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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도서]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안광복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일고십 채팅창에서 맴버 한 분이 고전을 읽는 것은 지식을 쌓는게 목적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를 바라보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 책을 선택했던 나의 의도는 서양철학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함이었기에 (다른 철학책은 어려워 보여 엄두가 안나기도 했고...) 뜨끔했었다.

학창시절, 내게 윤리과목은 고득점이 가능한 그저 '암기과목'이었다. 단순 암기에는 능했던터라 무슨 주의 누구 무슨 사상 누구 이런 것을 외워 점수를 받고 시험지가 내 손을 떠나는 순간 내기억에서도 사라졌었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땐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노트를 꺼내들고 흐름을 쓰고 사상을 적으며 정리했다. 그러다 노트를 덮어버렸다. 누가 어떤 말을 했는가 보다 40인의 철학자의 삶이 눈에 더 들어와 마치 공부를 한다기 보단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어서였다(어..귀찮음도 많이 작용했지만). 이름과 그 철학자의 사상만 외웠던 내게는 생소한 이야기들이 많았고 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치열하게 생각해낸 결과가 그들의 사상이 되었음을 이제야 깨우치게 되었다.


 

1. 철학자의 삶을 알면 그의 철학을 더 이해할 수 있다.

 

p.10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에 등장하는 철학자는 모두 38명(개정판이라 40명)이다. 원고를 매듭짓는 데는 3년 2개월이 걸렸다. 매달 한 명씩, 나는 인터뷰 전문 기자처럼 철학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에 매달렸다. 그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뒷전이었다. 일단 사람부터 알고 보자. 그러면 그가 하는 말도 저절로 이해될 것이다. 이런 '집필 철학'을 갖고 자료를 모았다.

 

저자 안광복 선생님의 집필 의도대로 책을 읽는 동안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보다는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느냐가 더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그의 사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 들었다. 예를 들어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탈레스의 주장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를 놓고 보면 지금의 사람들은 공감하기 어려운 말을 하는 사람에 불과 하다. 그러나 그가 이집트 유학 경험으로 물에 대한 숭배가 자연스럽게 그의 생각에 젖어 들었을 것이고, 그 당시에는 신이 아닌 존재가 다른 만물의 근원임을 생각했다는 것은 획기적인 사상일 수 밖에 없다.

 p.30

 

철학 역사에서 의미 있는 점은 오직 그가 논리를 따져 사회에 퍼져 있는 믿음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관찰결과를 종합하여 세상의 근본적인 모습에 대해 결론 내리는 '철학적 사고'를 했다는 사실 뿐이다.

 

즉, 철학자가 이 세상에 퍼져 있는 믿음, 부조리에 대해 비판하고 검토한 결과물이 철학적 사상이고, 그렇기에 그의 삶이 그의 '체'가 되었을 것이기에 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그의 사상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 철학자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에 대해 고민해 보다.

 

철학자들의 삶을 읽는 내내 앤서니 스토의 <고독의 위로>가 떠올랐다. 천재에 가까운 사람들이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립했다는 그 책의 이야기가 바로 서양철학사에 등장하는 이들의 삶이었다. 다른 시대, 다른 환경에서 나서 자랐어도 책을 좋아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 쓰거나 했다는 공통점들이 있다. 지금까지 그들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기 위해서는 그들의 말이나 글이 있을테고, 학자들이니 당연히 책을 많이 읽었겠지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철학자가 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 새로운 주장을 내세울 수는 있어도 그것이 이렇게 긴 세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꺼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들의 사상 중 어떤 면이 '고전'이되어 우리와 공존할 수 있게 하는 것일까? 사르트르에게서 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p. 394

사르트르는 인간의 자유를 억업하는 모든 것에 대해 끊임없이 투쟁했다.(생략) 심지어 1970년대에는 시인 김지하가 독재정권에 맞서다가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자, 그를 석방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는 항상 인간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던 '행동하는 지성'이었다.

 

 p. 396

프랑스 내에서도 '사르트르는 철학자로서는 메를로 퐁티에 못 미치고 작가로서는 알베르 카뮈에 뒤지며, 역사적 판단에서는 레이몽 아롱에 밀린다'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따지고 보면 그의 사상 또한 그다지 독창적이지 않다. 개인의 주체성과 결단에 대한 강조는 서양 철학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자유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스스로 결단하며 당당하게 맞서라는 사르트르의 외침은 누구라도 새겨들어야 할 삶의 진리다. 불의를 눈앞에 두고도 꼬리를 내리며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는 식의 변명만 늘어놓는 우리 소시민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앞으로의 철학은 어쩌면 이전 철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사상, 현 시대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믿음과의 싸움일 지도 모르겠다. '신'이라는 존재에 까지 이성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권력자들 앞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거두지 않고 그가 바르다고 생각했던 그대로 실천했던 그들의 용기, 그들의 삶이 어쩌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철학자가 될 수 있는 하나의 필수 조건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3. 이 시대에 필요한 철학은 무엇인가?


아무 생각없이 외웠던 역사 중 하나가 왕조와 종교, 사상을 연결하는 부분이었다. 왕조를 세울 때마다 종교나 사상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책에서 그 답이 찾아진 느낌이다. 철학은 그 시대의 사람들이 고민하던 것에 대한 일종의 모범답안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 답을 들었을 때 공감하며 그런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뭉치게 되고 그 사상을 기반으로 사회를 변혁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여러가지 혼란이 존재하는 시대이다. 이 시대를 헤쳐나갈 지혜가 필요하고 그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여 다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p. 414

사오정, 삼팔선이 일상화된 세상이다. 쓸모없어지면 바로 버림받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끊임없이 분쟁이 일고 어디를 보아도 싸움판이다. 잔인한 세상에서 하버마스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힘으로 상대를 짓누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합리적인 이성을 갖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기댈 수 있는 해결책은 대화뿐이다. 하버마스는 인간의 이성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건다. 하버마스의 기대가 헛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읽기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내용이 방대하여 리뷰를 쓰기에는 쉽지 않은 책이었다. 공부하듯이 보다는 소설 읽듯 읽어야 완독이 가능한 책인 것 같다. 안광복 선생님이 철학자 한 명에 대해 한 달동안 자료를 수집했듯이 한 철학자를 따로 따로 기간을 두고 읽는 것이 개개의 철학자를 이해하는 방법이 될 듯하여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시 한 번 읽고 싶다. 그리하면 윤리 교과서에서 이 철학자들을 꺼내 내 마음에 세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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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신통한다이어리

    재미있게 읽었다니, 저도 빨리 읽어야겠어요. 저도 정리하기가 쉽지 않겠는데요. 부분 발췌를 해야겠어요. 왠지 쉽지 않은 책이지만, 막상 속도가 붙으면 금방 읽을 것 같기도 하고. ㅎㅎ..

    2018.10.03 07:4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박공주

      네 리뷰가 부담스러웠던 책이네요ㅜ 그래도 철학에 대한 막여한 두려움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된 책으로 기억될 것같아요. 막상 진짜 철학책을 펼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요

      2018.10.03 08:46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사르트르가 인상적입니다 생각만 하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억압을 물리치고 자유를 쟁취하려 투쟁하는 삶을 산 그의 철학이 남들보다 믿음직할 수 밖에 없죠, 그의 삶이 철학자들이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던 사람들이라는 말에 공감을 가게 하네요

    2018.10.03 13:3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박공주

      가만히 앉아서 시대와 동떨어진 발언을 하는 이의 말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힘들 것 같아요. 함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2018.10.04 05:18
  • 파워블로그 산바람

    철학자의 삶을 알면 그의 철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됩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 필요한 철학을 찾기 위해 인문학 붐이 일고 있지않느냐는 말에도 공감합니다. 그렇기에 철학은 한 번에 모두 이해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씩 공감해 가면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정성껏 쓴 리뷰 잘 읽고 갑니다.

    2018.10.03 20: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박공주

      네 학창시절도 한번에 공부한 결과 깊이 있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참 공부를 하기 위해선 천천히 오래해야할 듯합니다.

      2018.10.04 05:19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