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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도서]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김민정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주작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누군가가 쓴 에세이를 읽는다는건 어느정도 주작임을 감안하고 내 시간을 희생하며 읽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가 존경할만한 사람이던 셀럽이던 그 누구던간에 오롯이 자기만의 생각과 경험을 오롯이 담은 건 분명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점점 책을 고를 때 완전 허구인 소설이나 아예 그 반대인 비문학에 손이 가고 에세이는 반드시 읽고 싶은 책만 선정해서 읽고 있다. 

 

 바로 이 책이 선정한 몇 안 되는 에세이 중 하나다. 오래 전, 우연찮게 '1인2묘 가구'라는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되었고 영상으로 처음 저자를 만나게 되었다. 스스로 비혼주의자라고 당당하게 세상에 알리면서 방송작가로 열일하여 모은 돈으로 고양시에 집을 마련한 크리에이터의 이야기가 내겐 큰 자극이 되었다. 나도 서울에 이사와서 살고 있는지가 이제 10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도 계속 전세를 전전하며 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보증금을 부모님이 보태줄 수 있었기 때문에 월세 보다는 쭉 전세로 살아올 수 있었다는 점이다. 서울 생활을 하며 어머니가 그토록 서울에 집을 마련하고 싶어 2007년쯤부터 여기저기 임장을 다녔지만, 결국 너무 비싸다는 결론으로 사지 못했고, 지금 그때 본 어떤 집은 10억 가까이가 올라서 이젠 엄두조차 나지 않게 된다. 역시 가장 비싸다고 할 때가 가장 싼 것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엄마를 보면서도 나는 여러 동네에서 살아볼 수 있는 장점인 전세의 삶을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저자의 영상을 보고는 생각을 바꾸게 된다. 전세집에 산다는 건 언젠가는 이 집을 비워줘야 하기 때문에 늘 임시로 산다는 느낌이 강해서 못 한 번 제대로 박을 수가 없다. 물론 인테리어에 그닥 관심이 없는 편이라서 지금까지 그런 부분에 아쉬움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나보다 한 살 많은 저자가 자신의 공간을 열과 성을 다해서 꾸미고 그 안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더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꼭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도 저자의 채널을 들어가보면 마지막 영상이 올라온지가 꽤 예전이다. 어쩌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업로드 되는 영상이 참 아쉬웠지만, 그간 저자의 어머니가 암투병 끝에 돌아가셨다는 걸 영상으로 알게 되어서 마음이 아팠다. 영상에서는 그 과정에서 저자가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걸 느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담지 않아서 잘 몰랐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얼마나 그간 마음 아파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2015년에 청약에 당첨이 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이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지 않았었다. 서울 시내에 있는 유명 브랜드 아파트의 2층 집이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포기했다. 좀 더 좋은 동네에 좋은 층을 1년만 더 있다가 청약을 다시 해도 당첨될 거라 자신했었다. 그러나 그 때 나의 모든 운이 날아간 것 같다. 5년 간 청약통장을 쓸 수 없게 되어 버렸고 (포기했을 당시 이 법이 없었고, 포기한 후 얼마 안 되어서 법이 생겨버렸고 황당하게도 소급적용되었다.) 부모님은 안그래도 사이가 안 좋은데 엄마가 부동산에 무심했던 아빠탓을 하며 요즘에도 20평도 되지 않는 집에서 개처럼 물어뜯고 싸운다. 오래전엔 집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다가 남편이 부인을 죽이는 사건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터 집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원흉으로서의 소재가 되어버린것인지.. 그저 나는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인데 이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나 싶다. 그리고 시간을 6년 전 그때로 돌이키고 싶은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금 그 집의 전세가격이 분양가격보다 비싸다.) 

 

 어쨌든, 나는 지금 나만의 집이 너무나도 절실하다. 재테크로서의 집은 둘째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전세에 만족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던건지.. 닭장 같은 곳이라도 내가 소유하고 있는 나만의 콘크리트 공간을 갖게 되면 이 불안한 시대에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집을 가졌다고 바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책에 쓰여 있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그닥 행복할 일이 없는 인생이라면 집이라도 있는게 어디냐 싶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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