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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도서] 아무튼, 술

김혼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술을 먹기 시작한 게 얼마 안됐는데도 왜 술 없이 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까.

나는 술자리를 좋아한다며 우겼던 내가 술을 좋아한다고 인정할 때쯤 만나게 된

이 에세이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술덕후의 마음을 오롯이 기록해놓은 책 같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고등학생 시절 술을 처음 먹고 숙취에 시달린 이야기와,

소주를 처음 따랐을 때 꼴꼴꼴- 흐르는 소리를 작가가 좋아해 한 병을 더 시켰다는 점.

위의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작가의 모습이 내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_^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 6월 모의고사를 망치고 친구들과 술을 먹었었는데

그때 초죽음으로 취해 엄마가 데리러 왔어야 했고, 담임 선생님이 출동했으며

우리 모두 다음날 무릎꿇고 반성문을 써야 했고 소주를 처음 따를 때의

그 경쾌한 소리가 좋아 취한 후 무한정 소주를 시켜대서 사장님께 꾸중을 듣고

가방안에 남은 소주를 담아가다 넘어져서 가방안에서 술병이 깨지는 등,,

말하자면 끝없이 흑역사를 나열하게 되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술얘기를 함께 나눌 책이

있다는 게 너무너무 좋았다.

 

깔깔대며 웃을 수 있던 대목도 있었지만, 씁쓸했던 대목도 있었다.

여성의 혼술에 대한 파트인데, 나는 혼술 자체를 집을 제외하곤 할 깜냥이 못되어

해본 적이 없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혼술을 먹는다는 이유로 욕을 먹고 위험하다고

하는 세상이라는 게 참 억울했고, 혼술하는 여자를 멋있다고 하는 건 그 이면에

동경과 비난이 함께 있다는 말도 공감했다. 그냥 남들 먹는 술 먹는건데 멋질 게 뭐 있담.

 

그리고 작가님 곁에 있는 T도 부러웠다.

함께하고 싶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렵지만 술에 대한 태도까지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건 너무 너무 어렵다. (한때 술 안먹는 남자가 이상형이었지만 그런 남자를

만나 보고 난 이후로 술 궁합?도 잘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남들이 볼 땐 술 좋아하는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 라고 하겠지만 엄연히 다르고

그 다름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만나기가 매우, 정말, 굉장히 어렵다.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소주 한 병을 눈 앞에 두고 있고

첫 잔을 따를 때 나는 경쾌한 소리에 심장이 뛰고 있다.

혹자는 술을 먹는 게 뭐 그리 좋은 일이냐고 하지만 술을 즐기며

사람들과 내일이면 까먹을 삶을 논하는 것도, 오늘의 나를 위로해주는 것도,

내일의 내가 살 힘을 준다는 게 참 좋다.

 

건강하게 오래, 좋은 사람들과 술을 먹을 수 있기를 바라며!

 

 

세상은 우리에게 세계를 확장하라고, 기꺼이 모험에 몸을 던지라고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지만 감당의 몫을 책임져주지는 않으니까. 감당의 깜냥은 각자 다르니까. 빚내서 하는 여행이 모두에게 다 좋으란 법은 없으니까. 그러니 작은 통 속에서 살아가는 동료들이여, 지금 당장 감당할 수 없다면 때로는 나의 세계를 좀 줄이는 것도 괜찮다.

 

뾰족하게 깎아놓은 연필을 백지에 쓱쓱쓱쓱 계속 문지르다 보면 연필심이 점점 동글동글하고 뭉툭해지는 것처럼, 어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그 밖의 대외적 자아로서 바짝 벼려져 있던 사람들이 술을 한 잔 두 잔 세 잔 마시면서 조금씩 동글동글하고 뭉툭해져가는 것을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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