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혼자 책 읽는 것을 못 견디는 우리 아이. 책을 꺼내들면 놀아달라고 조르기 일쑤이다. 하지만, 내가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얼마전 내가 힘이 없다니 책을 가져다 주며 엄마는 책읽어야 기분좋아지니 읽으라고 하고선, 5초도 안 되어 놀아달라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 아이가 <비밀의 화원>은 어서 읽으라며 그동안 자기는 아빠랑 놀겠다고 한다. 이유는 이 책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란다.
아무도 입구를 모르는 화원, 10년간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던 화원에 여자 아이가 새의 도움으로 열쇠를 발견해서 들어가게 되는데... 이 스토리에 6살 아이는 반해버렸는지 뒷이야기가 듣고 싶다며 내게 계속 읽을 시간을 주었다. 아직 글을 못 읽는 아이는 그림으로 내가 어느정도 읽었는지 파악하며 그 다음 이야기를 묻는다. 이야기를 들려주자 아이는 "엄마! 나도 나만의 뜰을 찾을꺼야.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려!"라고 외친다.
p. 363
분명히 세상에는 여러 가지 마법이 있을 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마법이 어떤 건지, 어떻게 일어나게 하는지 몰라. 어쩌면 멋진 일이 생길 거라고 말하는 게 첫 시작일지도 몰라.
p.366
그러니까 마법은 틀림없이 우리 주변에 있는 거예요. 이 뜰은 물론 세상 모든 곳에 말이에요.
p. 370
해가 빛나고 있네. 해가 빛나네. 그것은 마법이다. 꽃이 자라고 있네. 뿌리가 움트네. 그것은 마법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마법이다. 튼튼해지는 것은 마법이다. 내 몸 안에는 마법이 있다. 마법이 내 몸 안에 있다. 내 몸 안에 마법이 있다. 마법은 모두의 안에 있다.
유명한 고전이지만 그 내용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 내에게 이 책은 마법같이 생생한 기운을 넣어주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와서 한창 꽃구경을 다녀온 시기인지라 더더욱 와닿는 것 같았다. 계절이 바뀌는 것, 식물이 자라는 것, 아이가 커가는 것 그 모든 것이 마법같은 일처럼 느껴진다.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이라 여긴다면 거기서 끝이지만, 그 모든 것이 마법이라 여기면 어쩌면 그 하루가 마법같은 하루가 되지 않을까?
우울할 수 밖에 없는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날 때부터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 유모 손에 키워지다 유모도 부모도 모두 다 죽어 혼자 남게 된 메리. 안면도 없는 고모부집에 가서 살게 되는데 고모부도 딱히 조카를 키워보겠다 하는 것도 아니다.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밑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메리를 맡긴 채 멀리 떠난다. 방이 100개도 넘는 큰 저택이지만, 생기도 없다. 그나마 마사라는 메리를 돌봐주는 사람많이 메리와 이야기를 제대로 나누고 메리를 알게 모르게 성장하게 만든다. 그 저택에는 안주인이 죽게된 후 아무도 들어간 적이 없다는, 열쇠마저 묻어버렸다는 비밀의 뜰이 있다. 새의 도움으로 열쇠를 찾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내는 메리. 그러다 한 밤 중에 우는 소리를 듣고 들어간 곳에서 콜린이라는 사촌과 마주한다. 자신도 곱사등인 아빠처럼 될꺼라며 누구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히스테리를 부리는 사내아이. 떼쓰고 화내는거라면 질리가 없던 메리는 콜린의 그런 성격도 같이 고쳐 나간다. 이 둘에게 가장 큰 지지가 되어 주는 이는 디콘이다. 마사의 남동생인데 마법같은 아이다. 땅과도 동물들과도 통하는 아이이다. 상처가 많던 메리와 콜린은 비밀의 화원에서 식물들이 자라듯, 몸과 마음이 쑥쑥 자란다. 우울할 것 같은 등장인물들이 많이 있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지기 보다는 밝아지게 하는 마법같은 책이다.
글의 서두에서 아이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정말 이 책은 또다른 의미의 육아서로 다가온다. 아이를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서 자연과 함께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때로는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싸우기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계절의 땅이 들려주는 이야기, 이 계절에 피는 꽃들의 이야기, 새들의 지저귐. 자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하는 것이 아이에겐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어느 누가, 말로 가르쳐서 아이에게 자연의 마법을 경험할 수 있게 하겠는가?
아이와 앞으로도 함께하게 될 많은 계절들. 아이에게 그 계절에서 맡을 수 있는 향기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같이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인디고의 출판사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두 말 필요없이 진리이다. 소장욕 뿜뿜 솟는 디자인과 손에 쏙 들어오는 듯한 사이즈, 색체 등 나무랄 것이 없었다. 어쩌면, 인디고 출판사의 책으로 읽어 감동이 더했는지도 모르겠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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