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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도서] 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5점

 나름 애서가라고 자칭하는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알아주는 몇몇 작가의 작품들은 아직 읽어보지 않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이다. <개미>, <인간> 등등 마치 인기가 매우 많아서 노래는 모르지만 얼굴은 아는 아이돌을 보듯 표지는 엄청 익숙하지만 지금까지 읽어본 적은 없다. 의도한 것은 아니고, 왠지 손이 안 가는 이유랄까. 그리고 어디서 들었던 건데 이 작가가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한국인의 정서를 잘 맞춰주고 작품세계가 한국적인 건가. 처음으로 읽은 이 책 <심판>에서 그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한 결과, 아마도 '기발함'이 답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기발한 이야기는 누구나 매료시키는 힘이 있으니까.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장르가 희곡이다. 사실 처음에 이 사실을 알고 책을 그냥 덮어버릴까 싶었다. 익숙하지 않은 장르의 책이나 인간이 읽으라고 쓴 건지 잠들기 위한 용도인지 모를 작가 혼자만의 세계가 강한 책은 사실 나이가 들수록 빨리 손절하게 된다.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려는 의지가 점점 강해지니까.) 그러나 생각보다 술술 잘 읽혀서 읽다보니 이내 끝까지 냉큼 읽게 되었다. 아마 희곡은 고등학교 문학 시간과 그 후 언젠가 읽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 이후 아주 오랜만에 읽어 본 것 같다. 대학로 공연장에서 몇 번 본 연극 경험을 떠올리며 무대위 등장인물들을 상상하며 읽으니 오히려 몰입이 더 잘 되었다. 희곡의 장점이 묘사와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심판>에는 방청객을 위한 애드립 또한 군데군데 포함되어 있어서 마치 연극의 대본을 보는 느낌이었다. (희곡에 대해서는 전문적으로 아무 것도 모른다. 순수하게 내가 느낀 점이다.) 마치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을 읽으면 헐리우드에 판권을 팔고 싶어 발악한게 느껴지듯, 이 작품 또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작정하고 연극 무대에 올리기 위해 집필한 목적이 뚜렷해보였다.

 

 내용도 매우 기발하다. 평생 담배를 끊지 못한 골초 판사가 폐암 수술이 실패해서 사후세계에 가게 된다. 마치 염라대왕처럼 프랑스판 사후세계에 있는 판사, 변호사, 검사가 주인공의 다음 생애를 결정짓는다. 성별, 직업, 핸디캡, 부모. 국가 등 모든 걸 초이스해서 다시 환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생각해 본 적 없는 너무나도 독창적인 이야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득 전생의 난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떤 초이스를 했길래 내가 태어나게 된건지 궁금해졌다. 

 

  술술 읽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책을 다 읽고 역자의 말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느낀것은 <심판>에서 어떤 메세지를 주고 싶은건지 파악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문학에 대한 이해력과 통찰력이 낮다고 해도 할 말 없다.) 역자의 말에서 딱 한 가지 답을 찾았다. 핵심적인 주제가 바로 '운명과 자유의지의 문제'라고 한다. 글쎄.. 이거 너무 어려운데.. 매우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며 답을 내릴 수 없는 아주 난해한 주제가 아닌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다른 작품들의 공통적인 주제도 바로 이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내가 이 작가의 작품에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너무 세속적이고 생각이 얕으며 운명과 자유의지에 대해서는 사실 생각해 본적 많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한때 힌두교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관련책들을 탐독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운명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본 적이 있긴 했다.) <심판>에서 '카르마'가 많이 나오는데, 원래 서양인들에게는 일본이 매우 신비스러운 이미지가 있는 나라이듯 불교의 교리 또한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많이 봤다. 저자도 그런 부류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 책 한 권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이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이 사람의 철학과 종교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고 탐색해본 이후 작품을 접해야 더욱 잘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발한 스토리에 독자 누구나 감탄할만한 메세지를 전해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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