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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여행

[도서] 비긴 어게인 여행

이화자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학창시절부터 나 스스로 느낀 것은 산다는 것은 어쩌면 지옥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집 앞에 있는 입시학원이라는 걸 처음으로 다녀봤었는데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이라는 걸 해야 했다. 게다가 주말도 없이 마치 닭장 같은 공간에 애들 몇 명 앉혀놓고 앞에서 선생이 열심히 떠드는 환경에 적응하기란 꽤나 힘들었다. 몇 달 다니다가 지하주차장 벽에 매직펜으로 '훨훨 날고싶다'뭐 이런 메세지를 써놓고 땡땡이를 쳤던 기억이 난다. 언제 이런 삶을 그만두고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어도 자유는 커녕 강도는 더 심해진다. 그리고 고등학교 삼 년은 더 지옥이었다. 학원에서 했던 시스템이 학교에서 행해졌다. 10시까지 야자를 하지 않으려면 미술을 한다던가 다른 계통의 학원을 다닌다던가 마땅한 사유가 있었어야 했다. 그 당시 내 삶은 우울함 그 자체였다. 이상할 정도로 내 주변의 다른 또래들은 그런 환경에 잘 적응을 했다. 나는 답답해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는데... 지금에서야 학문이라는 건 인간이 되기 위해서 꼭 배워야 하는 것이며 공부라는게 재미있는 것이라걸 깨닫게 되었으나 그 당시에는 공부는 그냥 구토가 나오는 것이었으며 시험은 지옥이었다.

 

무사히 자퇴하지 않고 꾸역꾸역 다닌 끝에 졸업장이라는 걸 받게 되었고, 원하지 않은 대학에서 반수라는 걸 해서 다른 대학에 가게 되었다. 진정한 자유가 주어졌다. 이런 자유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서 머뭇거리다보니 벌써 졸업을 하게 되었다. 진로 따위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해둔 것을 이루기에 너무 힘겨운 걸 깨닫게 되고 포기했다가 다시 결심하기를 반복. 도대체 삶은 무엇인가? 나이 서른이 넘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왜 이렇게 나는 행복을 향해 힘겹게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인지... 슬퍼진다. 오래전에 영국에서 일 년 가량을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 때 느꼈던 것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잘못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때가 되어서야 내가 비정상이 아니라는걸 느꼈다. 한국사람보다도 훨씬 자유와 인간의 존엄함을 누리는 영국사람들을 보고 알았다. 내가 한국에서 살아야 할 팔자는 아니라는 것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뭐랄까.... 지금 여기서는 인공호흡기로 간신히 생명을 이어간다고나 할까. 그런 내게 조금이나마 낙이 되는 것은 바로 '독서'와 '여행'이다. 두 개의 공통점은 바로 '현실도피'. 루저냐고? 뭐 그렇다고 해도 할 말 없다. 한국인이라면 으레 가져야 할 경쟁심보다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니까. 독서는 내게 '밥'이라면 여행은 내게 '비타민'이다. 비타민은 늘 땡기는데 먹기가 힘들다. 그래서 비타민을 밥으로 섭취한다. 여행책이다.

 

<비긴 어게인 여행>. 제목이 와닿는다. 내게 비타민으로서의 여행과 어쩌면 일맥상통하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이야 뻔하다. 저자가 여러 국가 다녀보고 끄적이고 사진 올린 것들. 그런데 이 책이 내게 색다른 의미를 주는 이유는 바로 '아! 이런 나라가 있구나! 정말 꼭 가보고 싶다'라고 느끼게 해준 국가가 몇 개 있기 때문이다. 바로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이다. 어디에 있는 곳인지도 몰랐던 나라인데 이토록 착한 사람들이 많은 곳들이 있다니... 놀라웠다. 내게 여행하는 나라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계기는 바로 '좋은 사람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두 나라의 사람들은 한국의 '정'처럼 여행객이라도 경계하지 않고 집에 초대해서 아침을 대접하고, 찻집에서 차를 마시다가도 망설임 없이 차를 배가 부를 때 까지 건네주는 곳이었다. '빨리빨리'가 아니라도 괜찮고, 부유하지 않아도 행복한 곳. 책을 덮고도 이 두 나라만은 꼭 가봐야 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비타민을 섭취하면 내 몸 속에서 너무 빨리 고갈됨을 느낀다. 여행을 갔다온지 한 달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린다. 이를 어쩔꼬...시간과 돈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주는 꼭 로또가 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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