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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도서]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키미앤일이 글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지금 내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인 초코는 나이가 열 두살이다. 내가 데려온 아이가 아니라서 어디서 어떻게 우리집에 온 건지는 같이 살았던 여동생만 안다. 걔도 선물(?) 받은 강아지이고 그 때 선물해주었던 남자친구랑 쫑나서 초코가 언제 태어났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도 받지 못했다. 여동생은 나랑 같이 살았던 약 팔 년의 기간동안 초코에 대한 관심은 퇴근 후 집에 와서 단 삼 분 정도 안아 준 것에 불과하고 배변패드 한 장을 산 적이 없는 파렴치한 인간이다. 웃긴건 초코를 이용해 연기를 아주 그럴듯하게 잘 해서 강아지를 사랑하는 역할에 감동한 한 순진한 수의사와 결혼했다는 것이다. 늘 초코의 출생에 대해 생각할 때면, 사기 결혼으로 인생 역전한 인간말종이 떠오르면서 괘씸해진다. 암튼 결혼 후 나랑 남동생은 그 인간말종과 아주 기다렸다는듯이 절연해버렸다.

 

 초코를 십 이년 가량 키우면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늘 느낀다. 아마 내가 아이를 낳아도 나의 이런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주말만 되면 애견동반이 되는 카페와 식당을 검색해서 먼 곳도 마다 않고 다녔다. 초코가 행복해하면 나도 좋았다. 이건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형성되는게 아니다.  사랑이란 이토록 위대한 것이며 삶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는걸 배웠다. 초코가 없었다면 아마도 너무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이런 기쁨도 몰랐을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며 또 다른 사랑에 대해서 느끼겠지만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식어버리고 서로 배신하고 성격차이로 골머리 앓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강아지는 아니다. 정말이지 한결같다. 물론 초코는 나이가 많아서 어렸을 적보다 기운이 많이 없고 몸이 한 두군데씩 아파하긴 하지만 내가 집에 들어왔을 때 반겨주는건 십 이년 간 늘 한결같다. 

 

 초코가 처음 내 품에 왔을 때 털 달린 동물의 몸을 처음 만져보고 굉장히 이상한 기분을 느꼈었는데.. 키우면서 언제부터인가 고기(특히 치킨)를 먹는 게 거북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초코를 만졌을 때 느꼈던 몸의 구조가 너무 비슷해서이다.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물론 식탁 위에 있는 이 고기는 다른 동물이지만 이 아이도 생명이었을 것인데.. 왜 인간은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이토록 사랑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동물은 무참히 살해해서 식욕을 충족시키는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나는 비건은 아니다. 도저히 할 자신이 없다. 직장인으로서 비건의 삶을 산다는 건 불편함을 넘어서서 불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이 책을 읽고 막연히 채식위주의 삶에 대한 소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국 저자가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도 단 하나이다. 바로 '사랑'이다. 아주 신기한 것은 저자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철저한 비건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매우 존경스럽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기후변화와 채식주의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막연히 들어보았을 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지 못했는데 소 한마리가 발생시키는 탄소가 자동차 한 대 보다 치명적이라고 한다.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채식을 한다는 것은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지구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말이다. 

 

 책을 덮고 될 수 있는 한 고기를 줄이고자 하는 마음이 더욱 확고해졌다. 말하자면 플렉시테리언이랄까. 위에서도 언급했듯 내가 저자와 같은 프리랜서가 아닌 이상 고기를 아주 끊으면서 삼시세끼 집에서 차려 먹는 삶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일부러 고깃집에 가거나 고기만을 먹기 위한 식단은 점점 줄고 있다. 달걀도 동물복지 달걀을 주로 구입하고 있고 (너무 비싸서 부담되긴하지만) 우유 또한 무항생제 우유를 먹고 있다. 이런 소비는 물론 채식주의와는 별로 상관없을 수 있지만 다른 생명에 대한 사랑의 또 다른 표현방법이자 아주 작은 노력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비건이 되었으면 하는 건 아니다. 나처럼 동물의 복지와 도축의 잔혹함에 대해서 곰곰이 한 번이라도 생각하고 아주 작은 노력이라도 해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아주 작은 노력들이 모이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동물들도 지구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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