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아버지에게 갔었어

[도서] 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2월 말쯤 창비에서 신경숙 작가의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 

사전 서평단을 신청했다. 운이 좋게 당첨이 되었으나

창비측과 신경숙 작가님에게 죄송스럽게도

날짜를 지켜 서평을 쓸 수가 없었다.

 

- 이 포스팅은 창비에서 무료로 제공된 가제본 책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한 문장 한 문장씩 

눈으로 꼭꼭 눌러 읽으며 머릿속에 가슴속에 담고 싶은 욕심에

읽는 속도가 더디 걸렸고, 글 속에서 만나는 작가와 작가의 아버지를 떠올리다보면

나와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느라 책을 읽는 속도가 점점 늦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으로 인해 아직은 곁에 온전히 계신 나의 아버지와

내가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아버지와 관한 추억들,

그리고 그리 오랜 세월 곁에 계셨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모르는 아버지에 대한 모습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했던 

고마운 책이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늦더라도 서평을 남기고 싶어졌다.

 

읽는 동안 잠시나마 효자, 효녀가 되어야지 생각하게 되는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소설가인 화자가 자신의 딸의 죽음으로 인해 

상처입은 자신의 모습을 부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한 편으로는 그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시간들에 갖혀 살다가

친정엄마의 수술로 홀로 계신 아버지 곁에 내려가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어린시절 전염병으로 양 부모를 잃어버리고 어린 나이에 종가의 장남으로 집안을 짊어지게 된 아버지는 

엄마를 만나 여섯 형제를 낳아 기르게 됐다. 한국전쟁으로 남과 북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시절

종가의 장남을 전쟁터에 보낼 수 없었던 집안 어르신들은 아버지의 두번째 손가락을 잘라냈고,

혹여나 이래저래 끌려갈까 싶어 집에도 못 들어 오고 도망을 다니기까지 했던 아버지.

아버지는 집안의 소만큼은 지켜야 했어서 소를 데리고 다리 밑이고, 산 속이고 헤메며 집을 떠나 지내기도 했다. 

거둬야 하는 자식이 여섯이나 되다보니 돈이 되는 일이면 뭐든 나서야 했고,

혼자 연고도 없는 서울로 올라가 식당일도 도우며 지내다가 민주화 한 복판에서 

주인집 딸을 구해나오는가 하면 운동권 아들을 찾아다가 빨갱이에게 붙들려 본인이 살려면 죽음의 무덤으로 

밀어 넣을 수 밖에 없었던 생명의 은인과도 같았던 무릉이형에게 가서 자식을 숨겨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현대사회로 넘어오는 시기 이 땅의 아버지들의 모습들을 요목 조목 가지고 있는 듯 하면서도 

무뚝뚝함 내에 여섯 자식들에게는 하나하나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뇌가 30년 전부터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었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화자는

그간 자신이 생각했던 아버지 외에도 여섯 자식들과 엄마,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비춰줬던 아버지는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또, 아버지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써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손녀를 보내놓고 힘들었을 딸에게 세월의 힘을 전달하는 아버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화자인 헌에게는 서서히 딸의 죽음을 딛고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고, 삶을 다지는 힘이 되어 준다.    

 


 

글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아버지에 대해 아버지이기 이전에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던가 깊이 생각해본적이 있었는지?

과연 내가 아는 아버지는 어떠한 사람인지 자구 곱씹어 생각하게 됐다. 

 

아버지와함께 할 수 있었으나 하지 않았던 일들을 곧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아버지가 원한 건 어려운 일들이 아니었으니까.

아버지는 혼자 있는 나와 함께 있고 싶어했을 뿐이었다.

얼굴을 보고 밥을 같이 먹고 내 집 감나무에 거름을 묻어주고 싶어했는데

나는 다음에요, 했다. 

 

- <아버지에게 갔었어> 중에서-

 

가끔은 이 책이 자주보는 만큼 아버지와 자꾸 부딪히는 나에게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려고,  지금 아버지가 하고 싶어하시는 일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

라고 말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또 한 편으로는 나는 아버지가 아닌 아이들의 어머니이지만 

책 속의 아버지의 모습처럼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나 역시 마음을 다잡으며 살아야지 하며 다짐을 하게도 했다.  

 

나는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려고 한번이라도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화자가 말을 하는데 나 역시 이 문장을 읽으며 과거를 떠올렸다.

'나는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려고 한번이라도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아버지가 내게 하는 이야기들은 다 아버지의 편견과 고집, 아집 속에 하는 말들이라고, 

이미 선부터 그어 놓고 한 걸음 떨어져 들으며 늘 반박하고, 아니라고만 했던 딸인 나. 

 

아버지란 존재 하나만으로도 가족의 안식처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시간들.

아버지란 존재만으로도 부러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던 시절.

나에게도 그런 시간, 그런 공간들이 존재했다.

아마 이 땅의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런 시간과 공간, 그리고 아버지란 존재가 있기에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오래 슬퍼하지는 말아라잉.

-우리도 여태 헤맸고나.

-모두들 각자 그르케 헤매다가 가는 것이 이 세상잉게. 

- <아버지에게 갔었어> 중에서 - 

책 뒷부분으로 갈 수록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작가 헌이 동네에서 만난 본인은 누구인지 조차 잘 모르는 

동네 할머니들이 그녀를 위로하는 부분이 참 진심어리게 다가왔다.

각자 그르케 헤매다가 가는 것이 이 세상이라니.

과연 그 나이가 되면 깨닫게 될까? 

 

말씀은 무뚝뚝했지만 행동만큼은 늘 자상했던 여섯남매의 아버지. 

아버지는 니가 밤길을 걸을 때면 너의 왼쪽 어깨위에 앉아 있겠다, 했다. 그러니 무엇도 두려워 하지 말라고. 

 

- <아버지에게 갔었어> 중에서 - 

 

태어나는 순간 먹고, 키우고, 가르치고의 책임은 물론이거니와

죽고 난 이후에도 늘 힘이 되는 존재가 바로  

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곁에 있든 있지 않든 늘 곁에서 지켜주는 존재. 

 

한동안 신경숙 작가에 대해 잊고 지냈는데 표절로 인해 절필했던 그녀가 

"과거 허물을 무겁게 등에 지고 작품을 쓰겠다"며  

'아버지에게 갔었어'에 나오는 작가 헌의 생각을 통해 

그 간 자신의 생각들을 많이 펼쳐 보였다고 한다.

 

 

작가에게 작품은 자식과도 같다고들 한다. 

 

논란이 많았고, 글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이 깊었던 만큼 

'아버지에게 갔었어' 이 작품 속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그녀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글쓰기였고,

글을 쓸 수 있기에 살 수 있다는 말처럼

앞으로는 진심으로 울림을 주는 작품로 한국문단에서 살아내주길 바라본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