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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미술관

[도서] 거리로 나온 미술관

손영옥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몇 년 전 누군가가 청계천 근처에 있는 베를린 장벽에 스프레이 낙서를 한 사건으로 떠들석했습니다. 근처를 자주 지나다녔지만 베를린 장벽인지 몰랐는데 장벽이 우리나라에 있었다는데에 놀랐고, 독일이 선물로 보낸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장벽이 그냥 길에 방치(?)되어 있었다는데 한번더 놀랐네요. 베를린 장벽은 베를린 시민들 일상의 한 부분이었던만큼 같은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에도 박물관이 아니라 누구나 지나다닐 수 있는 곳에 두는게 맞겠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길을 걸을때 뭔가 특별한게 있으면 유심히 보는 편인데 높은 건물을 지날때면 한쪽 끝에는 어김없이 조형물이 있네요.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는 건축비의 일부를 예술에 써야 한다고 합니다. 덕분에 삭막한 빌딩숲을 지나다닐때 조금 답답함이 사라지는데 '거리로 나온 미술관' 의 저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예술을 찾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건물 앞에 있는 조형물 중에서 망치질을 하는 사람은 무척 유명합니다. 보통의 조형물은 건물 앞을 지나가야 볼 수 있지만 망치질을 하는 사람인 해머링 맨은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무척 크네요. 게다가 천천히 끊임없이 손을 움직이면서 망치질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직장인이 많은 광화문 일대의 수많은 샐러리맨들의 일상을 대변해주고 있는것 같네요. 당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구입해 설치하였는데 조형물과 건물이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 작품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자 다시 많은 돈을 들여서 원래의 위치에서 몇 미터 앞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보통 형식적으로 조형물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축주가 예술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이제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건물 앞의 조형물 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도 공공미술의 대상이 됩니다. 어떤 건물은 왜 저렇게 지었을까 싶을 정도로 보기 싫은 반면 어떤 건물은 너무 아름다워서 유명해지기도 하네요. 전자와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각각 국회의사당과 아모레퍼시픽 본사를 들 수 있습니다. 국회의사당은 유럽의 역사적인 건축물을 모방하면서 돔을 올리고 건물을 둘러싼 기둥을 세웠지만 건물에 대한 철학이 없다보니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국적불명의 건물이 탄생하였고 전쟁이 나면 돔 안에서는 마징가 제트가 나올 것인가 태권브이가 나올 것인가로 웃음거리가 되네요.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달항아리에서 모티프를 따와 만들었는데 우리나라 고유의 미를 잘 살리면서도 건물 중간중간에 틈을 내어 정원을 만드는 등 건물이 곧 예술이 되었습니다. 특히 구내식당이 지하에 위치하는 것과는 달리 지상에 있어서 밥을 먹으면서 주변 풍경을 둘러볼 수 있는데 정말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네요.

 

법에 따라 설치해야 하는 예술 작품은 당연히 조형물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예술가들이 만들어 온 작품도 전부 조형물이었는데 노량진의 한 건물에 설치된 미디어 아트는 고정관념을 깨었네요. 기존에 건물에 설치된 전광판에서는 광고만 볼 수 있었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강렬한 색으로 빠르게 화면이 전환되어서 주변과도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노량진의 미디어 아트를 찍은 사진을 보니 길을 가다가도 저절로 멈춰서서 보게 될 것 같아요. 한 번 설치되고 나면 건물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방치되는 조형물이 아니라 미디어 아트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유행이 될지 궁금해집니다.

 

책을 읽다보니 자주 봤던 작품도 있지만 늘 지나다니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번에 새로 알게된 작품도 많습니다. 예술은 당연히 박물관이나 미술관 안에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우리 주변 곳곳에 예술을 만날 수 있네요. 작품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읽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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