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레스

[도서] 레스

앤드루 숀 그리어 저/강동혁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나이가 한 살 씩 먹어가고 달라지는 외모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내 나이대의 슬기로운(?) 인생법칙에 대해서 두렵다. 예전에는 이런게 없었다. 20대 때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20대 초반이던 중반이던 후반이던 나이 먹어가는 게 별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정확히 30대의 후반쯤 되어가면 내가 남들만큼 잘 살고 있어도 뭔가가 두렵다. 이 두려움의 원인은 노화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에 가까운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책장을 넘기며 막연했던 두려움에 대해서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 느낌이랄까. 오십 년을 살고 있는 내 삶에 대해서 나는 떠올려보려고 하지 않았다. 애써 외면했다. 원인들 중의 하나가 바로 부모님이다. 그때쯤이면 부모님이 내 곁에 있을 확률이 많지 않으니까. 그게 가장 두렵다.

 

주인공 레스는 게이이다. 게이로서의 중년의 삶은 그닥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더 불행해보인다. 9년이나 사귀었던 연인이 어느날 갑자기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한다. 레스는 결혼식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 하나로 세계여행을 떠난다. 내가 알고 있는 여행에 대한 사실들 중 하나는 바로 여행의 장소보다도 누구와 함께 가는지가 더 의미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레스의 여행은 여행이라고 하기엔 그저 도피의 목적이 강할 뿐이다.

 

누군가를 잃게 될 때 그 이별이 실연이던 죽음이던 그 어떤 것이던 레스처럼 여행을 하는게 힐링의 의미가 있을까? 한 번도 여행을 그런 의미로 가 본 적이 없어서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레스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을 점점 정리하게 되고 스스로 인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를 맞는 것 같다.

 

놀랍게도 책의 저자인 앤드루 손 그리어의 삶이 주인공 레스와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그 또한 게이이고 게이 배우자가 있는 작가이다. 그런 그가 왜 이런 중년의 끔찍한 아픔에 대해서 소설을 만들었을까? 물론 결혼은 했지만 늘 한결같을 수 없는 게이 라이프에 불안함을 느꼈기 때문일까?

 

아름답고도 서프라이즈한 결말로 책은 끝났지만 독자로서 내게는 큰 생각거리가 주어진 것 같다. 나의 중년의 인생에 대해서 말이다.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