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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도서] 카지노 베이비

강성봉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카지노베이비 #강성봉작가님

하늘의 별처럼 땅속의 돌처럼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가슴속에 소중히 품고 살아가는 한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다. (p. 12)

 

지음은 탄광촌에서 카지노 관광 도시가 된 마을이다. 마을에 카지노가 들어서면서 그 주변으로 전당포와 모텔, 식당과 주점이 생겨났다. 카지노에서 돈을 잃은 사람들은 가진 물건들을 모두 전당포에 맡겼다. 돌반지, 적금통장, 땅문서, 산삼주, 스마트폰. 주인공 하늘은 소설 첫 문장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소설은 아이가 전당포에 맡겨진 이후의 시간을 다룬다. 하늘은 말한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두길. 버림받은 아이의 이야기라고 우울하게 시작하진 않는다.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지만, 하늘의 곁에는 동하늘이라 이름을 지어 주고 할머니, 엄마, 삼촌이 되어 준 전당포 사람들이 있었다.

 

그림자 속에 앉아 세상을 내다보면 어른들 이마에 새겨진 작고 검은 흉터가 보인다. 흉터는 엄마도 있고, 삼촌도 있고, 할머니도 있다. 동네 사람들도 다 하나씩 갖고 있다. 그 흉터를 읽는 게 나의 일이다. 이상하단 생각은 감히 할 수도 없다. 내가 어른들이 이상하다고 하지 않는 건 어른들도 날 이상하다고 하지 않았으면 해서다. (p. 27)

 

하늘은 지음을 걷는다. 어떤 때엔 가족이나 이웃과 어떤 때엔 혼자서 걷는다. 호적이 없는 아이는 그림자 같다. 만질 수도 주울 수도 없는 그림자. 그러나 그 안에 분명 무언가 있는 듯한 그림자. 아이는 그림자의 모양으로 도서관을 가고, 맞은편 스피드 전당포에 들른다. 지장산을 오르기도 하고 카지노로 향하기도 한다. 하늘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듣기만 한다.

호기심을 갖고 분주히 움직이지만, 안 본 것도 아주 본 것처럼 얘길하는 하늘의 서술에는 어떤 판단이나 해석이 있지 않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p. 295) 아이의 시각으로 포착되는 카지노 도시는 아주 화려하거나 근사하진 않다. 카지노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도시이지만 하늘의 이야기는 카지노 밖에서 전개된다. 카지노 밖의 사람들. 화려한 랜드 이면에서 이루어지는, 어쩌면 조금 사소하고 왜소한 일상에 감각을 기울인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펑펑 내리는 눈 속에 서 있었다. 곡괭이를 둘러멘 할아버지를 보고 겁먹은 사무실 막내의 눈동자 속에 내가 있었다. 나는 안경다리 돌멩이 속에도 있고 어둡고 더들썩한 다방 구석에도 있었다. 할머니가 바닷가에 가면 나도 바닷가로 갔고, 할머니가 산으로 가면 나도 산으로 갔다. 할머니와 함께 이 땅 위를 훨훨 날아다녔다. (p. 261)

 

사전에서 아름다움이란 단어를 가장 좋아하는 하늘아름다움이란 곧 나다움”(p. 34)이라고 이야기한다. 한 아름이란 두 팔을 둥글게 모아서 만든 만큼의 크기이고, 어른과 아이의 팔 길이가 다르듯이 그 아름다움도 사람마다 다르다”(p. 34). 나다움을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할머니가 하늘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장면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하늘은 할머니와 함께 기억 속을 걷는다. 할머니의 어린 시절부터, 지음에 처음 왔을 때, 전당포를 열었을 때. 겪어 본 적 없는 그 시절의 할머니. 낯선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아이는 할머니를 알 것만 같아진다. 나다움처럼 할머니다움이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돈을 빌렸는지 적혀 있는 할머니의 장부는 지음에 대한 기억들”(p. 232)이자 지음다움 같은 게 아니었을까. 군데군데 흉터가 있는 이야기였지만 두 사람 중 누구도 그에 대해선 어떤 말도 얹지 않는다. 그저 가만 듣기만 할 뿐이다. 아이가 영진 씨!”하고 부를 때마다 빙긋 웃던 할머니의 모습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할머니는 당부했다. 나에게 벌어진 일들을 알고 나서도 분노하지 않거나 스스로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되면 그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라고. 언젠가 정말로 그런 때가 되면 이 길에서 시작된 이야길 해봐야겠다. 그저 혼자 걷기 시작했을 때는 그 길이 끝날 때까지 계속 걸어가는 거라고 할머니가 그랬으니까. (p. 295)

 

후반부에 가서 견고하고 아름다운 랜드는 무너진다. 몰락과 붕괴를 통과하더라도 그럼에도 살아야겠다고 말하는 것. 우리의 시간을 연민하지 않는 것. 그 낙관과 유머가 지음을 향해 달리는 아이의 등을 따뜻하게 밀어준다. 고사리 화석에 대해 박수 할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오랜 시간 차갑고 단단하게 타오르는 불”(p. 279). 어떤 순간의 라도 헛된 것은 없다는 거. 아이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될 만큼 재밌게 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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