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일.고.십을 시작하여 겨우 고전을 몇 권 읽었다. 처음 보는 책도 있었고 이름은 알지만 고전이라 어려울까 지레 겁먹고 읽지 못하다 만난 책도 있었다. <에밀>은 후자이다. 윤리 시간이나 필독서 등에서 만나 보았던 <에밀>을 드디어 만났다. 생각보다는 짜릿한 만남은 아니라 아쉽다.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 책이겠지만, 우리가 고전을 넘어설 수 있음을 깨닫게 한 책으로 내게는 기억 될 것 같다. 우리에게는 <에밀>이라는 토대 위에 더 잘 쓰여지고 증명된 육아서도 많고, 철학책도 많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어린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어른들도 알아야할 것이 있음을 피력해 준 루소가 있었기에 아이들의 인권도 더 나아진 세상이 온 것이 아닐까 한다.
1. 육아서
내가 읽은 <에밀> 뒷표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우리 아이를 잘 키우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이 땅의 부모가 알아야 할 자녀 교육의 모든 것, <에밀>
전반부는 아이를 키우는 기준이랄까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어 몰입이 되었다. 읽으면서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철학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반복했다.
p.37
만일 아이들이 일단 자기보다 지각없는 어른들이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나이에서 오는 모든 권위는 없어지고 교육은 실패로 돌아간다.
p.44
새로운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는 습관은 이러한 두려움을 없애준다. 거미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일이 없는 깨끗한 집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거미를 무서워하며, 이러한 무서움은 어른이 되어서도 없어지지 않는다.
p.63
다쳤을 때 고통을 주는 것은 상처보다는 공포심인 것이다.
p. 67
우리를 참으로 불행하게 하는 모든 고통은 오로지 현실과 상상이라는 이 두 세계의 부조화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은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신체의 고통과 양심의 가책을 젖혀두고 보면 우리의 모든 불행은 상상에 달린 것이다.
p. 90
우리의 최초의 의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이다.
p. 117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칠 좋은 방법을 알아내려고 애쓴다. 글자 맞추기 상자나 카드가 발명되어 아이의 방은 인쇄공장처럼 되어 버렸다. 로크는 아이에게 주사위로 읽는 법을 가르치려 했으나 무익한 노력일 것이다. 그것보다 더욱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바로 글을 알고 싶어하는 욕망을 갖도록 해주는 일이다.
p. 117
나는 단지 중요한 격언이 되는 한마디만 덧붙이겠다. 그것은 성급하게 얻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그리고 가장 빨리 얻는 방법이라는 말이다.
글자를 가르치는 방법이라든지, 어둠을 이겨내게 하는 방법은 우리 아이의 교육에서도 생각해볼 점인 것 같다. 필요해야하니 해야해 보다는 자연스럽게 즐겁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2. 교육자의 자세
교육하는 이의 자세에 대해서도 많이 언급하고 있다. 어떤 어른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p. 248
아이들의 호기심의 대상에 대하여 일찍부터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이 좋은가, 적당한 거짓말로 속이는 것이 좋은가 하는 문제이다. 나는 어느쪽도 필요없다고 생각하는데, 첫째 이러한 호기심은 우리가 그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으면 생기지 않으므로 아이들이 기회를 갖지 않도록 해야한다. 둘째, 반드시 대답해야 할 질문이 아니라면 그런 질문을 하는 아이를 속일 필요가 없다. 그에게 거짓 대답을 해주기보다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편이 낫다.
p.248
여러분의 대답은 언제나 신중하고 간결하고 확고하여 망설이는 빛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대답이 진실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p.250
나는 아이들의 천진성을 보존시키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이들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이의 순진성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p.260
그에게 운명의 성쇠를 보여주라. 전에는 높은 위치에 있었으나 지금은 불행한 사람들보다도 더 낮은 위치로 전락한 사람의 실례를 보여주라.
p.275
만일, 여러분이 그에게 베풀어준 배려의 대가로 그가 복종하기를 요구한다면 그는 여러분이 자기를 속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러분이 무상으로 그를 돌보아주는 척하면서 그에게 부담을 지우고 그가 모르는 계약으로 자기를 구속할 계획이었다고 생각하리라.
p.278
그들에게 인간을 보여주려면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인간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3. 앞으로의 고전 읽기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내가 이 책을 왜 읽는지에 대해 질문해야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육아서라면 이 책보다 쉽고 적용하기 편한 것도 많고, 내 생각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얼마 전 읽은 <12가지 인생의 법칙>이 더 와닿고 그런데 시간을 투자해서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 들었다. 책의 내용을 기억은 못하더라도 내 어딘가에 남아있다는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은 안나는 t.t 그 구절을 계속 떠올리며 내 지식의 자양분을 삼겠노라며 겨우겨우 읽어냈다. 이번이 아니면 <에밀>을 다시 완독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이기적유전자>를 읽는 동안도 깨달은 것이지만 고전은 고전이다.. 결국 돌고 돌아 또 이 <에밀>과 관련된 내용들을 다른 책들 속에서 만나지게 될 것임을 겨우 몇 권 밖에 안 읽었지만 고전 읽기에서 배운점이다. (그래도 좀...나랑 맞는 고전들을 많이 만났음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