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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도서] 데미안

헤르만 헤세 저/하소연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고등학생일 때도 이 책을 읽었다. 그 표지까지 생생히 기억난다. 다만, 내용은 어디간데 없고 알을 깨고 나온다던 그 메시지만 막연히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일.고.십.에서 다시 만나게 된 <데미안>은 뭔가 마음이 복잡하다. 뭐랄까.. 그때 찾았어야 할 것을 찾지 못해서 다시 찾아보라는 미션이 주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데미안을 읽던 나는 글은 읽었지만, 글 속의 뜻을 찾으려하지 않았었다. 단순히 추천도서라서, 읽어야 한다기에 책 읽기 자체는 좋아했던 나인지라 그저 '읽었다'. 이번에 읽으면서는 이 책이 내게 주는 의미에 대해 찾아보려고 노력해 보았다. 같은 책이지만 전혀 다른 책이었다.

 

그리고 작중 화자가 나보다 한참 어리다는 것도 읽는 동안 기분을 묘하게 했다. '이 녀석 벌써부터? 그러면 안 될텐데, 이렇게 하는 게 나을텐데' 처럼 잔소리꾼 모드가 되었다가, 얘는 내가 이 나이에 몰랐던 세계를 벌써 알고 고민한거야?하는 놀라운 마음도 가지게 된다.

 

열살 밖에 안 된 아이가 두 개의 세계를 인지했다. 부모님 슬하의 안전한 세계, 그와는 반대로 불안정하고 비밀스럽고 위험한 세계.

p.11

밤과 낮, 두 세계의 양쪽 끝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그곳엔 두 세계가 얽혀있었다.

한 세계는 아버지의 집이었다. (생략) 이 세계에는 곧바로 미래로 통하는 곧은길이 있었고, 의무와 책임, 양심의 가책과 고해, 용서와 선한 목적들, 사랑 그리고 존경, 성경 말씀과 지혜가 있었다. 인생이 맑고 명확하고 아름답게 정돈되어 있으려면 사람들은 이 세계의 편이 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다른 세계가 이미 우리 집 한가운데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냄새도 달랐고 말투도 달랐으며, 기대와 요구 또한 달랐다. (생략)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한편이 있다는 것은 꽤나 멋진 일이었다.

 

p.14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두 세계의 경계가 가깝게 닿아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프란츠 크로머와 벌어진 일들은 자신이 부모님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로 이끈다.  프란츠 크로머와의 일은 그래도 데미안 덕분에 해결이 되었지만, 해결되었다고 예전에 자신이 지내던 것과 똑같은 상태로는 돌아갈 수는 없었다.

 

p.28

"물론 농담이야, 하지만 이 농담으로 넌 비싼 대가를 치뤄야 할 거야."

 

p.33

나의 죄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악마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그 사실 자체였다. 왜 나는 그 애를 따라갔던가? 왜 나는 아버지 말에 순종하는 것 이상으로 그에게 복종했던 것일까? 무엇 때문에 그 따위 도둑질 이야기를 꾸몄댔던가. 그런 짓이 진정으로 영웅적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일까? 그때부터 악마가 내 손을 잡고 있었고 적이 내 뒤를 따라다니게 된 것이었다.

 

p.60

 

그때의 나는 분명 카인이었고 이마에 달린 표적을 수치스럽게 여기기보다는 훈장을 단 것처럼 으스댔다. 나의 죄악과 고통을 통해서 나는 아버지와 같은 선하고 경건한 사람들보다도 더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p.92

 

내 부모들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부모들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하겠다.

 

싱클레이는 김나지움에 입학하며 기숙사 생활이 시작되면서 부모님과의 세계에서 더 멀리 떨어져 나간다. 그러면서 완전히 어둠의 세계에 자신을 맡긴다. 하지만 사랑과 꿈, 예술적 활동을 통해서 다시 자기가 나아가야 할 세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 세계로 넘어갈 때의 불안한 요소를 제공하는 인물과 사건들

넘어가야 한다고 이끌어 주는 인물들

넘어야 할 이유와 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열매들

그 과정에서 의심하고 방황하는 시간

그러다  꿈을 통해 표현하기도 하고 계시를 받기도 하는 시간

예술이라는 행위를 통해 표현하다 보니 문득 자기가 무엇을 갈구하는지  일들

 

싱클레이의 성장. 한 사람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성장'이라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 진정한 내가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나의 경우 부모님에 속해 있던 어린 시절의 세계가 딱히 그리 편안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를 사랑하셨겠지만, 사랑을 보여주는 방법을 모르셨던 분들인지라 그 속에서도 항상 불안하고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이 날 버릴리도 없는데 내쳐질까 두려웠다. 그 속의 세계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다 소진되었던 것 같다. 진정한 나를 고민하기 보단, 어찌하면 사랑 받을까를 고민하며 커버렸고, 일단 어른이 되었다.

 

부모가 된 지금. 우리 아이는 어떤 세계에 뜻을 두고 나아가게 될까 궁금해 진다. 아직 어린 아이지만 이제 나름의 자기를 찾고 있는구나가 보이는 순간이 있다. 이 아이가 나를 의식해 자기를 찾기보단 나처럼 사랑받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진 않을지 마음이 쓰이다가도, 세상 혼자 사는 것 아닌데 사랑 받는 법도 알아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내 세계가 확고하지 못해서 내 둥지의 아이가 마음껏 자신의 알을 깨고 비상할 터전이 되어주지는 못할까 또 두렵다. 나 역시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라 여기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하겠다.

 

P.119

너는 아직도 '공인된 것'과 '금지된 것'이 무엇인지 너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데까지는 가지 못했어. 단지 진리의 아주 작은 한 조각을 느낀 데 불과해. 다른 많은 부분들도 깨달을 수 있게 될 거야.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되는 거야. 

 

아파야  청춘이다라는 말이 비난을 맏기도 하지만, 아플 껀 아파야 낫는 게 이치인 것 같다. 조금이라도 빨리 아프고 나면 아프지 않게 자신의 길을 수월하게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때 아파야할 것을 미루고 어른이 되어 버려 지금 아픈 것은 아닐까? 그래도 이제라도 아파 다행인 것일까? 하는 물음들이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 있었듯, 나에게도 가야할 길에 대해 힌트를 주는 이들이 있다. 책도 그렇고 책이 매개가 되어 만나 이들도 그렇고, 아이도 한 번씩 꾸밈없는 순수함으로 원래 그랬어야 하는 것과 내 것이 아닌데 내것인 듯 받아들인 세계에 대해 의심하게 한다. 소중한 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며 바른 길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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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민지아빠

    이젠 고전이 된 작품.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19.07.02 10:5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박공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07.02 11:45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저도 다시 읽고 싶어서 만지작거리곤 하는데 공주님 글 읽고 나니 더 읽고 싶어집니다 서평단을 너무 많이 신청해서 허덕거리는데 또 신청하는 심뽀는 무엇인 지 ㅎ

    2019.07.03 00: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박공주

      일고십으로 들어오시면 휘연님 지휘 아래 읽고 계실겁니다. 컴온 ㅋㅋㅋㅋ 저도 서평단...고민하지만 월말 정산 때 보면 다 서평단 책이더라구요. ^^::::

      2019.07.03 08:11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예전에 읽었던 기억을 박공주님 리뷰로 소환했네요.^^

    2019.07.03 17:12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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