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공부의 위로』는 목차 구성이 흥미롭다.
1학년 지知의 세계를 향한 동경
2학년 자연스럽게 감지感知하는 훈련
3학년 자유롭게 뻗는 가지처럼
4학년 공부의 진정한 쓸모에 대하여
각 장에는
작가가 대학 때 수강했던
수업 이름이 나온다.
작가의 4년간 대학 수업
이야기를 따라가며
내가 들었던 수업도 궁금해졌다.
대학교 성적증명서를 찾아
교과목명과 성적을 보는데
이십 대 초반 인문학관에서
내가 보낸 시간이 떠올랐다.
씨 뿌리는 사람
저자가 1학년, 3학년에 들은
한문 수업의 내용을 담은
글의 제목은 씨 뿌리는 사람이다.
수업 시간에 습득한 것들은 젊은 날 잠깐 머릿속에 자리했다 세월이 지나면 이내 사라져버린다. 그렇지만 싹은 물 준 것을 잊지 않고 무럭무럭 자란다고 했다. 식견識見이란 지식을 투입하는 그 순간이 아니라 추수 끝난 논에 남은 벼 그루터기 같은 흔적에서 돋아난다. p63
곽아람 지음/공부의 위로/민음사
'교양(culture)'이란
원래 경작(耕作)을 뜻하는 것이니
수년 전 뿌린 씨앗의 결실을 이제야 거둔다는
작가의 말에 교양?養이란 말이
새롭게 다가왔다.
독서도
씨앗을 뿌리는 행위 아닐까?
언어 공부, 감각을 일깨우다
불어와 프랑스 산문 강독 수업에 대한
글 제목이다.
저자는 알베르 카뮈의 『결혼』을
프랑스어 원서로 읽은 경험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원어로 읽으면 다른다. 날것 그대로의 뜻을 곱씹게 되므로 구체적으로 내 것이 되어 손에 잡힌다. p50
곽아람 지음/공부의 위로/민음사
쓸데없는 공부의 쓸모 있는 위로
라틴어 수업에 대한
글 제목이다.
당장 입 안에 밥을 넣어주지 않는 인문학 따위는 팔자 좋은 이들의 유희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나 자신이 조직의 부품에 불과한 것만 같을 때, 부품인 주제에 쓸모라곤 없는 것 같을 때, 그래서 비참하여 마음이 괴로울 때, 위로와 안식을 주는 건 내가 떠난지 오래된, 그저 '잉여'에 불과하다 여겼던 그 공부의 세계였다. p306
곽아람 지음/공부의 위로/민음사
15년도 넘게
나는 이미 인문학관을 떠나왔지만
아직 마음은
그 언저리에서 방황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인간은 자주 착각하고, 착각을 진실로 믿어 가끔씩 위대한 힘을 발휘하고, 착각에서 깨어나 슬퍼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착각한다. 착각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흔들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인간의 취약성을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인문학의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229
곽아람 지음/공부의 위로/민음사
착각하고 흔들리면서
살아가는 내게 힘을 주는 것
인문학, 공부가 주는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