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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도서]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북블로그 #트로피컬나이트 #조예은 #소설집 #한겨레출판 #hyemhyem 

 

책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소설집


 

 드디어 읽게 된 조예은 작가님의 소설집.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수많은 피드 속에서 발견할 때마다 깊게 읽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혹시, 미리 알게 되어버려서 처음 읽고 느낀 감정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9개의 소설이 묶여 있는 책 [트로피컬 나이트]는 각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느낌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이야기해도 이해가 안되네) 음... 무섭거나 소름 끼치는 꿈은 아닌데 등 뒤에 서늘한 찬 바람이 스쳐 낮에 먹었던 더위로 인해 났던 땀이 식어져 축축하면서도 서늘한 느낌. (이렇게 표현하니 무슨 말인지 더 못 알아듣겠다...) 항상 여름이 오면 더위를 먹어 일주일은 고생을 하는데, 그렇게 먹었던 더위가 사라지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밤에 꿀 것 같은 그런 꿈. 악몽은 아닌데, 그렇다고 기분 좋은 꿈은 아니고, 약간의 식은땀과 서늘함을 느끼며 꿀 것 같은 꿈. 이런 꿈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더위가 가시고 서늘한 바람이 솔솔 부는 이때에 잠은 쉽게 들지 않고 뒤적뒤적거리다가 꾸게 되는 꿈같아서. 약간의 긴장감도 있고 약간의 서늘함도 있어서 끝나가는 여름을 지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할로우키즈

 이제 핼러윈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읽은 건 우연일까. 열심히 흰 천을 두루며 유령 역할을 했을 꼬마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자신을 보려 올 엄마도 아빠도 없지만 열심히 팔을 흔들며 유령 역할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을 그 아이. 유령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데, 나를 봐달라 열심히 흔들고 있었을 그 아이가 서글폈다. 그렇게 사라졌을 그 아이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나. 거기선 필사적으로 흔들고 있지 않기를. 

 

#고기와석류 

 어디로 왔는지도 모르는 존재와 지내는 삶. 혼자 떠나는 삶보다 낫기에 같이 살게 되었는데, 문제가 하나 있다. 그런 문제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어떻게든 살아가며 보살피는 그녀의 모습, 혼자는 죽기보다 싫은 듯했다.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해온 남편은 나를 힘들게 하면서도 내버려 두지 못하는 존재였던 것 같다, 그녀에게. 남편의 묘를 다시 꺼내고 챙기면서 했던 그녀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더 이상 남편이 투병했던 방에선 남편의 냄새는 사라지고 다른 냄새로 채우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의 삶을 상상해본다. 결국 떠나갈 자신이라는 걸 알지만, 남아있을 그 애가 눈에 밟히니 건강히 있다 마지막 떠난 그녀를 남김없이 해줄 그때를 상상하면서.

 

#릴리의손 

 틈 사이로 나타난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 근데 이방인은 무조건 기억을 잃고, 새로 이 세계에서 배우며, 다시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규칙이다. 누가 틈을 만들어 누가 이런 규칙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걸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은 그 어떤 것보다 피하고 싶을 것 같다. 기억을 잃는다고 했음, 아예 깔끔하게 잊게 해 줘야지. 근데 왜 공허함을 남겨가지고 해결할 수 도 채울 수도 없게 만들었는지.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고 하더니, 사랑하면 그 사람의 이름을 가장 많이 부르고 떠오르게 될 것 같다. 하도 많이 부르고 생각해서 모든 걸 다 잊는다고 해도 그의 이름을 잊지 못할지도. 이건 이방인의 규칙을 만든 존재가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이지 아닐까. 사랑을 통제하기란 어떤 것보다 더 어렵다는 걸.

 

#새해엔쿠스쿠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소설. 기억에 남는 문장에도 있지만, 가장 사랑하고 가장 의지했다고 생각한 존재에게 그 어떤 위로, 공감, 이해를 듣지 못한다면 큰 배신감이 든다. 나도 그랬기에 가장 기억에 남은 거 일 수도. 나의 힘든 상황을 한 번이라도 돌아보지 않은 듯하며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어떤 응답도 보여주지 않는 그대에게, 먼저는 큰 배신감을 다음으론 내가 어떻게 되는 상관없어할 테니 맘대로 제멋대로 살겠다는 생각, 마지막으로 그대에게 어떤 기대도 어떤 응답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 결국엔 어떤 감정도 남아있지 않고 건조한 마음이 되겠지. 모든 관계가 어떻게 항상 좋게 유지가 되겠으며, 떠나갈 사람은 떠나가고 이어질 사람은 이어지는. 내 모든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가장작은신 

 먼지로 뒤덮여 나갈 때마다 방독면을 쓰고 나가야 하는 일상이 먼 미래가 아닌 것 같아, 조금은 섬뜩했던 소설. 그런데 하필 먼지의 신이었다니. 그도 이야기한다. 다른 자연은 사람들이 크게 느끼면서 자신은 보잘것없는 아주 작은 그냥 그런 존재로 여긴다는 그의 말속에선 무시받아 억울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긴, 다른 얘들은 치켜주는 데 나만 무시하면 화가 날만도 하지. 지금도 미세먼지로 하늘도 뿌옇게 공기도 뿌옇게 보이지만 미래의 먼지의 신이 노하지 않기를 바라며. 깨끗한 공기, 깨끗한 하늘 보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먼지의 신님.  #나쁜꿈과함께 여기 나온 몽마는 그래도 귀여운 성격인 것 같다. 마음도 좀 약한 것 같고, 고양이 같은 성격처럼 느껴졌다. 가위를 한 번도 눌려본 적은 없지만, 이런 몽마가 찾아온다면 어떨까. 내가 무얼 가장 무서워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무서워하는 날 보고 몽마가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다면야, 한두 번쯤은 찾아와도 괜찮을 것 같다. 몽마가 아니더라도 현실이 몽마보다 더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 그땐 꿈이 아니기에 깰 수도 없는 지금이기에. 지금도 어딘가를 돌아다닐 몽마 친구, 적당히 해서 적당히 식사해줬으면. 너무 과하면 너무 과식하게 되어서 살쪄!

 

#유니버셜캣숍의비밀 

 마음이 메말라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필요할 때, 고양이 강아지 영상을 본다. 그때마다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 '아유, 귀여워, 귀여워.' 연발하는 하이톤 목소리. 어디서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나타났는지. 그러고 보니, 맞네 맞아. 아마 그들만의 별이 있었을 것을. 그러지 않고서야, 팍팍한 이 사회에서 계속 살아가기란 어렵지. 그들만의 행성으로 떠나며 남은 이들은 슬퍼하며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들이 준 행복과 추억이 크기에 기다릴 수 있을 지도. 존재만으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들이니.

 

#푸른머리칼의살인마 

 잔혹 동화 같기도 하고, 흑화 한 디즈니 이야기 같기도 해서.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든 피하고 방향을 틀며 가는데도 그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계속 뛰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지막 썸머가 나타나기 전까진. 이런 운명이라도 함께 해줄 이가 있다면, 덜 외롭지 않을까. '운명'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많은 생각을 남긴다. 정해졌으니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개척해 나만의 길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든 역행해 가야 할까. 이와 비슷하게, 사주 풀이가 또 운명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태어난 그날의 기운이라, 이건 운명 같기도 하고 팔자 같기도 하고. 운명을 믿지 않았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 다른 경험을 하게 되니 운명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과연, 운명이란 넌 대체 뭐니.

 

 

기억에 남는 문장

 

 정말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공허함이었다. 강박적으로 뭔가에 집중하지 않으면 집요하게 고개를 들이미는 공허함.

#릴리의 손 63p

 

 

 "이런 기분 모르겠지? 어느 날 갑자기 알맹이는 빠져나가고 껍질만 남은 기분. 원래 껍질은 알맹이를 보호하기 위해 생기는 거잖아? 그런데 알맹이가 없는 거야. 그럼 안에 아무것도 없는 껍질을 누르면 어떻게 되게? 그냥 푹 찌그러지는 거지, 뭐."

#릴리의 손 92p

 

 

 나는 다만, 누구보다 나를 상처 입힌 엄마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당신이 잘못되었다는 걸, 나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인정하게 하고 싶었다. 그게 설령 스스로를 망치는 방법일지라도 말이다.

#새해엔 쿠스쿠스 1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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