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첫사랑과 끝까지 이어지기도 했겠지요. 첫사랑과 결혼했다는 사람이 제 주변에도 아예 없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첫사랑은 세월이 지나며 조금씩 무뎌져 가는, 그렇지만 그 때를 되새길 때면 순수해서 풋풋하면서도 그만큼 어설퍼서 이불킥도 하게 만드는 기억이겠죠. 저에게도 첫사랑은 그냥 아련한 기억이네요(사실 지금은 첫사랑이고 뭐고.. 기어가니기 시작한 아기에게사 눈을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답니다 :) )
그럼에도 <호수의 일>을 읽으며 왠지 간질간질했어요. 두 주인공이 서로 마음이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애써 감추다가, 막 티룰 내기도 하는 모습이 간질거리기도 했지만, 점점 ‘귀엽네’ 라고 생각하며 읽게 됐네요. 그만큼 나이가 들었단 거겠죠..; 그리고 처음엔 여주인공 정호정이 너무 중2병 같아서 좀 부담(?)스러웠었어요. 혼자 세상 슬픔과 비밀을 다 끌어안고 있는 것 같은 캐릭터처럼 보였는데, 제가 별로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읽어갈수록 정호정에게도 나름의 아픔과 트라우마가 있었고,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사연 있어 보이는 호정이 탄생했다는 걸 알고 나니 좀 짠해 보였어요. 그런가 하면 남주인공 강은기는 잘 웃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아이였는데, 이 아이에게도 상상치도 못한 사연이 있어요. 이렇게 사연 있는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빠져들면서도, 자신들 때문이 아니라 외부적인 이유로 거리를 두게 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이 둘의 관계에 대해 더 이상 자세히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둘이 가까워질 땐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것 같다가, 후반부엔 찬바람이 들이닥치는 걸 느끼며 지금이 겨울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찐 첫사랑 같았구요. 모든 사람의 첫사랑이 이렇게 아프진 않겠지만, 아팠다면 아픈 대로, 달달한 기억만 있다면 그대로 달달했던 일만 생각할 수 있을 이야기였네요. 오랜만에 잠시나마 연애시절에 느꼈던 기분을 글로 읽으면서(..) 당 충전도 할 수 있었어요 :)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