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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여행자다

[도서]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

섬북동 등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해외여행을 마지막으로 간게 2020년 2월. 퇴사 후 갔던 태국 '방콕'이었다. 그때 막 코로나 때문에 중국이 난리였었고, 아직 한국에서는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만 공항에서 마스크를 대체적으로 쓰는 모양새였다. 내가 너무 경솔했던 건 그저 지구촌 뉴스에서나 보던 우한 폐렴이 설마 나와 관련이 있을까 싶었지만, 혹시 몰라서 마스크는 내것과 동행인 것 딱 두 장만 챙겼던 것이다. 그런데 왠걸! 방콕에 도착 후 얼마나 많은 중국인들이 있던지.. 이들은 거의 마스크를 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우리는 그 곳에 있는 거의 모든 편의점들을 닥치는대로 가보았으나 가는 곳마다 마스크는 동이 나고 없었다. 어리석게 딱 한 장 가져간 마스크를 찝찝하지만 계속 쓰면서 여행할 수 밖에 없었고, 여느 방콕 여행 때와는 다르게 미지의 바이러스가 내 몸속으로 들어갈까봐 마음껏 즐기지도 못한 여행이었다. 

 

 여차저차 방콕서 찝찝한 여행을 하고 한국에 돌아온 후 한국에 우한폐렴 확진자가 발생하게 되고 난리가 난다. 그 후 2년이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바이러스는 잠잠해지긴커녕 하루 확진자가 3천명에 육박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정말 남의 일인줄만 알았고 지구촌 뉴스에서 작년 2월에 접했던 이 바이러스에 일주일 전,아빠가 감염되게 되었고, 밀접접촉자로서 우리 가족은 현재 자가격리중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난리 난 이후 사실 그렇게나 좋아하던 여행에세이는 펼쳐보지도 않게 되었다. 마치 SF 소설을 접하듯 비현실적인 내용으로 인한 괴리감 때문이다. (SF 장르 매우 싫어함) 그러나 방구석에 갇혀 있으면서 넷플릭스만 주구장창 보다가 옛날에는 책 없이는 못 살던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책에 손을 놓게 된건지에 대해 자괴감으로 펼쳐 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언제나 그렇듯 어떤 장르인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펼쳐보았다. '여행자'라는 아주 오랜만에 듣게 된 단어가 표지에 나와있는 것 만으로 선택했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독서모임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삶과 여행에 대해 쓴 글들을 엮은 책이다. 공통적인 것은 이들이 모두 여행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글들이 여행과 관련이 있었고, 독서모임의 멤버들답게 취미나 좋아하는 관심사가 나의 그것과 공통점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누구나 그렇듯 전염병이 유행한 후엔 해외에 나갈 수 없어서, 누구는 요리로서 여행을 추억하고 또 누구는 기념품 등으로 추억한다. 나 또한 글들을 한 편씩 읽으며 내가 했던 여행들을 추억해보았고, 눈을 감으면 재작년 이맘 때 갔던 이탈리아의 골목이 떠올라서 괜시리 아련하고 먹먹해지기도 했다.

 

 내가 책을 가까이 하지 않게 된 이유는 딱히 없지만, 혼자있는 시간이 줄어든 이유도 있고 평소의 정신적인 집중이 업무와 인간관계에 치중된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진지한 책보다는 언제든 커피 한 잔의 여유와 어울리는 캐쥬얼한 책에 손이 가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의 내가 그러했다.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갑갑함을 여러 여행자들과 공감하며 잠시 여유로움을 느껴볼 수 있었다. 책을 덮고는 언제 다시 인천 공항 특유의 가슴 뛰는 느낌을 가져보고, 입국 수속 후 다른 나라의 이색적인 공기를 흠뻑 마셔볼 수 있을지 기약없는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오타 : 19쪽에서 해리티지(heritage)를 해리지티라고............ 완성도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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