에서 자리를 차지하며 할 수 있는 운동은 줄넘기뿐이었다. 그조차도 사람들은 힐끔힐끔 바라보고, 내가 내가 가진 몸에 비해 잘한다고 느껴지면 어김없이 평가의 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여자들의 운동은 보통 살을 빼는 것과 연관되어 설명되곤 했다. 그 모든 걸 감수하며 보통의 여자가 운동을 시작하는 건 대단한 일이 됐다.


그런 뼈아픈 경험을 가진 내가 운동을 다시 시작한 건 바로 어깨 때문이었다. 장시간 앉아 자판을 치다 보니 어깨 통증이 나날이 심해졌고, 앉아서도 서도 누워도 아픈 상태가 이어졌다. 그때쯤 나는 하고 있던 일을 정리했고,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되고, 게으름을 고쳐줄 만큼 비싼 값을 자랑하는 기구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필라테스를 시작하면서 어깨와 허리 통증이 전보다 나아지고, 자세도 바르게 앉게 됐다. 하지만 한 번 운동을 시작하니, 조금 더 잘 하고 싶다는 욕망이 차올랐다. 그래서 작년 겨울부터 시작한 게 바로 홈 피트니스였고, 올 초부터 마라톤 준비를 더했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할수록 빠지지 않는 몸무게에 신경이 쓰였다. 나 자신에게는 좀 더 편하게 운동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랬을까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운동, 왜 하지?

책 「운동하는 여자」는 지금까지 운동과 관련된 경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꺼내든 책이었다. 그 안에는 나만 이상하게 느끼나 싶었던 질문들이 있었고, 내가 운동을 하며 느꼈던 불편함이 있었고, 내가 놓쳤던 생각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체육관의 주인은 여전히 남성이다. 여성은 그곳에서도 타자이며 주변인이며 확실한 이너써클 안에 들어갈 수 없다.

머리말


여성들이 시선을 끌고 싶어서, 혹은 몸매를 자랑하고 싶은 '부심' 때문에 레깅스를 입는다는 건 순전히 억측이다. 또 만약에 어떤 여성이 성적으로 대상화되는 것을 즐긴다 할지라도 그것이 타인의 몸을 뚫어져라 볼 수 있는 권리로 이어지진 않는다.

최근에 서울시는 수영장의 여성 전용 반을 일괄 폐지하기로 했다. 모든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에서 남성이 배제되는 것은 여가별이라는 게 이유다. 수영장의 여성 전용 반이 사라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애초에 여성 전용 반이 필요했던 이유가 성차별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운동하는 여자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동안 나는 축구나 농구와 같은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어떤 의미에선 그런 운동을 좋아할 기회를 사회적인 박탈당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와 달리 어릴 때 나는 운동을 좋아했다. 태권도를 다닐 때는 자발적으로 두 타임씩 뛰었고, 겨루기를 할 때면 이겨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좋아하고 잘해서가 아니라, 내가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내 뒤로 뒤처지는 수많은 남자 얘들은 듣지 않는, 이래서 여자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였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꾸준히 해온 줄넘기를 할 때면 비슷한 무례들과 마주한다. 내가 줄넘기를 할 때면, 남자들의 목소리가 뒤를 따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들은 나를 비웃고, 나를 쉽게 평가했다. 그럴 때면 나는 남들이 쉬이 하지 못하는 2단 줄넘기를 연달아 뛰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실력으로 누르면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그들의 목소리를 막아왔지만, 그건 그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운동을 할 권리는 운동을 잘하든, 잘 하지 못하든 동등하게 주워져야 하는 것이며, 그것을 해결하는 건 결코 개인의 몫이 돼서는 안됐다. 하지만 여자들은 너무나 쉽게 평가 당하고, 조금만 잘해도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시선과 마주해야 한다.


여성은 싸움을 모르고 싸우는 방법을 모른다. 그것이 여성성의 영역이 아니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싸움은 너무 과격하다는 편견 때문에, 다칠지도 모른다는 얄팍한 배려 덕분에, 싸움을 모르는 존재로 길들여진 것이다. 그 결과 일부 여성들은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내가 운동을 하면 할수록, 몸을 단련하면 할수록 가장 많이 들은 말 역시 '남자는 못 이긴다'는 것이다.

나는 운동하는 여자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마라톤 준비를 시작한다는 말을 했을 때, 내 여자 지인들은 열심히 하라 격려했지만, 남자 가족 구성원은 여자는 몇 킬로부터 뛰어야 하니부터 시작해, 내가 기록이 오르지 않아 분해하면 여자 기록으로는 충분하지,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뱉는 걸 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운동을 하든 상관없이, 어린 시절의 나처럼 지금의 나도 남자만큼, 남자를 뛰어넘어 기록을 세우지 않으면, 여자는 소리로 평가당하겠구나. 운동을 잘하면 남자만큼, 운동을 못하면 여자보다, 누가 이 기준을 세웠을까.


여기서 다시 피부소대를 설명하면 어떤 기관이 움직이는 범위를 제한하는 주름을 뜻한다. 따라서 쿠퍼 인대는 다른 인대처럼 끊어지거나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없다. 애초에 가슴을 지지하는 기관이 아니며, 쿠퍼 인대가 느슨해져서 가슴이 처지는 것도 아니다. 가슴은 얼굴이나 엉덩이와 마찬가지로 중력과 노화 때문에 자연스럽게 처질 뿐이다.

나는 운동하는 여자입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자주 듣는 참견 중 하나는 운동할 때는 스포츠 브라를 착용해야 한다,였다. 이년 전부터 나는 브라를 착용하지 않고 있으며, 필요에 의해서는 실리콘으로 된 가슴 패치를 사용한다. 인터넷에 하도 쿠퍼 인대, 쿠퍼 인대 해서 찾아봤는데, 일단 쿠퍼 인대 끊어진 사례가 없고,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구글 학술 검색에 나오는 정보는 의류학과 정보에, 거기에서도 쿠퍼 인대에 대해 막연하게 설명하고, 덧붙여 역학적으로 밝혀진 게 없어 비슷한 거라 추정되는 무릎에 위치한 인대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신뢰도가 더 내려갔다. 저자의 의견에 보태자면, 브라를 착용하지 않은 시점부터 중간중간 줄넘기를 하고, 지금은 피트니스와 달리기 등을 하지만, 오히려 하지 않은 후에 달릴 때 느끼는 가슴 통증 같은 게 줄어들었다. 가족들이 가슴 처진다고 겁을 주는데, 처져도 상관없고, 실제로 그들이 겁주는 만큼 쳐지지도 않았고.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본인이 편한 쪽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책 「운동하는 여자」는 개인의 운동 경험뿐만 아니라, 여자 운동선수들이 겪는 편견과 불평등, 그리고 폭력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김보름 스케이트 선수는 비난하지만 체고와 선수촌 여자 탈의실에 카메라를 설치한 전현직 국가대표 수영 선수들은 그만큼 비난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누군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대중들의 이중잣대, 여자 선수와 남자 선수의 샐러리캡 불평등 문제를 공론화시킨 김연경 선수의 발언, 오랜 시간 고할 수 없었던 스포츠계 성폭행 사건을 물밑을 끌어올린 심석희 선수까지.


전혁진 국가대표 수영선수들이 체고와 선수촌의 여자 탈의실에 카메라를 설치, 여성 선수들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문제 삼거나 가해자들을 엄벌해라는 청원은 한 건도 없었고 심지어 우리는 가해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나는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김연경 선수의 용기에 주목한다. 한 개인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최고가 된 개인이 신념에 따라서 유의미한 발언을 하고 한쪽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라운드에 선 여자들


심 선수는 그 극심한 고통에 맞서서 세계 정상이라는 성적을 냈고 그런 다음에야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신뢰할 만한 피해자가 되기 위해서, 이른바 꽃뱀을 골라내는 여론재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자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인칭 운동하는 여자 시점


운동을 시작하고 싶지만, 오랜 시간 운동을 하지 않았기에 시작이 낯선 분들, 운동을 시작했지만 나를 둘러싼 수많은 편견에 맞서야 했던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로우지는 2018년 1월의 어느 날 WWE(세계 레슬링 연맹) 선수로 대중 앞에 섰다. 어린 시절의 우상이었던 전설적인 레슬러 로디 파이퍼의 티셔츠를 입고서. UFC의 포식자에서 레슬러 로우디로 전향하며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이다. 그는 또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고 여러 차례 밝혔던 대로 영화와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나는 꿈을 꿀 자격이 있다. 자칫 허황해 보여도 큰 꿈을 꿀 수 없다면 꿈이란 게 대체 존재하는 이유가 뭔가?"

그라운드에 선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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