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의 책을 처음 읽어보는데 그게 바로 에세이라니... 그러다보니 이 작가가 어떤 소설을 썼으며, 어떤 작가인지 아는 정보가 사실 하나도 없었다. 단순히 제목과 에세이라는 장르게 끌려서 읽기 시작했다. 읽다보니 이 책이 여행 에세이라는걸 알게 되었고, 그 순간부터 흥분(?)모드로 읽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는 여행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곳은 뉴욕, 런던, 타이페이 등인데 모두 그 곳으로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떠나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이 책을 처음 기획한 후 9년 만인 작년에서야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다니.. 재미있다.
보통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행 에세이를 쓴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여행에 대한 흥미가 그냥저냥(?)인 사람이 쓴 에세이는 얼마나 재미없을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름 재미있다. 그리고 다른 여행 에세이와 다른 점은 바로 정세랑이라는 작가를 왠지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다정함과 따뜻함이 글 속에 묻어나온다는 점이 다르다. 내가 여행을 다니며 세상을 보고 느꼈던 그 때의 마음이 다시금 떠올랐다. 직업이 작가이기에 이 부분을 그대로 글로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행기가 신나고 흥미롭다기보다는 잔잔하면서도 호흡이 느려서 더욱 보기 편했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여행 에세이가 바로 이런 느낌의 책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책을 읽는 동안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