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커뮤니티도 물론 많고, 모든 커뮤니티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떨 때는 의도적으로 아무런 의견을 가지지 않은 채, 제3자의 시선으로 관찰하다 보면,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일수록, 명확한 근거 없이 특정 주제를 끄집어내서 단순히 화풀이 수단으로 삼기 위해서 특정 집단을 혐오하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관심 받기 위해, 무의식적인 차원에서의 방어 본능 등등 그밖의 다양한 이유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유대감을 갖기 위해 형성된 커뮤니티라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현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악의가 있든 없든 누군가의 감정을 다치게 하고, 확증편향, 분노, 공포 등을 재생산한다.
그저 기분에 따라 ‘극혐’이라는 표현으로, 그 글이나 말을 받아들일 타인에게, 배려 없이 기분대로 언어를 목적 없이 배설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한 역사부터 원리를 다룬 책이라니 단연 흥미로웠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공감 능력이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 준다고 하지만, 실험 결과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가해자에 대해 더 가혹한 처벌을 원하고, 공감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 수치가 높을수록 우리 편에 대한 충성심은 높아지지만, 상대편에 대한 공감은 오히려 낮아진다고 한다.
’비뚤어진 공감’은 오히려 혐오의 감정을 양산하기도 한다. 연예인이나 청소년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모는 악성 댓글의 폐해는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 지나친 자존감 또한 혐오를 만든다는 논리 또한 신선하게 다가왔다.
혐오의 역사를 논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소외되지 않기 위한 손쉬운 방편으로 소수를 지정해서 따돌리는 방식으로 불안을 극복하고 외부 세계로부터 방어하며 생존하길 선택하기도 한다는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 내용이 어렵지 않게 떠오르기도 했다.
이렇듯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인종, 특정 지역 출신,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노인, 여성 등 타집단을 겨냥한 혐오와 차별이 줄곧 이어져오고 있지만, 그동안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폄하된 문제가 코로나 이후 그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이러한 심각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부터 ‘내 생각이 잘못될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보 전달이 전에 비해 급격하게 쉬워진 세상에서 오히려 사람들은 스스로가 더 많이 접하고 취합한 정보에 확신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이 옳다면, 역설적으로 상대의 생각 또한 그들의 입장에서 옳을 수 있다는 관점을 늘 지니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와 윤리에 대해 다룬 벽돌책 중에 하나인 <바른 마음>에서 처음 그 이야기를 접하고 망치로 얻어 맞은 듯한 신선한 충격에 빠졌었는데, 이 책은 그때의 충격에 호기심까지 더해진 마음에 불을 지펴준 셈이다.
사실 이런 사회적이고 깊은 역사를 간직한 이야기들이 일반인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쉬운 건 결코 아님에도, 깔끔한 편집에 굉장히 공을 들여서인지 내용에 군더더기가 없고 술술 책장이 넘겨지는 게 신기할 정도다.
강연 내용이 논리정연하게 담겨 있고, 마지막에 요약본도 실려 있는데, 아무래도 구어체를 그대로 옮겨 온 점 또한 가독성이 높이는 데 한 몫 하는 것 같다.
괜히 신경 쓸 일이 많아지는 때에는, 사회의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려는 의지도 줄어들기 마련인지라, 처음엔 가볍게 읽어 볼 요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혐오’라는 주제를 따로 연구하고 토론한 컨퍼런스 내용을 짜깁기 한 책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고 난 후 오히려 생각이 바뀌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연구한 결과물인 만큼, 전문가들의 성찰과 지혜가 깃들어져 있어서, 혐오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이 책을 들춰 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동안 내가 혹시라도 혐오의 가해자가 된 적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이토록 ‘혐오’만 깊게 파고든 책도 전무후무하다는 점에서도 소장 가치 또한 꽤 높은 책이다.
미래의 주역이며 동시에 오늘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세상 곳곳의 미움을 없애고 따뜻하게 혁신하는 ‘공감인재’로 키우고자 설립된 비영리재단인 T&C재단 X 마로니에북스 콜라보로 태어난 책이라 더욱 만족스럽다.
평소 존경해왔던 최인철 교수님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신 아홉 분의 교수님이 이러한 현상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야 할 책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의 저서로는 독서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프레임>, 그리고 비교적 최근 작품인 <굿 라이프>, <아주 보통의 행복>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법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사학, 언론정보학, 문화인류학, 철학, 사회학 등 전공이 다양한 교수님의 견해가 어우러져, 하나의 동일한 현상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사회학에 관심 있는 분들 뿐만 아니라, ‘만인에 대한 혐오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만큼, 중견기업 이상의 경영진 분들이라면 교양 지식으로 알고 있으면 좋은 내용들이 담겨 있으니 놓치지 않길 바란다.
지금 우리 주변 도처에서 각종 문제로 붉어지고 있는 ‘혐오’의 시대에 건강하게 대응하기 위한 해법이 궁금한 분들에게도 훌륭한 교양서이자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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