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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도서]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정호승,안도현 등저/장석남,김선우 공편/클로이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연(蓮)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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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보니 목차에 올려진 내용 중에, 이 시의 저자가 <한용운>으로 되어 있고,

제목도 "연꽃 만나고"가 아니고 "연꽃 만나러"로 되어 있어 지적을 한 적이 있다. 간만에 들어와보니, 저자 수정은 되어 있는데 제목 수정은 여전히 안되어있군..

 

저자 수정은 된 걸로 봐서는 출판사에서 이전 글을 보긴 본 것 같은데...

  

책을 사보지는 않아서 실제 책에도 그렇게 되어 있는 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일반적인 용법으로도 그렇지만, 특히나 이 시에서 '만나러'와 '만나고'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시간적으로 '만나러'는 사전(事前)이며, '만나고'는 사후(事後)다.

 

이 시는 서정주의 시 중에서는 작은 소품같은 시이지만, 이런 소품에서도 그의 언어감각은 탁월하다.

 

사람의 만남과 이별의 모습을 잔잔히, 너무 섭섭하게 헤어지지 말고, 바로 엊그제 만나 헤어지는 그런 감정이 아니라 한 두 철 전에 헤어진 것처럼 헤어지자는 것이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감추고 싶고, 누르고 싶은 그 이별의 아쉬움은 더 배가되어 진한 여운이 남는다. 이처럼 감정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고 에둘러 표현함으로써 그 너머의 어떤 진한 감정을 독자에게 추측하게 하는 여운을 남기는 데 우리 시에서 미당 만큼 탁월한 사람이 없었다.

 

근데 이게 뭥미?

'만나러'라니???

'만나러'로 되면, 이 시는 헤어짐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 설렘, 바램, 뭐 이런 것들로 의미가 치환되어 버린다.

 

'러'와 '고'의 차이는 글자 한자 차이지만 의미는 정반대,

사람으로 치면 코가 뒤통수에 붙어있는 꼴이다.

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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